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블로그에서 나가 아름다운 청소년 13
아그네스 함머 지음, 전재민 옮김 / 별숲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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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에서 나가]


[두 사람만 모여도 한 사람 바보 만들기는 쉽다.]


[2016. 3. 13 ~ 2016. 3. 17 완독]


[별숲 출판사 서평단 활동]





사이버 모빙

: 온라인 상에서 특정인에게 가해지는 집단 폭력.

 내 프로필에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나의 거만함을 비웃고 경명하거나 혹은 정육점에 내걸린 고기를 보고 이야기하듯이 비키니를 입은 내 몸매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를 내렸다.

p124


 SNS 왕따라는 단어를 들어본적이 있을 것이다. (#링크 카톡 왕따에 대한 기사) 기술의 발달로 인해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 폰을 이용하고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폴더 6년째 쓰고 있는 1 人) 이로인해 더욱더 성장을 하고 있는 인터넷 세상에서는 다양한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장점은 던져버리고 단점에 대해서 살펴보자.


 SNS(페북, 카스, 트위터 등)의 과도한 개인 정보 유출, 진실의 유무와는 상관없는 마녀사냥, 흑백논리의 키보드배틀, 각종 혐오주의의 확산 등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새로운 사회적 문제슈가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일반적으로 신체적/정신적인 성장 수준이 온전히 성장하지 못한 청소년이 이러한 문제에 여과없이 노출이 되어있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나이가 많다고 성장을 하는 것은 아님을 다들 알고있죠?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는 대부분의 악플은 성인이 많다는 점이 좋은 예죠. #링크 : 악플러와의 인터뷰)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는 청소년 층에서는 메신저를 이용하여 대화를 하는 것이 많이 전파되어 있고, 짬이 나는 시간을 SNS와 같은 인터넷 세상에 투자함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정체성을 정립하고 확인받고자 하는 심리가 강하다. (쓰다보니 성인도 예외는 없네? 성인도 똑같다고 보면 된다.)


 인터넷 관계라는 새로운 관계가 나타남에 따라 등장한 단체 채팅방에서 쫓아내기, 채팅방 초대하지 않기 같은 SNS왕따(카톡 사용인구가 많기 때문에 흔히 카톡 왕따라고 알려져 있다. )가 문제로 대두되었다. 인터넷 세상의 자신과 현실의 자신을 동일 선상에 놓고 있는 청소년(or 성인)은 자신에 대한 평가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리고 넋놓고 있으면 ㅂㅅ되기 일쑤라 가만히 냅둘 수도 없는 현실이다. 


 더우기 한번 업로드가 되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인터넷의 속성으로 인해 자신의 행동의 잘못 유무를 스스로 확인하기도 전에 타인의 지적과 호통이 난무할 수도 있다. 가장 문제인 점은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작성이 되는 것이 인터넷에 올려져 퍼지고 있을 때는 손쓸 여지도 없이 일명 마녀사냥과 신상털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소규모 학교나 마을 단위가 아닌 국가적/ 지구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율리, 넌 시건방진 걸레야. 모두들 너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 슈튀프7 -

p60

 나는 계속 걸었다. 그런데 누가 내 목을 조를 것만 같았다. 다시 꿈속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슈튀프가 당장이라도 뒤에서 목을 움켜쥘것만 같았다.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p189

 엄마는 설마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한 걸까?

인터넷에 접속하지만 않으면 별일 없을 거라고?

p225


 이러한 문제점의 단면을 보여주는 책이 <내 블로그에서 나가>이다. 학교에 다니고 있는 여러 인물 (리자, 율리, 제바스티안 등)의 1인칭 시점이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가 흘러간다. 처음에는 멋진 남자를 두고 질투를 하는 두 여학생, 밴드의 드러머를 새로구하는 이들, 음악과 관련된 블로그가 있다, 친구들과 즐겁게 놀기도 하고 남 뒷담화도 까는 등의 청소년기에 겪음직한 일들이 나열된다.


