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안녕달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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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의 제목은 김지은 그림책 평론가의 말에서 따왔다. 책을 다 보고 나니 이보다 더 적합한 말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랑은 가장 외로운 곳에서 시작된다.'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 <안녕>은 우리가 사랑하는 이와 만날 때 하는 인사, 사랑하는 이를 홀로 두고 헤어질 때 하는 인사 모두를 보여주는 가슴 따뜻한 책이다. 


 책은 한 소파에 앉은 젊은 소시지를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소시지는 자신과 꼭 닮은 작은 소시지를 식량으로 먹고 무럭무럭 자란다. 소시지는 또 다른 아이 소시지를 낳고 소파는 소시지 두 개로 가득찬다. 아이 소시지는 점차 할아버지가 되고, 처음 소파에 앉아있던 젊은 소시지는 어느새 늙은 엄마가 되어있다. 마치 영화 <업>의 유명한 오프닝을 다시 보는 듯 했다. 책은 어떠한 대사도 없이, 자세한 설명도 없이 소시지 할아버지가 노모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게 된 배경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 할아버지처럼 홀로 된 강아지가 있다. 다른 친구들이 모두 팔려갈 때 혼자만 주인을 찾지 못한 강아지는 할인 상품이자 헐값이 되어갔다. 결국 가게에서 찬밥 신세가 된 강아지는 길가에 버려진다. '혼자'가 된 소시지 할아버지는 이렇게 '혼자'가 된 강아지를 만나게 됐다. 비오는 날, 비에 쫄딱 젖은 강아지에게 자신의 우산을 챙겨주다가. 


 혼자 남은 것들을 끌어안고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는 그림책이자,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서로를 믿는 연대를 아름답게 그린 그림책이다. 소시지 할아버지와 강아지의 만남 뿐만 아니라, 이후 소시지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자리에서 '폭탄 아이'와 '불'을 친구로 만나는 강아지의 모습과 외딴 별 영사 기사와 새로운 삶을 꾸리는 소시지 할아버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나를 두고 떠나버린 사랑이 너무 보고싶고 그리워도 나는 새로운 사랑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내가 두고 온 사랑이 너무 안타깝고 걱정되어도 나는 새로운 사랑에게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안녕>처럼 치유와 힘을 건네받은 책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강아지가 혹여 자기를 먹을까봐 내내 강아지를 겁내며 우주비행사 옷을 고집하던 소시지 할아버지가 어느순간 강아지를 믿고 강아지를 끌어안는 장면이 참 인상 깊었다. 영사 기사에게 찾아가 "내 개가 보고 싶소."하고 말하던 소시지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았을 때는 울컥 눈물이 솟을 뻔 했다. 모두가 외면하는 폭탄 아이와 불이 소시지 할아버지가 앉던 소파에서 강아지와 놀아주는 장면에선 가슴이 찡했고, 폭탄 아이의 도화선이 꺼졌을 땐 나도 소시지 할아버지처럼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역시 잠든 강아지를 지켜보던 소시지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다. 책을 읽던 나조차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이따금씩 <어린 왕자>의 감성이 떠오르기도 했다. 다른 이들의 감상이 궁금해서 유튜브에 검색해보니 안녕달 작가가 직접 읽은 트레일러가 출판사 채널에 업로드되어 있었다. 해당 영상을 첨부해놓는다. 안녕달 작가의 또 다른 그림책 <수박 수영장>이 시립 도서관의 추천 도서로 더운 여름 내내 공지에 걸려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책 역시 추천 도서로 두고두고 회자될 그림책이라고 여겨진다. 아이들에게, 친구들에게, 우리 강아지에게도 이 책을 읽어주고 싶다.

어느 날, 한 소시지 할아버지가 와서 "내 개가 보고 싶소." 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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