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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링허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
양칭샹 지음, 김태성 옮김 / 미래의창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바링허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는 중국의 80년대생(바링허우)의 삶을 이야기한다. 바링허우는 고속성장의 시대에 태어났지만 그 성장의 사다리를 누구나 다 올라가지 못했다. 이는 지금 한국의 현실과도 같다. 흙수저, 금수저, 사다리 걷어차기 등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은 겉은 화려했지만 속은 텅빈 강정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바링허우가 태어난 시기는 어떻게 보면 전환의 시대였다.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수는 있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에 쉽게 적응할 수 없는 시기. 집단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유를 추구할 수 있었고 그 자유는 새로운 자신의 존엄성을 높여줄 수 있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지금 바링허우에게 그런 희망은 점점 사라졌다. 한국으로 보자면 과거 <시크릿>, <아프니까 청춘이다>식의 사고는 더 이상 현실이 되기에 어려웠다.
“개인적 노력의 의미는 유효한 시간 안에 사회가 인정하는 이익과 자본을 얻어내는 데 있다. 1980년대까지만해도 이러한 노력의 성공 가능성이 보였다면, 2010년 중국의 일반 청소년에게서는 아무런 희망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저자는 자신의 전공인 인문학을 활용하여 바링허우 시대를 살펴본다. <투즈챵의 개인적 비극>, <1988: 나는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작렬지>, <파동>, <집>, <반가공 부부> 등 다양한 중국 소설을 다룬다. 중국 소설을 잘 모르더라도 저자가 이 소설들을 통해서 말하고 자 맥락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중간 중간 인용되고는 소설의 내용은 지금 한국의 80년대생의 삶과 크게 다를 게 없어보였다.
“그녀는 잠도 자지 않고 잠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는다. 일도 하지 않고 공부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뜻을 선의로 해석할 줄도 모르고 눈빛의 의미도 모른다. 그녀는 성인이라고 볼 수 없다.”
실패, 허무, 침묵 등으로 점철되는 바링허우. 하지만 이면에는 저항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바링허우. 그리고 이렇게 될 수 없게 밖에 만든 사회의 구조. 이 속에서는 바링허우는 샤오즈(화이트칼라나 사회에서 일정한 부와 지위를 갖춘 사람들)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두 개의 거대한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하나는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자본의 약탈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갈수록 고착화되는 특권계층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 바링허우들이 처한 세계사적 위치다.”
저자는 말한다. 이제 샤오즈가 되어야겠다는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바링허우가 처할 수 밖에 없는 이 현실에서 벗어나 ‘새롭게 역사와 사회에 참여하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이다.
책에는 저자가 생각하는 바링허우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실제 바링허우와 인터뷰한 내용도 있어서 중국의 현실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인터뷰를 통해 또 한 번 중국의 바링허우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의 현실과 닮았다는 생각도 다시 들게 만든다.
“낮은 집 처마 밑에서는 큰 나무가 자랄 수 없는 법이거든요.”
“성공하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닙니다. 고생이 더 보편적이지요. 저희들 같은 농촌 출신들은 아무런 자본도 없기 때문에 밖에 나오면 자기 몸뚱어리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지요...지금은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요.”
“그럴듯한 가정배경 없이 잘 사는 사람은 드뭅니다. 집안에서 물려받는 것 없이 자신만의 능력으로 성공하는 일은 특히 드물어요. 사회 도처에 황금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분명 우리는 과거보다 좋은 환경에 살고 있고 기회의 평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출발선이 달라 기회의 평등은 과정을 평등하게 만들지 않고 격차는 무력감을 만들어낸다. <바링허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는 중국의 이야기이지만 한국에 대입해도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