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비행 - 2022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박현민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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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그림책에서 민들레는 꽤 유서깊다. 넘사벽 권정생슨생님의 <강아지똥>(주인공은 똥이지만)과 김장성 작가님의 <민들레는 민들레> 이 대표적인 민들레 그림책 두 권만 보더래도 국내외 그림책대회에서 수상을 휩쓸고.. 민들레에게서 뽑아낼 것은 더이상 없을 것 같았는데! 이 흔한 소재인 민들레를 또 이렇게 그려낸 작가님 진짜 리스펙한다.

박현민 작가님의 전작 <엄청난 눈>을 본 독자라면 한 장 한 장 펼쳐질 때마다 눈에 파묻히는(!!) 경험을 해봤을 터! 그림책의 물성을 활용한 공간감을 잘 써먹는 작가님이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도시비행> 역시 그렇다. 이 그림책을 다 보고나면 아주 멀리서 이 길쭉한 직사각형판형의 그림책 뒷모습만 봐도, 높은 도시 빌딩이 연상된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땅바닥에 딱 붙어있는 로제트 식물이 저 높은 빌딩과 가로수와 가로등을 바라보는 그 느낌, 그 마음이 느껴진달까.

그런데 의외로 이 책에는 노란 민들레는 단 한번, 앞쪽 면지에서만 나온다. 분명 주인공이 노란 민들레인데 표지의 존재감 커다란 민들레는 노랑 빨강 파랑 녹색이 혼합된, 형태만 민들레다 ㅋㅋ(아 이게 무슨 말이지? 싶은데 사실이다) 나의 문장력으로는 더이상 표현이 안되니 표지사진 한번 봐주시기를.

이 작품은 민들레 1인칭시점으로, 민들레가 보는 시야가 그려졌기에 후반부에 아이가 꺾어내었을 때가 되서야 비로소 홀씨로 존재를 나타낸다.
제목이 민들레가 아니라 <도시비행>인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인듯하다. 홀씨들이 날아오르기를 바라는 것이 이 책 주인공의 소원이기 때문.. 그래서 민들레 입장에선 생의 마지막이지만 슬픔은 1도 없고 그 홀씨들이 비행을 할 때 (내 귀에는 팡파레같은 이명이 들리며) 다채로운 색깔의 민들레 꽃가루들이 터져날아가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것은 축제다! 민들레들이, 이 한 번의 비행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자신이 쳐다보기만 했던 도시위를 비행한다.

꺾을 때도 허리를 굽혀야 딸 수 있는 이 꽃이, 저 멀리 비행기를 보며, 나뭇잎 위에서 버텨낸 송충이들이 번데기가 되고 노란 나비로 다시 태어나 이 도시를 누비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많이 꿈꿔왔을까? 반대로 저 위에 나무잎에서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우수수 떨어지는 송충이를 보며 (아마도 그들은 밟혔을 것이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은 이 장한 민들레를 응원하고 싶지 않은 독자가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은 사람들 발에 밟히고 자전거 바퀴에 짓밟히고 개똥밭에 구르는 것 같은 마음에 괴롭지만 내 마음 저 낮은 곳, 아직 시들지 않은 민들레 하나씩 품고 견뎌내는 이 도시인들에게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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