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기아문제를 쉽게 풀어쓴 우리시대의 슬픈 자화상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기아 ; 굶주림, 먹을것이 없어 배를 곯는 것. 현재를 사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에게 기아라는 단어는 친근한 단어가 아니다. 역사책이나 어른들의 이야기, 그리고 9시뉴스나 다큐멘터리 속에서 가끔 접하는 단어일 것이다. TV화면 상에서 비춰지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어린이를 보며, 잠시 동정의 눈길을 보내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가 당면한 문제가 아니니까 모른 체, 나랑 상관없는 체 눈길을 거두게 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세계적 기아문제에 대한 실상을 보여준다. 기아문제를 친철히 설명해주기는 하지만 책은 우리에게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한 행동을 구체적이며 적극적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단지 우리와 멀리 떨어진 공간에서 이뤄지는 비인간적인 문제를 알기쉽게 이야기해준다. 또한 기아문제의 심각성과 더불어 기아문제를 만들고, 재생산하는 사회구조를 비판하며, 신자유주의 시대가 낳은 괴물인 초국적 거대 금융자본의 과두지배라는 구조적 문제를 고발한다.

그럼 무슨일을 해야 하나요?

무엇보다도 인간을 인간으로서 대하지 못하게 된 살인적인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엎어야 해. 인간의 얼굴을 버린 채 사회윤리를 벗어난 시장원리주의 경제(신자유주의), 폭력적인 금융자본 등이 세계를 불평등하고 비참하게 만들고 있어. 그래서 결국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나라를 바로세우고, 자립적인 경제를 가꾸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한거야.(p.152)

세계적 문제하면 온난화, 대형 재난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는 우리 생활에도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기아문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당면한 문제가 아니라 그저 먼나라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아문제도 결국 세계의 구성원인 우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편협한 시야를 넓혀 인류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만, 책의 내용이 TV다큐멘터리 정도에서 그치는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좀더 구조적인 기아의 문제점에 대해 파헤치고, 실천적 대안까지 제시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