 그러나 율리에게 슈튀크7이라는 아이디로 온갖 비방과 욕을 하는 메일이 오고, 자신이 원하지 않은 사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프로필 사진으로 인터넷에 업로드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인터넷 상에서 벌어지는 지속적인 익명의 인신공격과 협박, 부정적인 평가들로 인해 율리는 일상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내린다.


 슈튀프7이 나에 대해 말한 게 어쩌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p66

 갑자기 온몸 근육이나 뼈가 하나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p92

 아무런 보호막없이 여린 피부에 와닿는 온갖 자극에 상처받고 아파하고 있는 것이다.

p115

 부모에게 조차 쉽사리 말할 수 없는 인터넷 상의 공격으로인한 심리적 변화가 이러한 사이버 상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유년기/청소년기의 경험이 사람의 인생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침을 알고 있다면 단순한 인신 공격 문제 이상의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많은 것을 시사한다.

 

 표현의 자유라는 가면속에 숨어 다른 사람을 비방하고 비판하는 모습들을 근절하기 위해 많은 대책이 나오고 법령도 강화되고, 인터넷 예절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역시 실효성은 아직이라는 느낌이다.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놀이 공간의 여러 문화와 익명성을 통한 다양한 의견도 좋지만, 결국 그 뒤에 있는 것은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는 교훈을 주는 책. 특히 인터넷의 사용이 더딘 기성세대가 인터넷을 바라보는 인식과 인터넷 사용자의 성향이 잘 표현되어 있는 점도 흥미롭다. (분명 최신 기술은 청소년층으로 갈수록 활용을 잘한다, 그리고 확! 관심을 가졌다가도 확! 식어버리는 것이 인터넷 세상..)


 <내 블로그에서 나가>라는 책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집필되었다고 하더라도, 나이와 연령을 불문하고 기본적인 에티켓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분명 인터넷은 현대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될 정도로 커졌다. 하지만 이를 잘 활용하는 법을 알고 배워야 할것이다. 괜히 흑역사 만들지 말고.. (#링크 윌스미스의 일침) 고소 당하고 울지말고...



 아마도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핫한 사이트가 아닌것 같았다. 하긴 이제 시들해 질 대도 되었겠지.

p233

 침묵은 오히려 상처를 덧나게 할 수도 있다.


덧. 고소를 하자. ATM기 만들어 버려!





+ 이 리뷰는 <별숲> 출판사 서평단 (yes24 리뷰어) 활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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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 싶다 - 물건을 버리고 삶을 선택한 10인의 미니멀 라이프 도전기
미니멀 라이프 연구회 지음, 김윤경 옮김 / 샘터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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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 싶다]


[내 삶을 되찾는 미니멀 라이프]


[2016. 3. 12 완독]


[샘터 출판사 서평단 활동]





 물욕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p129

 '아무것도 없는 방'은 쓸 데없는 물건이 전혀 없는 방, 좋아하는 물건만으로 채워진 방을 뜻합니다. 미니멀 라이프란 이렇게 좋아하는 물건만 남기고 생활을 단순하게 바꿈으로써 마음과 사고까지 정리하는 일입니다.

p6


 가족의 품을 떠나 자취를 해보면 혼자사는데 많은 물건이 필요함을 느낄 수 있다. 이불, 청소기, 칫솔, 밥그릇, 슬리퍼, 빨래집게 등등 당연하게 집안(고향집)에 있었던 물건들을 사용했었다. 그러다 혼자 살면 가끔 필요하나 사용횟수가 많지 않은 계륵과 같은 품목이 생기기 마련이다.(소주잔?) 그래도 필요하니 하나둘씩 사모으면 생활은 윤택?해지나 비좁은 방이 더 비좁게 되어 필요없는 물건을 처분하면 다시 필요할 경우가 생기니...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 날 수가 없었다.


