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아 남성향 라이트노벨인 줄 알았다면 애초에 안 읽었을 텐데. 원래 책에 대한 자세한 사전 지식 없이 독서를 시작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알게됐을 때 유일하게 접한 정보가 하필 이 책이 '서점대상 수상작'이라는 거였다. 일본의 '서점대상 수상작'들을 평소 신뢰했다. 서점직원이 추천할만큼 대중적이고 인상적인 베스트 셀러인 거겠지 싶은 기대도 있고, 실제로 지금까지 읽어 본 '서점대상 수상작' 작품들이 내 취향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스트셀러=작품성'이 아니란 걸 깜박하고 있었다. '서점대상 수상작' 타이틀만 믿고 무심코 읽었다가 '정말 취향과 동떨어진' 이 책과 단단히 부딪쳤으니 말이다. 일본에서 많이 읽혔으니 영화화에 애니화, 라이트 노벨치고 드문 일반판 출간까지 이루어진 것일텐데, 그렇다면 난 꽤나 일본 정서와 동떨어진 사람인가보다.


 우선 캐릭터가 생생하지 않아 아마추어가 쓴 글이라는 티가 확 난다. 주인공의 첫사랑인 '사쿠라'는 남성향 작품에서 종종 등장하는 시한부 미소녀 고등학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평면적인 인물이다. '???군'은 (후에 시가 하루키라는 이름을 밝히는데 작가는 왜 책의 결말까지 굳이 이 화자의 이름을 숨겼을까. 도통 모르겠다.) 그 미소녀와 한참 동떨어진 일종의 아웃사이더 클래스메이트다. 책은 아웃사이더가 미소녀의 췌장 병을 (병명은 또 왜 안알려줘. 몰입이 안 된다.) 알게 되면서 둘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미소녀가 병이 아닌 묻지마 살인으로 뜻밖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진부한 슬픔을 유도한다. 미소녀의 친구 쿄코와 하루키는 덕분에 친구가 되어, 인간에게 관심 없던 아웃사이더에게 진정한 친구가 생긴다는 결말이다. 


 이 유치하고 진부한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작가가 독자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고의적으로 지은 책의 제목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무슨 뜻인지 설명하는 부분이다. 내가 아픈 부분을 다른 동물에게서 얻어 먹고 보양하면 아프지 않게 된다는 미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둘이 만든 사랑의 은어인 셈. 하지만 나는 하루키와 사쿠라가 동시에 마지막 고백을 하는 장면 역시, 일상생활에서 절대 쓰지 않을 것 같은 말을 전한단 점에서 너무 어설프단 생각부터 들었기에 도통 설득되질 않았다. 그저 튀고 싶었던 신인 작가의 관종력이자 객기일 뿐. 


 하루키가 감정을 나열하는 나레이션들, 사쿠라가 '너무한 클래스메이트', '사이 좋은 클래스메이트'라고 부르는 호칭, '안 알랴줌'이라는 번역, '세상 제일 관심 없는 척', '건조한 척', '미소녀가 관심갖지만 난 아웃사이더니까 모른 척' 식으로 구는 주인공의 컨셉, 주인공이 호텔과 포옹 등에 과도히 부과하는 해석들이 내겐 오글거리고 부담스럽다. 하루키가 사쿠라의 공병문고를 읽고 나서 굳이 어머니의 허락을 맡아 으아아아아아 우는 장면에서는 실소가 터지기까지 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진짜 남성향 라이트노벨인 줄 알았으면 안 읽었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