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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 게렌발 지음, 강희진 옮김 / 우리나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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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화가 나고 너무 분통이 터진다. 오사를 무너뜨렸던 폭행과, 그녀가 스스로 버려야만 했던 정체성 재건 일화를 읽으면서 오사를 괴롭혔던 그 나쁜 놈이 집행유예에 보호관찰 처분밖에 받지 않았다는 점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그녀는 일생을 뒤바꿀 정도로 큰 상처를 입었는데 그 남자는 제대로 된 처벌조차 받지 않은 셈이다!
가스라이팅이 이렇게나 무섭다. 물리적인 폭력 뿐만 아니라 가스라이팅을 담은 언어 폭력 역시 폭력이다. 가스 라이팅은 잉그리드 버그만이 출연했던 영화 <가스등>에서 유래된 말로,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에게 고의적으로 상처를 입히고 그녀를 피해망상을 가진 정신이상자로 몰고 가 그녀로 하여금 자책과 무력감에 빠지게끔 만들었다. 이 책의 저자 오사 게렌발도 영화와 마찬가지로 애인이 내뱉는 가스라이팅에 정신이 피폐해졌고, 때문에 애인에게서 폭행을 당할 때마다 자신이 잘못된 길에 빠졌고 그가 위험한 인물이란 걸 이미 깨달았으면서도 바로 그와 이별하지 못한다. 그녀는 이미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 주체성과 자신에 대한 확신 자체를 전부 잃었기 때문에.
도처에 이토록 가식적인 남자들이 널려있다는 사실과, 사랑을 기대했던 여성들이 가스라이팅을 인지 못한 채 그가 칭찬해줄거야 하는 마음으로 지금도 여전히 가슴 속 깊이 참고 있을거란 사실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지옥에서 살아남은 오사 게렌발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오사 게렌발과 같은 일을 당했고, 당하고 있을 여성들에게도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밖에서 우리는 완벽한 커플로 보였다. 우리는 항상 둘이 붙어다녔다. 어떻게 우리가 행복하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시간이 나는 대로 그를 만나러 달려갔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행여 내가 다른 사람들과 말이라도 섞을까봐 불안해할 테니까. 나는 항상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대뜸 내가 다른 남자들을 쳐다본다고 생각할 테니까. 나는 항상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내가 심통이 나 있거나 뭔가 불만이 있다고 여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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