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삼각지대에 갇힌 사회

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책을 읽고 든 생각.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이 정말 이런 곳인가? 이렇게 야만적인 자본주의가 판치는 나라인가? ” 분노하고 허탈하고 답답했다. 소설은 재벌의 불법적인 비자금 조성과 비자금을 통한 전방위적 로비의 추악한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몇해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어느 대기업의 비자금사건이 떠오르는 건 당연했다. 당시 뉴스로 전해들은 내용들이 소설 속 인물과 사건을 통해 구체적으로 아니, 노골적으로 그려진다. 설마 이렇게까지 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 수법은 악랄했고, 자본과 물질에 영혼과 도덕을 파는 인간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못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TV뉴스를 장식하는 불법증여, 비자금조성, 불법정치자금 등의 추문으로 기업인, 정치인, 관료들이 법정에 서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기업하는 사람을 욕하기도 한다. 하지만 잠깐 그때 뿐, 먹고살기 위해 기업에 고용된 우리는 기업이 얼만큼씩 던져주는 자본의 달콤한 향기와 소비와 향락속에 물든 “돈이면 최고”라는 물신주의에 눈과 귀가 멀어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이 컸고,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국민경제에 더 이상 부담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법원의 판결문을 당연시화 해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기업에서는 “여러분,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해서 경제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입니다.”라는 광고를 내보내며 기업의 편법, 탈법, 불법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유야무야 잊혀지게 만들어 버린다.

작가는 재벌-관료-정치가 만들어낸 견고한 철의 삼각(iron triangle)안에 이루어지는 자본의 탐욕과 불의, 그리고 그러한 것들에 대해 바보스러울 만큼 착하게 자발적 복종을 하는 우리들을 고발한다. 그리고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우리들에게 일성을 날린다. 정의로운 사회, 경제민주화를 위해 행동하라고! 부도덕한 기업의 제품에 대해서 불매운동을 하고, 투표장에서만 나라의 주인이 되지 말고 시민단체를 후원하고 활성화해서 모든 권력기관을 이중 삼중으로 감시하여 진정한 나라의 주인이 되자고 말한다. 그렇게 해야 사람이 사람답게 살수 있는 세상이 열린다고 말한다.

불의에 훼손된 시대정신을 되살리고, 현재의 불의에 붓으로써 또는 행동으로 앞에나서 대항하는 것이 진정한 작가고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또한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나만 잘살면 된다는 보신주의를 경계하면서 불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이면 다된다는 천민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모두가 방관자로써 살지 말고 적극적인 참여자로써 살아가자고 이야기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 안에서 더욱 공감을 얻고, 커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