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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진 산정에서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평점 :
나카시마 테츠야의 영화 <고백>을 인상 깊게 보고 원작을 찾아 읽은 적이 있다. 미나토 가나에의 원작 소설을 읽는 건 영화에서 느낀 축축하고 음울한 인상을 확장하기에 좋은 경험이었다. 그래서 여지껏 미나토 가나에를 어둠의 스릴러만 쓰는 작가인 줄 알고 있다가, 이번 신간을 읽고 꽤나 놀랐다. 제목과 표지가 주는 첫느낌 그대로 ‘본격 등산! 힐링! 드라마!’가 주제인 연작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를 보니 실제 작가의 취미가 등산이고, 《여자들의 등산일기》에 이어 두 번째로 쓰는 등산 주제의 소설이라고 한다.
〰계속하길 잘했어. 내가 선택한 산에 후회는 없어.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다양한 이유로 산에 오른다. 남편이 생전 가게에 걸어 놓았던 사진 속 아름다운 풍경을 직접 보기 위해서, 사라진 친구가 남겨둔 일정표대로 산에 올라 친구의 메시지를 해석하기 위해서(그리고 그 친구가 작곡한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산악 가이드의 꿈을 반대하는 엄마를 설득하기 위해서, 지금은 세상을 떠난 너희 아빠에게서 프로포즈 받은 장소가 이 산이었다고 딸에게 고백하기 위해서, 성차별을 딛고 화과자 가게의 장인 자격을 물려 받았지만 팬데믹으로 사업이 어려운 와중에 그럼에도 위기를 돌파해보자는 다짐을 하기 위해서.
등산을 좋아하는 친구를 따라 무턱대고 산에 올랐다가 가슴 벅찬 풍경을 선물처럼 마주친 경험이 있는 터라, 등산을 통해 어지러운 마음을 가다듬고 등산으로 유대감을 쌓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친구의 등만 좇아 무작정 산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헉헉 거친 호흡 소리도 잊고 눈썹에 묻은 이슬도 못 느낀 채 정상에 도착하곤 했다. 저질체력이지만 해냈다는 뿌듯한 성취감과 함께 정상에서 친구와 먹는 과자와 간식은 늘 꿀맛이었고, 그 순간 만큼은 정상에 선 모든 이들과 가는 실로 연결된 기분이 들었다.(물론 이 기억들이 열 손가락 안에 꼽는 등산러…)
요즘 MZ세대의 대표 취미 중 하나가 등산인 만큼 시대를 반영한 힐링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소설의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일본 등산을 소재로 한 만큼 일본의 낯선 지명과 산봉우리 이름이 왕왕 등장한다는 것. 독서 집중력이 가끔 흐트러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