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LiPE 2 : 튤립의 여행 팡 그래픽노블
소피 게리브 지음, 정혜경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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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튤립이라는 이름의 곰이다. 튤립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특기이다. 크로커스는 녹색 뱀으로 인생은 짧다며 한순간도 허투루 써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성향이 다른 이 둘은 서로에게 영향받는다. 그렇다고 그들의 생활방식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각자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키려 노력하고, 그것을 들은 캐릭터들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타인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격렬한 사건은 없지만 읽으면서 생각의 파도에 휩쓸리게 되는 아주 신기한 책이다.


이 둘 외에도 조약돌, 미모사, 달리아, 바이올렛, 코스모스 등등 (조약돌 빼고는 모두 꽃이름이다!)은 모두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같이 있을 때 벌어지는 일들은 조화, 양보, 헌신 이런 개념들과는 거리가 멀다. (튤립과 크로커스 성향만 봐도 그렇지만) 항상 툭탁거리고 좌절하고 윽박지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평화롭고 이 동물들이 사는 숲은 조화로워보인다. 이 캐릭터들이 어떻게 서로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는지, 그래서 어떻게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캐릭터들의 소소한 대화사이의 행간은 독자로 하여금 "나는 어떻지?" 하며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한다.

1권 <튤립의 날들>에 이어 2권 <튤립의 여행>에서는 무엇으로 태어날지 모르는(그래서 여기에 나오는 캐릭터들 모두가 궁금해하는)'알'이 새로 등장한다. 사춘기아이를 둔 부모라면 세상에서 가장 반항적인 알(이보다 더 반항적일 수 없다 알 덕분에 많이 웃었다 나는 ㅋㅋ)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알이 어찌나 사춘기 아이같은지 ㅋㅋ

철새이지만 떠나지 못하고 튤립과 겨울을 보내는 바이올렛(심지어 태양을 사랑하는 캐릭터이다)에게 질문을 던져 주는 철새 로즈도 2권에 새로 등장한다.

이 책은 부모에게도, 사춘기 아이에게도, 그림책에서 더 많은 글밥으로 넘어가는 아이에게도, 늘 E성향에 둘러싸여 피곤해하는 I들에게도(그 반대의 경우라도) 모두에게 추천해야만 하는 아주 묘한 매력의 책이다.


P.S. 이 책의 1권 맨 뒷 표지는 기후위기와 관련되어 종말론적 환경주의자들에게 뼈 때리는 이야기여서 인상적이었는데 2권이 나와주니 너무 반갑다!! 곧 이어 나올 3권<튤립의 결심>과 4권<튤립의 겨울>도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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