 많은 물건을 관리하는데에 시간과 품을 드는데 한정된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정리하기는 기적에 가까우니 마지막에는 포기하고 물건들을 한쪽으로 몰아넣는 것으로 끝이 날 것이다. 이러한 참사를 조금이나마 줄이고자하는 마음이 미니멀 라이프라는 생활 양식을 탄생시킨 것이 아닐까?



 물건이 많다 > 정리할 것이 많다 > 정리하다가 하루가 다간다(못할수도..) > 어억...! 슬프다!

 물건이 적다 > 정리할 것이 적다 > 다른 것을 할 여유가 생긴다 > 해피!

 꼭 여행자의 배낭과 같다. 최소한의 물건으로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며 필요없는 것은 과감하게 빼거나 버리는 자세. 여행의 즐거움은 짐의 무게와 반비례하니까 말이다. (무거우면 돌아다니기 힘들다)


 최소한의 물건으로 극한의 효율을 뽑아내는 절약을 외치지는 않는다. 물건의 가짓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사용자의 마음에 꼭 드는 품질과 세련됨, 그리고 효용성을 겸비한 물건만이 선택받을 수 있으며, 이런 물건은 심사에 심사를 거쳐 선택이 되었기 때문에 언제보아도 만족할 것이다.


 어쩌다 보니 미니멀 라이프에 속하는 필자의 경험을 들어보자면, 지금도 쌓이는 책을 고르고 골라 다시봐도 좋은 훌륭한 책으로 책장을 채우고 있는 점. 나머지 책은 팔거나 선물로 주어 처분을 해나가니 책장에는 일정한 권수를 유지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추천할만한 좋은 책만 가지고 있다랄까? 리뷰를 쓰는 것도 그런 작업의 일환이니까. 그런데 책이 줄지는 않네? 분명 처분하는데 왜 자꾸 쌓이지?


 물건을 모으며 그것에 만족하던 시절에는 정말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에요. 생활을 바꾸고 부터는 하루하루가 너무 만족스러워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가고 싶어요.

p164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여러 인물을 통해 그저 비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에 지배당하는 삶을 벗어나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온전히 몰두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 <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 싶다>의 핵심적인 문구가 아닐까.


 여러 삶을 엿보고 자신에게 맞는 미니멀 라이프를 한번 찾아보기 바란다.


+덧. 책에도 언급된 유루리 마이의 만화책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 와 <100개 만으로 살아보기>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 이 리뷰는 <샘터> 출판사 서평단 활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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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박선경 그림 / 마음산책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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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다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2016. 3. 13 완독]


 

 


 그에겐 그 달달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했다.


 이렇게 짧은 호흡의 이야기 모음집은 처음 읽어 봤다. 짧게는 2장에서 길어봤자 4장을 넘지 않는 어린이 동화보다 짧은 이야기가 생소했다. 그리고 미치도록 작가의 의도가 미치도록 궁금했다. 작가의 손에서 떠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제목을 달고 출판이 되었기 때문에, 작가의 주제 의식이 무엇일지라도 받아들이는 독자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 그래서 작가의 의도는 독자가 내리는 결론에 있어 방향 참고점이 될 뿐이지 목표점은 될 수가 없다.


 그런데, 정말로 오랜만에 참고점이 목표점된 책이 아니였나 싶다. 좀 읽으려고 하면 끝나는 어마어마한 호흡을 자랑한 이야기들을 헤치우며(?)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무엇을 찾기 보다 책을 꿰뚫는 무엇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심지어는 꼼꼼하게 등장 인물을 노트에 적기도 했다. (읽지 않아도 좋다.)



