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책들의 도시 1 - 부흐하임
발터 뫼어스 지음, 플로리안 비게 그림, 전은경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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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려한 일러스트와 유명한 제목에 끌려 약 한 달 전 구매한 책 《꿈꾸는 책들의 도시》. 동명의 소설을 쓴 작가 발터 뫼어스가 초안을 그리고 내용을 편집해 그림작가 플로리안 비게와 함께 만든 그래픽노블이다. 사놓고 잊고 있다가 이번에 친구에게 빌려주면서 핑계김에 완독했는데, 읽으면서 뫼어스가 만든 차모니아 세계관에 감탄하고 감격하며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은 다 바보야! 도대체 왜! 이 책을 아직도 영화화를 안 했냔 말이야! 멍청이들이야?!’ 가슴을 쳐댔다. 책을 사랑하고, 판타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ㅠㅠ 진짜로ㅠㅠ

차모니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을 쓴 작가를 찾아 ‘꿈꾸는 책들의 도시’ 부흐하임에 입성한 공룡 작가지망생(진짜 공룡이다ㅋㅋㅋㅋ) 힐데군스트. 부흐하임의 지하에는 고서가 가득한 동굴들이 즐비하고, 지상에는 온갖 종류의 고서점과 인기를 바라는 낭송가 작가, 욕심 많은 책수집가들로 성황이다. 특히 책사냥꾼으로 불리는 자들은 부흐하임의 지하동굴에서 희귀한 책으로 손꼽히는 ‘황금목록’ 책들을 사냥하여 명성을 얻거나 부를 얻는다. 쿰쿰한 종이 냄새가 흘러넘치고 활자와 인생이 하나가 된 듯한 부흐하임의 모습에 주인공 힐데군스트가 매료되었듯 나 역시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몰입했다. 이어서 등장하는, 지하묘지 운하임에서 종이 쓰레기를 먹어치우는 책벌레들! 온몸이 종이로 이루어져 해를 보지 못하는 그림자 제왕! 존경하는 작가의 이름을 따 이름을 짓고 그 작가의 작품을 외는 외눈박이 난쟁이 부흐링! 끝없이 새로운 책장이 쏟아져나오고 이동하는 부흐링들의 책기계와 머리카락에 새긴 초미세공예 유언! 흑흑 너무 재밌고 부흐링들 너무 귀여워ㅠㅠ! 끙끙 앓게 된다. 부흐링들이 힐데군스트를 보살피고 환대하고, 또는 최면술을 사용해 돕는 장면들을 보라! 가슴이 찡하지 않나! 흡사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권선징악 교훈의 웅장함과 탄탄한 세계관, 깜찍하고 독보적인 캐릭터들을 이 작품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 책에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포스’처럼 ‘오름’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작가로서 최고의 작품을 만들게 되는 창조성을 ‘오름’으로 일컫는 것인데 마치 ‘May the force be with you’ 인사처럼 부흐하임에선 서로에게 오름을 기원해준다. 최면술을 쓰느라 힘이 소진된 부흐링들이 숨을 컥컥거리며 힐데군스트에게 오름을 기원해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힐 뻔했다...ㅠㅠ “오름이 그 작품을 관통하길 빈다!”

하지만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힘은 중력이 아니다. 호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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