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로들의 집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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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로들의 집]


[우리를 진짜로 만들어주는 그곳]


[2016. 3. 10 ~ 2016. 3. 12 완독]


[문학동네 출판사 서평단 활동]



​ 그즈음의 내 인생이란 비 내리는 아침에 난데없이 유실물 처리장으로 끌려간다 해도 다리 불평이나 저항을 할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p8

사람이 늙는다고해서 모두 현자가 되는 건 아니라네.

p23


 요즘에는 실제로 흡연자라고 하더라도 사회적 인식이 좋지않아서 공식적으로 피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더러 있는데 작가 사진 속에 당당하게 등장하는 담배라.. 잘못이라는 것이 아니라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한 프로필 사진이랄까? 뭐가 평범하냐고? 예를 들자면 상당한 시간을 팔짱끼고 35°몸을 비틀어 정면을 바라보는 김중혁 작가의 프로필 사진이 되시겠다. (죄송..사랑해요! 김.중.혁!) 그리고 담배에 대한 찬반은 각자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이 되기 때문에 자세하게 다루기는 싫고, 올린 세금으로 흡연 구역이나 많이 만들어 놔라라는 것이 짤막한 의견이랄까. (참고로 나는 비흡연자다.)

 머릿속으로 심장을 상상해보자.

어떤 모습이 되던 붉고 따뜻하며 강하게 쿵쾅거리는 심장은 인간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신체일 것이다. 그럼 이제 심장을 2차원 동그라미로 변환하고 심장의 이미지를 생(生)이나 삶쪽에 두지말고 사람의 마음으로 통일을 해보자. 그려지시는가? 그리고 가슴에 랜덤하게 구멍을 송송 뚫어주자. 완성!

 그런데 웬 구멍이냐고? 성인(聖人)이 아닌 이상 인간은 최소 한개 이상 마음의 구멍이 있지 않겠어? 그게 없다면 과거에 대한 후회도, 실연에 대한 아픔도 느낄 수 없겠지. 인생을 괜히 희로애락(喜怒哀樂)으로 표현하지는 않지. 자! 평범한 우리의 동그란 마음이 완성되었다.



누구나 얼마쯤은 환상에 매달려 사는게 아닐까요? 자아라는 것도 어쩌면 허상에 불과한지도 모르고요.

p38


 <피에로들의 집>은 몇개씩은 구멍이 숭숭 뚫린 평범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속칭 마마로 불리는 어느 여사의 눈에 들어 아몬드리 하우스의 1층의 북카페를 맞은 반 객식구이자 반 집사 취급을 받는 전직(퇴물)극작가인 나. 해외로 사진 촬영을 나가는 사진 작가 윤정과 곧 있으면 군대를 가는 휴학생 윤태. 고등학생 정민과 괴팍한 성격의 마마와 그녀의 친척 현주가 같은 하우스에 사는 입주민이다.


 아몬드리 하우스라는 공간에 살고 있는 등장인물의 알려지고 싶지 않은 마음의 구멍을 하나씩 꺼내놓으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단순함만이 그려지고 있었다. 스릴러같은 빡빡한 긴장감이나 로맨스 같은 달콤함,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성취감과 고양감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아 평범함 그 자체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아무런 연고도 없는 타인을 끌어안는 마마라는 사람이 좀 특이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가니 마마의 아몬드리 하우스는 단순한 건축물 이상의 의미가 되어있었다. 등장인물이 가진 마음의 구멍은 특별하지만 흔하다고 인식이 될 정도로 도처에 널려있는 그런 것이였으나, 그 다양한 종류와 크기의 구멍을 가진 인물들이 아몬드리 하우스 안에서 부대끼며 메워져 가는 모습이 좋았다.



 남들보다 조금 더 안정적이고 조금 더 기득권을 갖고 살아가기 위해 그 동안 경쟁적으로 자신을 소모시키면서 살아왔던 거죠. 나 자신이나 주위의 다른 사람들은 돌아볼 겨를도 없이 말예요.

p91

 

 우리의 삶이 빡빡한 것은 삼청동자와 삼신할매도 다 알것이다. 바른생활에 나오는 이상적인 사회의 대척점에 서있는 전쟁터인 지금의 현실에서 타인을 생각하는 것이 어느 정도나 가능할까? 물론 사회는 함께 살아가는 것이고 서로가 좋게좋게 살면 좋겠지만 남의 공을 가로채거나 인격 모독/ 희롱이 많다는 인식이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아 할때 가야할 길이 멀기만 느껴진다.


 이런 사회에서 알려지지 않은 도원향인냥 아몬드리 하우스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간의 끈끈한 초코파이 정(情)은 책을 덮고 나서도 소소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직업을 제외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성격의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그곳에서 각자의 마음이 하나로 포개어 진다면 아무리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 할지라고 충분히 메워질 수 있다는 점이 와닿는다.


 함께 살지만 혼자고 혼자있지만 함께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인간이 태어나서 홀로 살아가는 동물임을 인식하면서도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함을 표현하는 문구라고 생각한다. 즉, 우리는 함께여야만 홀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 아닐까?


 피에로는 진한 분장을 하거나 가면을 쓴다. 진짜 자신은 껍데기 안에 감춰버리고 관객이 원하는 무명의 피에로로 분해 연기를 펼친다. 그리고 어둠이 깔리고 막이 내려가면 무대의 뒷편으로 돌아와 다시 진짜 자신을 꺼내어 볼 수 있는 피에로. 자신을 숨기고 가면을 쓰고 사회로 나아가는 우리네 모습이 꼭 피에로와 같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 피에로들이 가면을 벗고 진짜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아몬드리 하우스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몬드리 하우스.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다.


 일단 집을 나서보려고요. 사실 미리 무언가를 계획하고 살 여유가 없었어요. 서울에 올라오고 나서 저는 오로지 생존이 목표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느 날 그게 목적이 돼 있더라고요. 어찌됐든 살아남는거 말예요. 그게 어떤 삶을 의미하는지도 선배도 짐작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지향 따위를 가슴에 품고 살 여유가 없었죠.

p143




<쓰지 못한 책 속의 한마디>​


"그녀는 지금 악마처럼 외로워" "외롭지 않다면 악마가 아니죠. 악마들은 피곤해" p80


타인의 배려에 의해 급조된 안정감과 일상의 활력을 온전히 내 것으로 수용하기 힘들었다. p87


후회는 기회가 남아있는 사람들한테나 주어지는 일종의 특권 같은게 아닐까요?p106


사람이 자신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면, 결국 남이 나서서 거들어줘야하지. 그 때 거드는 사람은 손에 먼지나 흙을 묻힐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종종 생기지. p135



+ 이 리뷰는 <문학동네> 출판사 서평단 (인터파크 신간리뷰단) 활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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