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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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녹음기를 숨길 수 있는 가방이 필요한 사람, 이라고 하는 순간 촉이 왔지만 완전히 알아채지는 못했다. 나는 줄곧 레이먼드나 블런트를 제일 의심했고 설마, 설마 하며 끝까지 마음을 다잡았던 것 같다. 푸와로가 범인은 바로 ...입니다! 라고 말하자마자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다시 한번 추론 부분으로 되돌아갔고 정독했다. 진짜 애거서 크리스티는 천재인가봐!


 어쩌다보니 내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을 접할 때는 늘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범인을 미리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대표적이다. 덕분에 스포일러 없이 읽은 첫 책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은 정말 내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갈겼다. 범인을 알고봐도 그렇게 재밌더니, 모르고 보면 미치도록 재밌었던 거구나! 반전의 황홀경이 바로 이런 거였구나! 이 책의 범인처럼 요망한 범인을 다른 작품에서도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 그녀의 모든 책을 반드시 섭렵하고 죽어야겠다고 단단히 다짐하게 만들었다. 과연 추리소설의 대작가답다.


 이 책도 황금가지의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기획에 묶여 있어 리커버 판으로 읽었다. 책에 첨부된 애거서 크리스티 본인의 저자서문이 독자의 입장에서 흥미로워 책 속의 마지막 문장과 함께 덧붙인다. 작가님 천재예요 엉엉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은 내 책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인 것 같다. 이 책은 나의 초기 작품으로 다섯 번째인가 여섯 번째일 것이다. 내 생각에 이 책이 성공을 거둔 것은 그 중심 아이디어 덕분인 것 같다. 그것은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아이디어로 독창적이고(이후 많은 모방작이 나오긴 했지만) 거의 언제나 읽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저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것은 해 볼 만한 기교적 도전이었다. 몇몇 독자들은 결말을 알고는 분개해서 “이건 속임수잖아!”라고 외치기도 했다. 내가 조심스러운 단어 사용과 다양한 문장 구사를 동원해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하면서 즐거워했다는 비난이다. 이 책은 내가 유쾌하게 써 내려간 작품이다. 또한 작중 인물 중 하나인 의사의 누이 캐롤라인에게서 커다란 즐거움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알리바이」라는 제목의 희곡으로 개작되었을 때 호기심 많고 위압적인 중년의 캐롤라인은 돌연 사라져 버리고, 예쁘고 매력적이지만 개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젊은 여자로 바뀌고 말았다. 저자에게 이보다 더한 슬픔이 또 있으랴! - 저자 서문


하지만 나는 페러스 부인의 죽음이 내 책임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것은 스스로의 행동이 불러온 직접적인 결과였다. 나는 그녀에게 조금의 연민도 느끼지 않는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전혀 연민을 느낄 수 없다. 그러니 베로날로 하자. 그런데 은퇴한 에르퀼 푸아로가 이곳에 와서 호박을 기르고 있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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