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취향을 팝니다 - 콘셉트부터 디자인, 서비스, 마케팅까지 취향 저격 ‘공간’ 브랜딩의 모든 것
이경미.정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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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앤파커스 리뷰단 3기를 통해 읽게 된 6월의 두 번째 책. 비주얼 머천다이저(이하 VMD)로 일해온 이경미, 정은아 저자가 '취향 저격의 공간'을 만들려면 어떻게 공간을 기획하고 꾸며야 하는지 디스플레이부터 외관 디자인, 소품, 향기, 음악, 조명, 촉감, 배치, 동선, 스태프 등 사소한 디테일을 설명한다. 그리고 공간 브랜딩 체크리스트를 친절하게 정리해준다. 사진으로 공간을 기억하고 사진을 위한 공간을 찾아헤매는 SNS 시대에 딱 걸맞는 책,  《우리는 취향을 팝니다》 다.


 책은 공간 디자인 항목을 총 3가지로 구분하여 장을 나눴다. 1장에서는 공간을 구성하는 가장 큰 영역인 시각적 요소를 다루고, 2장에서는 보이진 않지만 소비자의 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를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 3장에서는 새로운 비주얼과 진화된 공간 브랜딩으로 사랑받았던 브랜드와 공간을 직접적으로 언급함으로써 그 이유를 밝힌다.


 우선, 저자들의 직업이 낯설고 독특하다고 느꼈다. 비주얼 머천다이저(Visual Merchandiser). 저자의 에필로그에 따르면, 마케팅실에서 해왔던 업무들이 마케터, 광고 디자이너, 인테리어 디자이너, 웹디자이너 등 세분화되면서 전문화될 때 브랜드의 비주얼 및 판매 활성화를 위한 스타일링과 디스플레이 그리고 브랜드 공간 콘텐츠 구성을 기획하는 일을 담당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즉, 오프라인 공간을 매력적으로 만들어 고객에게 어필하는 일이 저자들의 몫.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 혁신 이후, 모든 산업 분야에서 디자인이 강조되고 다양한 분야에서 '비주얼' 파트가 생겨났다고 하는데, 공간 브랜딩의 앞선 역사를 슬쩍 듣는 재미가 있어 에필로그까지 쉴틈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이어서, 내가 가봤던 장소들을 책을 통해 다시 추억팔이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독특한 입구를 설명할 때 등장한 자판기 커피나 장프리고, 전시 갤러리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경험을 나누는 인덱스 서점과 땡스북스, 1970년대 신발공장의 모습을 업사이클링한 합정 카페 앤트러사이트, 향기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러쉬와 교보문고 등이 그랬다. 내 인스타그램 속 프레임에 곱게 놓인 공간들이 그 당시 내 눈에 그리고 내 친구들 눈에 왜 예뻐보였던 건지, 왜 사진으로 남기고팠던 건지 그 이유를 속시원히 지식으로 얻었다. 끌리는 비주얼과 촉각과 후각, 미각까지 사로잡는 특정 소품, 그리고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게 하는 복합문화살롱의 역할까지! 이제 공간은 스마트한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다각도로 진화하고 있다는 거다!


​ 마지막 패키징까지 디자인을 필요로 한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사실이다. 따라서 도쿄의 라이프스타일 숍 '슬로우 하우스'가 자연주의적 공간 콘셉트에 걸맞게 나뭇잎 패키징을 선보인단 건 새삼 신선했다. 도쿄에 가게 된다면 한 번쯤 들러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도 일부러 찾아가 보고픈 공간들이 더 생겼다. 1970년대 초 정미소로 사용되던 공간을 2011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인더스트리얼 무드의 시초가 된 성수동 카페 '대림창고', 전문 큐레이터가 직접 전시를 기획한다는 성수동의 카페 '월서울', 컬러를 테마로 내부 디스플레이를 정기적으로 교체한다는 성수동 가죽 잡화 브랜드 '페넥', 작은 공간을 나눠 소비자의 동선을 탁월하게 디자인한 삼각형 제주도 서점 '만춘서점'. 이젠 플리마켓(기존에 운영 중이던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형태)과 팝업스토어(공간을 벗어나 한시적으로 외부 공간에서 이루어지거나, 공간 안에 새로운 콘텐츠를 도입해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가 소비자에게 어떻게 각인되는지,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키는지 알게 되었으니 작고 소중한 부스들과 디스플레이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더 세심하게 여러 번 살펴보게 될 듯하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보(V)이는 모(M)든 것을 디(D)자인 하는 사람'으로 20년 간 일해오면서 특히 2가지 큰 변화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첫 번째는 '콜라보레이션'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 두 번째는 공급자 위주의 방식에서 소비자 관점의 방식으로 콘텐츠와 공간이 전환되고 있다는 점. 개인의 성향과 취향에 맞춤화되는 공간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디자인 감각으로 무장한 청년들이 선보일 공간들도 무궁무진하다. 소비자로서 앞으로 내가 겪을 공간들이 벌써 기대가 되고 설렜다. 또 어떤 공간들이 나의 인스타그램 피드 한 구석을 차지하게 될까. 



공간의 본질은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있습니다. 이 공간에 들어온 사람이 ‘무엇을 느꼈으면 좋겠는가?‘가 메시지이고, 콘셉트이며, 브랜딩인 것입니 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내가 만들고자 하는 공간을 객관화하는 과정이 가장 먼저 필요합니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공간에 담는 것입니다. 이는 거대한 기업이나 프랜차이즈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골목 어딘가에 있을 작은 가게에도 필요한 것이 브랜딩입니다. 일본의 유명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즈노 마나부가 말했듯이 브랜딩을 위해서는 ‘보이는 방식을 컨트롤 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공간에서는 아주 작은 소품 하나가 마지막 인상을 결정짓습니다. 제가 아주 예전에 방문했던 일본의 한 작은 중고서점 입구 테이블에는 작은 명함 도장과 종이가 놓여 있었습니다. 덕분에 그곳의 잔상은 아직까지 남아 있습니다. 작은 매장을 둘러보고 나가면서 그곳의 명함 도장을 직접 종이에 찍어 가지고 나가니 그곳의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함께 공간이 저를 배웅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만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명함은 소소한 행복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이렇듯 작은 소품들을 통한 경험이 바로 공간을 구성하는 디테일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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