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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 엄마 ㅣ 건전지 가족
강인숙.전승배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평점 :
이 그림책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숲길 어린이집 선생님이나, 건전지는 퇴근하고서도 다시 엄마로 출근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 이 점이 나의 동심을 흐렸지만.. (리얼) 인간 엄마가 가족들과 밥을 먹는 모습(분명 "오늘 불이 났지 뭐예요" 얘기를 했겠지?)을 보니 이 집의 평화는 안전해보인다. 건전지 엄마 역시 저녁밥은 안해도 되는 것 같아 다행이다 ㅋ 자신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한 이불 속에 있는 것만으로 충전완료하는 모습은 행복해보인다. 건전지 엄마는 정말 좋은 엄마다. 이 부분에서 살짝 예전의 나에 육아태도와 지금사이의 갭에 대해 반성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도 슬이가 더 어렸을 땐 더 많이 사랑한 것 같은데 지금은 최근에 찍은 사젠 조차 몇 개월 전이다. 아니다!!! 예전처럼 24시간 지켜보며 아기를 기르는, 육아의 시기는 지났다는 뜻도 된다. 우리 슬이는 어엿한 사춘기 전단계이다. 이 그림책을 보고 있자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나 역시 슬이가 태어나고 물티슈, 뽀로로밴드를 잔뜩 사놓기 시작했다. 그래야만 했다. 모든 부모들이면 공감할 터. 여기에 건전지는 부가적인 사항이지만 난 꼭 잔뜩 쟁여놓았다. 그림책에서처럼 체온기 뿐만 아니라, 장난감 뽀로로 마이크, 폴리 음료수 자동판매기, 요괴워치 시계 등등 아이들 장난감은 충전식보다는 건전지 들어가는 방식이 더 많았다. 바꿔준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생각하며. 또 '이 건전지 갈아주면 얜 이거가지고 몇 분을 놀수 있으려나'를 궁금해 했다. 그 몇 분이 나에게는 집안 일을 할 시간이면서 자유시간이기도 했으니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나도 건전지 엄마에게 빚이 있다. 슬이는 생각보다 뽀로로 마이크와 자동판매기를 가지고 정말 오래, 자주 놀아주었다.
지금도 나와 같이 건전지 엄마에게 빚을 진, 이 세상에 모든 육아하는 엄마들을 응원한다.
p.s 작년 겨울, 슬이가 양모인형 DIY를 사달라고 졸랐더랬다. 그게 슬이가 혼자 다 하기엔 역부족이라 나도 엄청 바늘 콕콕 찔러주는 것을 도와주었고, 바늘도 여러 개 휘기도 하고 분질러 먹었으며, 내 엄지 손가락은 여러번 공격 당했던 터라..이 두 부부의 엄지 손가락이 궁금하다.ㅜㅜ 골무라도 보내드리고 싶다. 그러고보니 골무도 따지고 보면 손가락들의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역시 창작은 모방에서 탄생한다(!)
p.s 나도 표지의 표창, 슬이랑 꽤나 접었더랬다. (김아빠가 가르쳐준 거 였는데 ) 접을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