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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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80세에 개인전을 열고, 100세에 세계적인 화가가 된 일명 ‘모지스 할머니’. 이 책은 그녀가 92세에 출간한 자서전(당시 미국에서 1952년 출간)과 그녀의 그림 67점을 엮어 만든 에세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기 그녀의 성장과정을 엿볼 수 있다. 1부에서는 어린시절 가족과 자연에서 뛰놀며 지냈던 시간들과 12살에 가정부가 되어야 했던 사정들이, 2부에서는 남편 토마스 모지스와 결혼해 남부 지역으로 이사를 하고 다섯 아이들을 키우는 나날들이, 3부에서는 자녀들을 모두 결혼시킨 뒤 그림을 그리게 된 모지스 할머니가 유명한 화가가 되어 라디오 출연부터 트루먼 대통령과의 만남까지 행복한 유명인사로 보내는 하루들이 펼쳐진다. 


 이 책을 읽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단연 제목이었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현재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내게 이처럼 힘과 용기를 주는 말이 또 있을까. 사실 이 책을 샀을 때만 해도 일을 하던 때였다. 일하면서 생각이 많아졌을 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위로받은 기분이 들었고,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소장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구매했다.


 처음에는 대단한 사건도 흥미로운 경험도 없이 누가 결혼을 했고, 농장에서 무슨 일을 했고, 어디로 이사갔고 그런 일들만 나열되어 괜히 책을 샀다는 감상이었다. 영양가 없는 일기를 지켜보는 기분에 심드렁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다보니 모지스 할머니가 살았다는 마을의 푸른 벌판이나 숲, 썰매 타는 풍경, 마을 축제, 벌목의 풍경, 화이트 사이드 교회, 시럽을 만드는 풍경들이 그녀의 그림과 함께 차분히 펼쳐졌고 점차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유명해졌을 때도 유명세에 별다른 뜻이 없었고 그저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삶을 즐겼던 모지스 할머니. 그녀의 낙관적인 삶의 태도가 그림에 그대로 묻어나 있어 감상자로 하여금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게 한다. 


 화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는 죽기 전까지 부지런히 그림을 그려 1600여점의 그림을 남겼다. 그녀의 근성과 열정, 손재주를 지켜본 바 굳이 그림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성공할 사람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직접 만든 버터, 감자칩, 털실 그림을 팔고 전시하던 사업 수완만 봐도 그렇다.(여동생도 그림을 잘 그렸다고 언급하는데 그 문장을 보면 유전적 손재주도 무시할 수 없다!) 모지스 할머니는 끊임없이 무언가에 도전했고, 부지런히 일했다. 참 열심히 사는구나 생각하고 있던 차에 어느새 그녀의 아들딸들이 장성했고 손자 손녀가 생겼고 그녀가 할머니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는 문장이 나오자 참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을 함께 체감했다. 인생이 바로 이런 것인가 보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의 남편 토마스는 그녀가 그린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쓸데없는 짓이라고 여겼고 못된 말을 하기도 했다. 허나 세상을 뜨기 몇 주전, <울타리 옆 파란 옷 입은 소년>을 보고 뜬금없이 그림이 좋다고 칭찬하더니, 그 후부터 그림을 그리는 모지스 할머니 옆에 딱 붙어 그림을 구경했다고 한다. 모지스 할머니는 자신은 남편 덕분에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회상하면서, 그이가 걱정스레 했던 말처럼 자신을 돌봐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그 말을 보는데 울컥 눈물이 날 뻔했던 기억이 있다.


 책에서 보고 좋았던 그림 몇 점을 사진으로 첨부한다. 그녀의 그림처럼 호젓한 자연풍경이 펼쳐진 어린시절은 아니었지만 나의 옛날을, 고향을 자연히 떠올리게 만드는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미국인들이 왜 그녀의 그림을 좋아했는지 절절하게 알겠다.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

내 삶의 스케치를 매일 조금씩 그려보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돌아보며 그저 생각나는 대로,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썼어요.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지요. 다 우리가 겪어내야 하는 일들입니다.

사람들은 내게 이미 늦었다고 말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이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이거든요.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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