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 개정판
원태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원태연 시인이 1992년 발간한 첫 시집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를 보았다. 여태껏 원태연 시인의 시집을 완독한 적은 없었지만 인터넷 상에서 이미 많은 구절을 본 적이 있어 익숙했다. 시집의 제목도 마찬가지다. 책을 다 보고 나니 이 시집의 한 수는 역시 잘 지은 제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은 시집에 수록된 시 <알아!>에서 따온 것이다.


 시집은 당시 1020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지금까지 150만부 이상이 판매되어 밀리언 셀러가 됐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읽어보니 시류에 발맞춰 유머 섞인 시집을 냈던 자칭 '시팔이' 하상욱의 책과 비슷하단 생각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왓챠에서도 이 시집의 베스트 코멘트가 '20세기의 하상욱'이다.) 그는 정식으로 등단한 시인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편견으로 바라보면 안 되겠지만) 그의 시는 깊이가 없어 보였고 반복되는 단어가 많았다. 쉽게 쓴 듯 보였고 처음 사랑에 앓은 젊은이의 치기가 범람했다. (실제로 첫 시집의 시들은 그의 나이 21살에 쓰여진 시들이다.) 원태연 시인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여태 '오글거린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고 한다. 솔직히 나도 책을 읽는 내내 '오글거렸다.' 하지만 내가 단점으로 짚은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이 책이 시장에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150만부 기념으로 이 시집도 특별판이 나왔다.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with 일러스트> 판은 일러스트레이터 강호면과 함께 웹툰 형식으로 첫 시집을 재구성했다. 50편이 선별됐고 이야기 구조로 삽입된 일러스트가 부가된 것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시집은 내 마음에 썩 들진 않았지만, 특별판이 보고 싶기도 하다.



<그럼 안녕>

어떤 글은 원망도 했을 거고
어떤 글은 잊었다고도 했을 거야
마음을 비우고 돌이켜보면
우리 둘 누가 먼저 이별을 말한 것도 아닌데
내가 너무 약해져 있을 때
틈이 생겼나봐
그 틈이 오늘의 우릴 만들었고
널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겠어
그 정도까지 내 사랑이 깊었는지도 모르겠고
다만 참 좋은 애였다고는 남겨두고 싶어
널 처음 만난 날
그날의 나로 돌아왔나봐
다시 무딘 놈으로 말이야
그런데도
잃어버리면 큰일나는 걸 잃어버린 느낌이야
우리 다음 사랑이 찾아오면
지금 같은 실수는 하지 말자
우리 얘기는 이쯤에서 예쁜 추억으로 접어두고
찾아올 사랑에게 충실할 수 있는
마음을 준비하자
행복하게 사는 거 잊지 말고
그래 난 이만 갈게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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