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페미니스트 - 불편하고 두려워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 사이행성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애초부터 모순된 존재이고, 나 역시 모순됐음을 인정해야 한다.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어찌 완벽하게 살아갈 수 있나. 저자의 말대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하는 것보다 나쁜 페미니스트라고 나 자신을 정의하겠다. 지금처럼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


 록산 게이가 대중문화에서의 콘텐츠를 비평하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서 모두가 찬양해 마지않은 <헬프>, <노예12년>,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고>를 신랄하게 까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소외계층이자 여성, 흑인으로서 그녀가 아프게 짚어낸 장면들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장면들이었다. 그녀는 할리우드가 흑인들의 아픈 역사를 채찍에 의해 '벌겋게 벗겨진 등'의 모습으로 전시하고 복수라는 장르를 위시해 카타르시스를 분출하면서 철저히 백인들의 시선으로 즐기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의 비평을 보고나니 시각의 폭이 더 넓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페미니즘에도 문제가 있고 결함이 있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시시각각 변하는 이 사회를 중심을 갖고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페미니즘은 나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게 해주었다. 페미니즘은 서로 자기 말만 하려고 아우성치는 이 세상에서도 내 작은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믿음을 갖게 해주었다.

우리가 당신을 망쳐 놓았다. 크리스 브라운이 여자 친구를 죽기 전까지 때리고도 고작 집행유예를 받고 2012년 그래미 무대에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올라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가 그 시상식에서 올해의 베스트 R&B 앨범 상을 받게 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 우리가 당신을 망쳐 놓았다. 찰리 쉰이 켈리 프레스톤에게 ‘실수로‘ 총을 쏘고, 섹스를 거부한 UCLA 학생의 머리를 때리고, 전 아내 데니스 리처드를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전 아내 브룩 뮐러에게 칼을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계속 영화에 출연시키고 텔레비전 쇼에 출연시켜 돈을 찍어 내게 만들어서 그렇게 되었다. 우리가 당신을 망쳐 놓았다. 범죄를 저질러 30년 이상 미국 입국이 금지된 로만 폴라스키에게 아카데미 상을 두 번이나 주었기 때문이다. (13세 소녀에게 술과 약물을 먹여 성관계를 함). 우리가 당신을 망쳐 놓았다. 마돈나를 폭행하고도 계속해서 비평가들의 극찬 속에 영화를 찍고 두 번이나 아카데미 상을 받은 숀 펜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어떤 페미니즘 이슈를 이야기하건 간에 나는 페미니스트다. 페미니즘의 절대적인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정할 수도 없고 부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모순적인 사람이지만 확실한 건 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개똥 같은 취급을 당하고 싶지는 않다는 점이다.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다. 페미니스트가 아예 아닌 것보다는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는 편이 훨씬 낫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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