"그 아이가 예전부터 태연 양에 대해서 험담을 많이 했습니다. 인터넷 게시판 같은 곳에서도 ……. 그래서 제가 참을 수 없어서 ……."

p23

​우리집 막내는 제 엄마가 빨래가 되어버렸다는 말을 했습니다.

p48

​ "저기 그러지 마시고요. 선생님. 여기 벤치에 앉아서 저하고 같이 고등어나 한 마리 구워 드시죠. 어차피 라이터도 저 주셔서 번개탄 붙이기도 어려울 텐데 …… 뭐, 그냥 허기나 채우자고요. 별도 좋은데."

p71

 선생은 어머님께 얼마 만에 한번 씩 찾아 갔습니까? 딱 그 주기에 한번씩 선생 어머님 마음에도 불이 켜졌겠지요. 여기도 이승과 똑같습니다. 그럼, 전 이만.

p108

소녀시대 태연을 욕했다고 사람을 때리고 경찰서에 있는 삼촌팬.

베란다에 간이 침대를 놓고 살다가 세상에서 사라진 아내.

중요한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나온 어느 엄마에게 순전히 장난으로 계약하러 나온 청년.

해변가 성수기의 악덕 사장.

시의원에 다시 출마하려는 친구를 말리려는 친구.

SNS에서 '새로운 삶(거짓된 삶)'을 살고 있는 남편.

이제는 곁에 없는 나의 사랑스러운 멍멍이.

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잃은 가장.

친척과 화투, 그리고 화(火).

아들의 현란한? 축구 실력에 찬란한 프로 축구 선수를 꿈꾸는 김칫국 드링킹 아빠.

치매걸린 윗집 할머니와 층간소음.

술 먹고 아내를 피해 도망가 노숙하는 남자.

엘리베이터를 쓸 수 없는 치킨 배달원 알바.

퇴직 후 귀농한 아버지와 먹을 수 없는 사료용 옥수수.

어버이날이 생일인 아들. (비슷한 예로 크리스마스가 생일인...)

학교가기 싫은 아이.

학부모 상담 주간과 '학부모' 상담.

편의점 아프바이트 하는 여대생.

자신의 책을 도둑질하는 여자와 함께 도망가는 어느 작가.

한국의 술문화에 쪄드는 어느 외국인.

등등


...

..

.

.

..

...

 책은 웃음과 눈물의 절묘함을 보여준다고 했다. 허탈했지만 뭉클하기도 했고, 흐뭇하지만 달달하기도 했으며, 평범했지만 비범했다. 그리고 그 모든 등장 인물은 어디선가 만났을 만한 우리의 이웃이다. 책을 모두 읽었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똑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게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적이다. 그래서 웃음과 눈물의 절묘함은 비릿함과 서글픔으로 대체되었다.


 인간은 과거보다는 미래가 좋겠지...라는 미래지향적인 마음을 지니고 살아간다. 이러한 마음이 삶을 살아가는 근원적인 원동력이 되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하는데, 알다시피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사실 미래가 좋았다는 것은 꿈과 동의어로 놓아도 될 정도로 이상(理想)이고, 과거와 현실에서 우리는 그냥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찰나의 행복을 찾고 인격 도야하고... 뭐 그런거지.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와 우리의 이웃을 그려낸 작가는 짧은 호흡의 이야기를 통해 이렇게 얘기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다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결국 우리가 살아가야할 삶의 일부분이라고... 결국 먼 길을 돌고 돌아 찾은 작가의 의도는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제목이었다. 그래도 ... 지킬 것은 지키고 고쳐나갈 점은 고쳐야 겠지만.. 웃음보다는 슬픔이 짙게 베이는 책에서 나는 달달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했다.




"이게 왜 …… 이런 일들이 생긴 거죠?"






+ 이 리뷰는 (인터파크 신간리뷰단) 활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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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김지현 / 레드스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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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


[흔들리는 것은 소녀가 아니고 우리가 아니였을까?]


[2016. 3. 12 완독]


[레드스톤 출판사 서평단 활동]



"엄마가 정신없던 사이에 많은게 변했어요."

p158


 70억이 넘는 사람의 수 만큼이나 다양한 개성이 있다는 것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러나 성별이나 연령으로 인간을 세분화 시키면 OO은 XX해야 한다는 사방이 막힌 방에 도달하게 된다. 다른 말로 해볼까? 분명 비슷하더라도 완전하게 같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는 최근의 형편에서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라는 말은 편견에 가깝다는 말이다.


