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
박무늬 지음, 박오후 그림 / 머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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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독립출판물 《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 일전에 서점에서 보고 제목이 독특해서 기억하고 있었다가, 도서관 신간 책장에서 우연히 발견하곤 앞부분을 읽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안산에 있는 아주 작은 카페', '동네 서점 안에 있는 작은 테이크아웃 카페'로 소개하는 문구를 보곤, 안산의 동네서점 대동서적에서 열 번은 스쳐지나간 적 있는 그 카페(이때만 해도 카페의 이름을 몰랐다.)의 자매 사장님 이야기라는 걸 알았다. 그때부터 몰입도가 상승하면서 네 꼭지 정도를 순식간에 읽어내렸다. 처음에는 제목 때문에 책을 집었고, 한 번쯤 봤을지도 모르는 안산 사람이 저자란 점 때문에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지만, '섹시한 복숭아 파이'와 '수줍은 플레인 스콘' 같은 귀여운 목차가 상큼해서 그리고 '손님이 없어서' 베이킹을 한다는 청년 사장의 이야기가 와닿아서 술술 읽었다.


 《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는 하루 평균 매출 3만원의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저자가 어떻게 하면 손님이 없는 카페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홀로 진행한 베이킹 프로젝트를 담은 책이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오늘의 스위츠(sweets) 프로젝트'. '손님이 없어서' 손님들을 위해 나를 위해 부지런히 스위츠를 만들고, 또 다시 '손님이 없어서' 팔려나가지 않는 스위츠를 안타깝게 지켜보다가, 팔리지 못하고 남은 스위츠를 결국 자신이 다 먹어버리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 딱 요즘 청년들의 모습을 대변해 보는 듯하다. 근면하지만 개성 있고 세상이 떠안기는 굴욕에 좌절하다가도 열정적인 청년들. 나도 저자와 비슷한 또래의 청년이다 보니 저자가 또 하나의 나처럼 느껴졌고, 덕분에 많이 위로 받았다.


 책에서 글을 쓴 이는 자매 중 동생인 박무늬고, 그림을 그린 이는 언니 박오후다.('박오후'는 필명이라고 한다.) 그림을 그려주는 대가로 동생이 언니에게 밥을 사줬다고. 책 앞날개 저자 소개부터 자매의 너무 다른 특성을 한눈에 알아 본 독자는 곧 온 얼굴에 미소가 번질지도 모른다. 쿨하게 등장했다가 쿨하게 사라지는 그린 이 박오후의 존재감에도 주목해 읽어보면, 더욱 재미있을 책이다. (참고로, 오후님은 이 책에 그림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책을 읽지 않았다고 무늬님이 밝혔다.) 덧붙여 말하자면, 출판사 '머쓱'은 저자 박무늬의 독립출판사이다. 첫 책이 《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였고, 두 번째 책으로 저자와 저자의 친구가 함께 쓴 에세이 《매일과 내일》이 출간됐다. 앞으로 어떤 공감 가는 이야기를 독자에게 싱그럽게 전달해줄지 기대되는 독립출판사이자 저자다.


 이 책과 관련하여 개인적인 이야기 하나가 더 있다. 대동서적에서 책을 사서 마저 완독한 날, 서점 내 드워프 커피로 조심스레 다가갔다. 마침 글을 쓰신 저자 박무늬님이 계셨는데, 드워프 커피의 시그니처이자 책에도 등장했던 머랭 쿠키를 사면서 책을 읽었다고 말씀드렸다. 이어서 용기내어 사인을 부탁드린 나를 환하게 반겨주시며 저자께서 책 면지에 귀여운 사인을 선물해주셨다. 오늘은 스위츠가 없다고 아쉬워하시면서 조그만 떡메모지도 함께 주셨다! 그 밝은 미소가 잊혀지지 않는다. 나도 영화 <레이버 데이> 재밌게 봤다고, 책에서 언급했듯 복숭아 파이 만드는 장면 정말 대단하지 않냐고 공감 구걸하고 싶었으나 꾹꾹 팬심을 참아냈다. 대동서적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저자가 써준 사인과 문장을 꼼꼼히 읽으면서 행복하게 귀가했던 기억이 난다.


 저자가 '손님이 없다고' 말한 책 속 문장을 모아 다시 한 번 봤다. 안쓰럽고도 귀여워 웃픈 문장들이었다. 이렇게 모아 보니 더 웃프고 사랑스러워 왠지 모르게 저자처럼 열심히 살고 싶고 저자처럼 힘 있게 하루를 맞이하고 싶다고 다짐하게 된다.

이 행복을 손님들께도 전하고 싶어서 오늘은 얼그레이 쿠키를 만들었습니다. 콕콕콕 박힌 찻잎들이 아주 사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역시 오늘도 손님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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