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의 기묘한 몽상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27
이언 매큐언 지음, 앤서니 브라운 그림,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앤서니 브라운 책을 한창 찾아볼 즈음에 이 책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앤서니 브라운의 삽화와 더불어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점은, 부커상 수상작가 이언 매큐언이 쓴 동화라는 점! 읽어보니 이언 매큐언 작가 특유의 색깔이 많이 드러나는 동화는 아니다. 다만, 에피소드마다 이어지는 피터의 몽상과 백일몽 같은 이상현상들이 기이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 그자체로 독특한 색깔을 가진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터의 기묘한 몽상>에서는 챕터마다 피터의 새로운 몽상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주인공 피터는 걸핏하면 몽상에 빠지는 버릇이 있다. 오죽하면 자기의 몽상에 취해 동생 케이트를 버스에 두고 내린 적이 있을 정도.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몽상들은 진짜 '몽상' 그뿐이었는지, 현실에서 벌어진 일들과 '교차'되고 있는 건지 독자들을 헷갈리게 만들 만큼 실재와 꿈의 경계에 있다. 피터는 동생 케이트 방에 있는 인형들에게 위협 아닌 위협을 당하기도 하고(2. 인형들), 늙은 고양이 윌리엄과 몸이 바뀌기도 하며(3. 고양이), 귀찮고 시끄러운 가족들을 크림으로 지워 스스로를 고립시키기도 한다.(4. 지우는 크림) 호접지몽[胡蝶之夢]의 논리로 주먹대장에게 맞서 이기기도 하고(5. 주먹 대장), 케이트의 장난으로 아기와 몸이 바뀌어 곤혹을 치루기도 한다.(7. 아기) 


 몽상 소년 피터는 종국에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일시적으로 어른이 되어 상급생 그웬돌린과 데이트를 한 뒤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렇듯 '몽상을 꿈꾸는 소년의 나날'은 지나가고 있고 자신은 곧 '몽상 없는 어른'이 될 거라는 사실을 직감한 것이다. 해변에 모인 아이들 그룹과 어른 그룹 사이에 서서, 몽상 끝에 성장한 자신을 돌아보는 피터의 모습은 마치 유명한 성장소설 <슬픔이여 안녕>과 비슷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했다.


 가장 인상깊은 에피소드는 고양이 에피소드와 마지막 어른 에피소드였다. 열여덟 늙은 고양이 윌리엄이 피터와 몸이 바뀐 뒤 짧은 즐거움을 누리고 세상을 떠난 모습, 피터가 바다 앞에 서서 어른을 맞이하는 모습이 잔상으로 남는다. 그러고 보니 프롤로그에 따르면 피터는 '몽상 없는 어른'이 되진 않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몽상은 그치지 않았는지 그는 작가가 되었다. 동화에서의 이 설정이 괜스레 위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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