 한 명의 사람은 자라온 환경, 성격, 부모, 친구, 경험, 가치관 등과 같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완전하게 같은 사람이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이는 순수해야하고 어른은 강인해야 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이 흥미롭다. (나도 이러한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미안해, 엄마. 나는 엄마한테 아무것도 안 바래" (원래 '바라'인데 어감이 좀 이상해서...)

​  

 <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툭 튀어나오더라.

 자신의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 빌리가 집에 들어가지 않고 집 밖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그레이스라는 여자 아이와 인사를 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빠는 없고 약물 중독인 엄마는 침실에 누워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가정에서 자라난 그레이스는 어떤 모습일까?


 가족이라는 가장 작고 중요한 울타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아이는 아무리 누군가가 돌봐준다고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가슴 한편이 비어있을 것이다. 그런 아이의 눈에는 이미 세상의 풍파를 모두 겪은 애어른의 그것이 자리잡고 있어 비릿한 웃음만이 입가에 걸려있을 뿐이 일반적인 이미진데... 그레이스는 밝다.


 분명 아이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밝다. 물론 약물 중독인 엄마의 상태로 인해 짙고 검은 빛이 있어도 그 짙음을 상쇄시킬 정도로 아름답고 밝은 빛을 느낄 수가 있었다.



 "장담하는데 모든 사람들이 너를 좋아해"

 "아니요 .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에요."

p55

 "내가 너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야"

 "어떤 점이 좋아요?"

 "너는 용감하잖니."

p63

 "무슨 이유로 나에게 그런 일들을 해주겠어요?"

 "우리가 이웃이어서 그러지 않을까요?"

p286 


 아무도 서로를 돌보지 않는, 아니 서로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아파트가 품고 있는 그레이스라는 아이로 인해 변화한다. 서로의 존재도 모르고, 가끔은 싸우기도하며,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던 아파트 사람들은 그레이스가 품고 있는 빛으로 인해서 격동의 시기에 들어서게 된다.


 그레이스를 돌보고 위안이 되어준 레일린과 스페인어를 가르쳐 준 펠리페, 탭댄스를 가르쳐준 빌리, 댄스플러워를 만들어준 래퍼티, 옷을 만들어준 힌맨 부인. 모두 아무런 조건없이 어여쁜 그레이스를 위해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빌리는 그레이스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엄청나게 빠른 걸음으로 복도르 지나고 계단을 내려가서 그 끔찍한 여자가 사는 집 문을 크게 두드렸다.

p197

 사람들이 혼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한 모임이에요.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말이죠. 우린 다 혼자 살잖아요.... 네 명이나 있는데 왜 혼자 있는 거죠?

p208 


 단순히 그레이스가 행복하게 살았다로 소설은 끝나지 않는다. 빛은 그레이스 뿐만아니라 아파트 사람들에게 까지 비춘다. 사람을 믿지 못하고 집 밖으로 한발자국도 나오지 못했던 빌리는 이웃과 대화도 하고 밖에도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펠리페와 레일린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는 등 그레이스 효과는 엄청난 시너지를 불러온다.


 그레이스와 아파트 사람들, 최종보스 엄마에게도 닿은 아름다운 빛으로 인해 변화하는 사람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한 책 <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 흔들리는 것은 소녀가 아니고 우리가 아니였을까? 가까이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을 되뇌어 주는 책.


 우리가 외면해버리고 마침내 잃어버렸던 타인에 대한 관심이 나를 감싼다.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밀어내었던 타인. 위로 올라가기 이해 밟아버렸던 타인. 나를 위해 애써 외면했던 타인. 과연 그들에게 다시 손을 내밀 수 있을까? 아니 수줍은 손을 내밀어 본다.



