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뚜껑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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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모토 바나나가 그려내는 반짝반짝 빛나는 여름, 지나치리만큼 이상적인 청춘, 일상에 묻어있는 행복 등속이 좋아서 그녀의 책을 지금까지 열심히 읽어왔지만 이제는 그 장점이 단점으로 보인다. 돈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으면서 '역시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돈이 필요해' 덧붙이는 마리의 어불성설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치며 거리를 두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책 <바다의 뚜껑>은 동명의 영화를 먼저 보고 접하게 되었다. 영화는 <카모메 식당>, <리틀 포레스트> 류의 슬로우 무비로, 비교적 조용하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지루한 영화라며 악평이 많은 편인데, 책을 본 입장에서 영화는 그나마 스펙타클한(?) 각색이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네 종류였던 빙수 종류가 영화 상에서는 두 종류로 조금 더 줄었다. 이건 후에 마리가 세상과 타협하며 딸기빙수를 만드는 엔딩을 부각시킨다. (책 속에서 비슷한 부분이라면 마리의 전 남친 오사무가 커피 빙수를 추천하는 장면 정도인데, 이마저도 마리는 '그래? 만들어볼까나~' 정도로 안일하게 여길 뿐이다.) 그리고 오사무가 돈에 지쳐 마을을 떠나는 장면, 하지메가 인형을 만들면서 아프리카로 떠나겠다며 결심하는 장면들이 책보다는 규모가 큰 사건들을 발생시킨다. 나는 영화쪽 각색의 사소한 디테일이 더 마음에 들었다.


 예쁜 문장의 나열에 불과하게 된 바나나 문학일지라도, 난 꾸준히 그녀의 책을 읽어갈 거라고 생각한다. 터무니없는 이상과 고향에 대한 애정, 바다와 여름을 녹여낸 묘사는 변함없는 그녀의 색깔이고 난 종종 그 색깔 묻은 책을 손에 들고 싶어지곤 하니까. 어쩌면 이것도, 하루종일 네 번이나 빙수를 먹은 적 있다는 마리처럼 일종의 중독 현상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바나나 중독!

앞으로 이곳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나는 이곳 땅을 쓰다듬는 기분으로 매일 내 두 발로 걸어 다니고 있다. 자그마한 사랑이 새겨진 장소는 언젠가는 꽃이 피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보다 큰 무엇 앞에서는, 하지메가 한 말대로 나는 떠밀려갈 뿐이다. 이 한때조차, 언젠가는 또 눈물 겨운 추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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