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누런 벽지
샬롯 퍼킨스 길먼 지음 / 더라인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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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여자는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지만 남편 존과 친오빠로 대표되는 남자들은 그런 여자의 고통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되려 '남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소유한' 글쓰기, 사교활동 등의 모든 지적활동을 가로막음으로써 여자의 병을 악화시킨다. 그리고 자신들의 결정과 억압이 여자에게 얼마나 파괴적으로 작용하는지 그것 또한 인정하지 않는다. 그저, 마치 시체처럼, 여자에게 잠을 권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강요할 뿐이다.


 그러니, 여자는 제 방의 찢어지고 기형적이다 못해 그로테스크한 무늬의 누런 벽지를 유일한 동료로 삼아야만 했다. 여자는 벽지를 보자마자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꼈지만, 그러한 첫 감정에서 나아가 점차 누런 벽지와 망가진 자신을 동일시하고 누런 벽지의 무늬 속에서 어떤 여자의 형상을 본다. 이는 주인공 여자의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고, 주인공 여자처럼 갇힌 채 살아야 했던 그 시대 수많은 여자들의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결말에 이르러 여자는 남편이나 자신의 하녀 제니가 벽지를 만지는 것조차 싫어할 만큼 벽지를 아끼게 된다. 이는 더 이상 타인이 자신을 조종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벽지 밖으로 나온 여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기어다닐지언정, 이 움직임은 내 다리와 내 의지로 꿋꿋하게 바닥을 딛은 채 행하는 나의 움직임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인공 여자가 저를 보고 기절한 남편 존을 넘어갔듯이, 나도 내 앞을 막아서는 사회적 편견과 억압들을 넘어서고 싶다.



나는 하던 대로 계속 기어 다니면서 어깨너머로 존을 바라보았다.
"당신과 제니가 막았지만 내가 마침내 나왔어. 벽지를 거의 다 뜯어냈으니 나를 도로 집어넣지는 못할걸!"
기절할 건 또 뭐람. 여하튼 남자는 기절했고 하필 벽을 따라가는 내 길목을 막으며 쓰러지는 바람에 나는 매번 그의 몸을 기어서 넘어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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