그레이스는 안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기운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p363

 "세상이 다시 커진 것 같아. 집안에 있을 때는 세상이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았거든. 하지만 이제는 늘 세상이 크다고 생각해. 집 박에서 큰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 내가 다시 돌아오기를 ... (중략) 별들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별은 늘 그자리에 있는 것이니까."

p404



<사용하지 않은 책 속 한마디>​


잘못된 일에 뭔가 변화를 주는 거라면 최소한 옳은 일이 될 가능성이 있는거지.

p155


나중에 잘하겠다는 약속하는 것만으로는 안 돼

 p158


나는 당신을 딱 두번만 상대하면 그만이었지만 당신은 그런 자신과 매일을 살아야 했을 테니까요. 당신이 딱하고 안됐다고 생각해요.

p265


그레이스는 냉큼 빌리의 품에서 내려와 빌리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생기가 가득한 그 눈동자는 빌리가 기억하던 그대로였다. "우리 언제 춤춰요?"

p399



+ 이 리뷰는 <레드스톤> 출판사 서평단 (yes24 리뷰어) 활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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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로들의 집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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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로들의 집]


[우리를 진짜로 만들어주는 그곳]


[2016. 3. 10 ~ 2016. 3. 12 완독]


[문학동네 출판사 서평단 활동]



​ 그즈음의 내 인생이란 비 내리는 아침에 난데없이 유실물 처리장으로 끌려간다 해도 다리 불평이나 저항을 할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p8

사람이 늙는다고해서 모두 현자가 되는 건 아니라네.

p23


 요즘에는 실제로 흡연자라고 하더라도 사회적 인식이 좋지않아서 공식적으로 피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더러 있는데 작가 사진 속에 당당하게 등장하는 담배라.. 잘못이라는 것이 아니라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한 프로필 사진이랄까? 뭐가 평범하냐고? 예를 들자면 상당한 시간을 팔짱끼고 35°몸을 비틀어 정면을 바라보는 김중혁 작가의 프로필 사진이 되시겠다. (죄송..사랑해요! 김.중.혁!) 그리고 담배에 대한 찬반은 각자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이 되기 때문에 자세하게 다루기는 싫고, 올린 세금으로 흡연 구역이나 많이 만들어 놔라라는 것이 짤막한 의견이랄까. (참고로 나는 비흡연자다.)

 머릿속으로 심장을 상상해보자.

어떤 모습이 되던 붉고 따뜻하며 강하게 쿵쾅거리는 심장은 인간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신체일 것이다. 그럼 이제 심장을 2차원 동그라미로 변환하고 심장의 이미지를 생(生)이나 삶쪽에 두지말고 사람의 마음으로 통일을 해보자. 그려지시는가? 그리고 가슴에 랜덤하게 구멍을 송송 뚫어주자. 완성!

 그런데 웬 구멍이냐고? 성인(聖人)이 아닌 이상 인간은 최소 한개 이상 마음의 구멍이 있지 않겠어? 그게 없다면 과거에 대한 후회도, 실연에 대한 아픔도 느낄 수 없겠지. 인생을 괜히 희로애락(喜怒哀樂)으로 표현하지는 않지. 자! 평범한 우리의 동그란 마음이 완성되었다.



누구나 얼마쯤은 환상에 매달려 사는게 아닐까요? 자아라는 것도 어쩌면 허상에 불과한지도 모르고요.

p38


 <피에로들의 집>은 몇개씩은 구멍이 숭숭 뚫린 평범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속칭 마마로 불리는 어느 여사의 눈에 들어 아몬드리 하우스의 1층의 북카페를 맞은 반 객식구이자 반 집사 취급을 받는 전직(퇴물)극작가인 나. 해외로 사진 촬영을 나가는 사진 작가 윤정과 곧 있으면 군대를 가는 휴학생 윤태. 고등학생 정민과 괴팍한 성격의 마마와 그녀의 친척 현주가 같은 하우스에 사는 입주민이다.


