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학교에 가지 않아요 - 등교 거부 딸과 엄마의 198일 이야기
노하라 히로코 지음, 조찬희 옮김 / 꼼지락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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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초등학교 5학년 딸이 갑자기 등교거부를 하면서 벌어지는 198일 간의 에피소드를 엄마이자 작가인 노하라 히로코가 만화로 그려낸 교육 테라피 에세이다. 잠깐의 소동으로 끝날 줄 알았던 등교 거부가 장기전으로 바뀌면서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딸과 딸을 학교에 보내기 위한 엄마 간 고군분투가 짠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이 책의 놀라운 점은 아무도 도모를 억압하지 않고 재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호실 선생님도, 담임 선생님도, 교장 선생님도 모든 교육자가 도모를 학교에 억지로 보내려 하지 않고 도모가 마음을 여는 일을 최우선으로 한 뒤 아이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게끔 도운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엄마 역시 담임 선생님을 통해 친한 친구들이 도모를 왕따를 시켰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도모의 등교 거부를 받아들이고 최대한 도모의 의견을 존중한다. 물론 도모가 억지스러운 선택을 번복할 때도 있었지만, 엄마는 아이의 혼란을 이해하고 끝까지 인내하며 전문가의 말을 따랐다. 지방 출장으로 집에 없었던 아빠 또한 익히 우리가 짐작하는 대로 화를 내거나 억압하지 않았다. 엄마의 설득대로 가만히 딸을 지켜보며 응원하기로 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이 만화에 등장하는 어른들의 참된 자세에 내내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등굣길에 딸이 자기를 부르는 친구들에게 달려가는 뒷모습을 볼 때부터 울컥하더니, 졸업식날 친구들과 함께 졸업하는 선배에게 노래를 부르는 도모를 보곤 엄마가 '학교에 잘 다니고 있구나' 실감하는 장면에서 결국 울어버렸다. 학교에 다시 적응한 아이를 보며 엄마는 얼마나 좋았을까. 등교거부를 했던 노하라 히로코의 딸은 이제 중학생이 되었다고 한다. 그때의 사건이 딸에게 혹시 숨기고 싶은 과거일까 걱정하던 엄마한테 딸이 오히려 '나에 대한 얘길 써 봐'라고 제안했고, 학교를 못 가던 당시의 기억을 얼마나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는지 이야기해줬다고 한다. 딸의 제안이 이해될만큼 아이가 느꼈던 배려와 행복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존재만으로 힘을 주는 '지켜보며 지지하는 양육'과 학교가지 않는 아이를 지탄하거나 밀어내지 않고 웃으면서 아이를 이끌어준 어른들의 힘이 참 따뜻하게 느껴진 만화다.

엄마, 궁금한 게 있는데
미운 오리 새끼는 사실 오리가 되고 싶었던 거지?
하얗고 아름다운 백조가 아니라
다른 오리들과 똑같은 오리가 되고 싶었던 거야.
엄마, 나 사실은 쿠키 먹고 싶었어.
선생님한테도 냉정하게 하기 싫었어.
사실은 친구들과 놀고 싶어.
다른 애들과 똑같아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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