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 부끄러움을 모르는 카리스마, 대한민국 남자 분석서
오찬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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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라는 논제를 한국 남자이자 사회학자인 저자가 '고등학생이 병영캠프를 가고 <여자들은 집에서 애나 봐라>는 두 가지 황망한 정서'로 엮어 설명한 책이다. 책은 교보문고 전자도서관을 통해 읽었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일상의 군대화'가 성별을 스테레오 타입으로 강화시키는 것에 대해 지적하고, 된장녀나 맘충, 김여사 같은 단어가 강자가 약자에게 붙인 치졸한 놀림이라고 일갈하며, 라이따이한과 코피노의 아버지 한국남자의 좆놀림에 대해 다룬다. 운전을 하는 여성은 왜 김여사로 불려야 했을까, 카페에서 친구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기혼 여성은 왜 손가락질 받아야 했을까, 강간이나 성폭력에 노출된 여성은 왜 그날 그때 무엇을 입었는지부터 거론되어야 했을까. 


 그래, 굳이 맞장구를 쳐주자면, 한국 남자는 가부장적 사회와 성평등 사회 어디에도 어울리지 못하면서 '불쌍해진' 면을 분명 가지고 있다. 문제는 사회가 어떻게 자신들을 'Ugly Korean Male'으로 만드는지 자각하지도 못한 채 자신들을 '불쌍한 존재'라며 스스로 동정하기 급급한 것이다. 그 한국 남자보다 아등바등 억눌려 사는 것이 한국 여자이다. 이건 감정적인 호소가 아니라, 이 책에서 언급하는 무수한 성불평등 지표-연봉 차이, 폭력 건수, 고위직 여성의 비율-가 말해주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사회의 포악스러움을 적극적으로 말하는 것을 외면한 채, 여자들 기에 눌려 산다면서 자신들의 ‘심리적 거세‘만을 말하기 바쁜 지금의 아버지들을 보고 아들들은 이상한 걸 배운다. 이들은 아버지가 할아버지만큼 화려하게 살지 못하는 ‘사실‘을 보고 지금의 세상이 여자들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 ‘여성 할당제‘, ‘여성 전용‘ 같은 말이 나오면 "요즘 세상에 누가 차별을 받는다고 그래?"라며 역차별을 운운한다. 이들은 가뭄에 난 콩이라서 주목받는 ‘매 맞는 남편‘, ‘여자 상사에게 성희롱 당한 남자‘ 사례를 잘도 기억했다가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절대 다수가 여자라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분명한 사회 현상을 애써 외면한다. 그래서 남녀 간 벌어지는 폭력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유난 떤다고 비난한다. 이런 태도야말로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망각한 것이 아닐까.

현대사회의 가치인 ‘양성평등‘이라는 말은 이 기울기가 ‘과거에 비해‘ 달라졌다는 것이지 ‘수평‘하다는 뜻이 아니다.
게다가 이런 변화의 조짐이 더욱 탄력 받아야 마땅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뭔가 변화에 발맞춘 주장이 나오면 ‘역차별‘이란 단어로 공격하는 남자들, "여자는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을 주장하니 그런 여자를 싫어하는 건 나의 당연한 권리다"라는 막말을 쏟아내면서도 그것이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으니 말이다.
리베카 솔닛의 표현을 빌리자면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언어가 혐오 발언을 보호하는 데 쓰이는 실정이다.‘ 정희진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종, 젠더, 계급 간의 위계에서 약자에 대한 강자의 표현의 자유는 혐오 범죄일 뿐이다. (……) 표현의 자유는 보편적인 권리가 아니라 보편성을 향한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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