 아몬드리 하우스라는 공간에 살고 있는 등장인물의 알려지고 싶지 않은 마음의 구멍을 하나씩 꺼내놓으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단순함만이 그려지고 있었다. 스릴러같은 빡빡한 긴장감이나 로맨스 같은 달콤함,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성취감과 고양감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아 평범함 그 자체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아무런 연고도 없는 타인을 끌어안는 마마라는 사람이 좀 특이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가니 마마의 아몬드리 하우스는 단순한 건축물 이상의 의미가 되어있었다. 등장인물이 가진 마음의 구멍은 특별하지만 흔하다고 인식이 될 정도로 도처에 널려있는 그런 것이였으나, 그 다양한 종류와 크기의 구멍을 가진 인물들이 아몬드리 하우스 안에서 부대끼며 메워져 가는 모습이 좋았다.



 남들보다 조금 더 안정적이고 조금 더 기득권을 갖고 살아가기 위해 그 동안 경쟁적으로 자신을 소모시키면서 살아왔던 거죠. 나 자신이나 주위의 다른 사람들은 돌아볼 겨를도 없이 말예요.

p91

 

 우리의 삶이 빡빡한 것은 삼청동자와 삼신할매도 다 알것이다. 바른생활에 나오는 이상적인 사회의 대척점에 서있는 전쟁터인 지금의 현실에서 타인을 생각하는 것이 어느 정도나 가능할까? 물론 사회는 함께 살아가는 것이고 서로가 좋게좋게 살면 좋겠지만 남의 공을 가로채거나 인격 모독/ 희롱이 많다는 인식이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아 할때 가야할 길이 멀기만 느껴진다.


 이런 사회에서 알려지지 않은 도원향인냥 아몬드리 하우스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간의 끈끈한 초코파이 정(情)은 책을 덮고 나서도 소소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직업을 제외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성격의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그곳에서 각자의 마음이 하나로 포개어 진다면 아무리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 할지라고 충분히 메워질 수 있다는 점이 와닿는다.


 함께 살지만 혼자고 혼자있지만 함께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인간이 태어나서 홀로 살아가는 동물임을 인식하면서도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함을 표현하는 문구라고 생각한다. 즉, 우리는 함께여야만 홀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 아닐까?


 피에로는 진한 분장을 하거나 가면을 쓴다. 진짜 자신은 껍데기 안에 감춰버리고 관객이 원하는 무명의 피에로로 분해 연기를 펼친다. 그리고 어둠이 깔리고 막이 내려가면 무대의 뒷편으로 돌아와 다시 진짜 자신을 꺼내어 볼 수 있는 피에로. 자신을 숨기고 가면을 쓰고 사회로 나아가는 우리네 모습이 꼭 피에로와 같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 피에로들이 가면을 벗고 진짜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아몬드리 하우스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몬드리 하우스.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다.


 일단 집을 나서보려고요. 사실 미리 무언가를 계획하고 살 여유가 없었어요. 서울에 올라오고 나서 저는 오로지 생존이 목표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느 날 그게 목적이 돼 있더라고요. 어찌됐든 살아남는거 말예요. 그게 어떤 삶을 의미하는지도 선배도 짐작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지향 따위를 가슴에 품고 살 여유가 없었죠.

p143




<쓰지 못한 책 속의 한마디>​


"그녀는 지금 악마처럼 외로워" "외롭지 않다면 악마가 아니죠. 악마들은 피곤해" p80


타인의 배려에 의해 급조된 안정감과 일상의 활력을 온전히 내 것으로 수용하기 힘들었다. p87


후회는 기회가 남아있는 사람들한테나 주어지는 일종의 특권 같은게 아닐까요?p106


사람이 자신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면, 결국 남이 나서서 거들어줘야하지. 그 때 거드는 사람은 손에 먼지나 흙을 묻힐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종종 생기지. p135



+ 이 리뷰는 <문학동네> 출판사 서평단 (인터파크 신간리뷰단) 활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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