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살림)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를 본 지 꽤 되었는데, 읽은 지 근 6개월 만에 독파했다. 그만큼 자주 지지부진해져 힘들게 읽었던 책이다. 아무래도 결말을 알고 있어서 그랬나 보다. 하지만 루가 윌에게 처음 면도를 해주는 장면, 윌이 루 생일선물로 꿀벌 스타킹을 주는 장면, 윌의 전 여자친구 결혼식 습격 장면이나 휴가를 떠난 곳에서 천둥을 바라보는 장면 등 좋아하는 장면들에선 푹 빠져서 읽곤 했다.


 영화를 볼 때는 윌이 루에게 대뜸 유산을 남기고 떠나는 결말에 대해 황당하다 못해 크 무진장 부럽다! 느꼈지만, 책을 통해 더 세세한 사정들, 감정들을 목도하게 되니 이건 이거대로 좋은 결말이었구나 하고 인정하게 됐다. 특히 윌이 루에게 쓴 마지막 편지가 나를 굉장히 설득시키더라.


 읽는 내내, 과거 '건강한 육체로 화려한 삶을 살았던 자신'을 사랑했던 윌이 '휠체어로 규정된' 현재의 스스로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과 그 고통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더불어 존엄사를 다뤘던 여러 영화들도 재차 떠올리게 됐는데, 난 그때나 지금이나 존엄사를 희망하는 윌과 같은 사람들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느낀다. 내가 지금 당장 손가락 하나가 없어져도, 귀 한 쪽이 없어져도 겪는 수치심과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텐데 윌은 오죽했을까. 경마장 장면에서와 같이, 네이선과 루의 도움 없이는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흙탕물에 질척이는 휠체어 바퀴를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그 무력감은 얼마나 끔찍한 것일까. 윌과 같은 사람에게는 도저히 견디기 힘든 인내였을 거고, 삶이 그 힘든 인내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기분이었을 거라 짐작해본다.


 책을 보고 나니 영화가 꽤 잘 만들어졌던 것 같다. 사운드 트랙도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기회 되면 영화도 다시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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