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의 생일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책 1
이와사키 치히로 지음, 엄혜숙 옮김, 다케이치 야소오 기획 / 미디어창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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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을 처음 알게 된 건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자전적인 소설 《창가의 토토》를 통해서였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발달이 늦지만, 천진난만하고 호기심 가득했던 소녀 토토. 토토는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도모에 학원의 고바야시 소사쿠 교장 선생님을 만나 순수한 자신의 모습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다. 이와사키 치히로는 이 맑은 이야기에 삽화를 그렸고 《창가의 토토》에 고이 담긴 사랑과 배려를 그림을 통해 독자에게 이백 퍼센트 전달해주었다. 《창가의 토토》가 나의 초등학교 시절 인생책이 된 이유에는 이와사키 치히로의 일러스트 힘도 컸다고 생각한다.


 《눈 오는 날의 생일》은 창비의 자회사이자 유아동 그림책들을 번역 주로 출간하는 미디어창비에서 이와사키 치히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펴낸 그림책 중 하나다. 실제로 이와사키 치히로 본인도 겨울에 태어났으며, 저자가 겪은 유년의 기억과 합쳐져 만들어진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한다. 다섯 살 생일을 앞둔 아이 치이가 친구 생일파티에 갔다가 실수로 친구의 촛불을 대신 불어 꺼뜨린다. 그 바람에 치이는 하루종일 자책하지만, 소원했던 대로 자신의 생일에 눈이 내리자 실수를 잊고 다시 즐거워하며 친구와 가족으로부터 생일 축하를 받는다. 아이의 고민과 소망을 따뜻한 그림으로 표현한 동화다. 참고로, 책 표지의 그림은 엄마에게서 빨간 모자와 장갑을 생일 선물로 받은 치이의 얼굴이다.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은 그녀가 십 대에 배운 스케치 및 유화 기법과 이십 대에 배운 서예 기법을 접목해, 수채화와 수묵화를 결합한 독특한 화풍이 특징이다. 평생 어린이를 작품 테마로 삼은 그녀는 생전에 반전 및 반핵 운동에도 앞장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이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이와사키 치히로의 시선이 이 책에서도 물씬 느껴진다. 동화가 시작되기 전 책장 한쪽에 조그만 눈사람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 눈사람마저 톡 하고 건들이면 따뜻하게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내일 생일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엄마한테 말했지만
정말은 딱 하나 바라는 게 있어요

내일
새하얀 눈을 내려 주세요
내가 태어났던 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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