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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ㅣ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박선경 그림 / 마음산책 / 2016년 2월
평점 :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다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2016. 3. 13 완독]
그에겐 그 달달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했다.
이렇게 짧은 호흡의 이야기 모음집은 처음 읽어 봤다. 짧게는 2장에서 길어봤자 4장을 넘지 않는 어린이 동화보다 짧은 이야기가 생소했다. 그리고 미치도록 작가의 의도가 미치도록 궁금했다. 작가의 손에서 떠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제목을 달고 출판이 되었기 때문에, 작가의 주제 의식이 무엇일지라도 받아들이는 독자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 그래서 작가의 의도는 독자가 내리는 결론에 있어 방향 참고점이 될 뿐이지 목표점은 될 수가 없다.
그런데, 정말로 오랜만에 참고점이 목표점된 책이 아니였나 싶다. 좀 읽으려고 하면 끝나는 어마어마한 호흡을 자랑한 이야기들을 헤치우며(?)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무엇을 찾기 보다 책을 꿰뚫는 무엇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심지어는 꼼꼼하게 등장 인물을 노트에 적기도 했다. (읽지 않아도 좋다.)
"그 아이가 예전부터 태연 양에 대해서 험담을 많이 했습니다. 인터넷 게시판 같은 곳에서도 ……. 그래서 제가 참을 수 없어서 ……."
p23
우리집 막내는 제 엄마가 빨래가 되어버렸다는 말을 했습니다.
p48
"저기 그러지 마시고요. 선생님. 여기 벤치에 앉아서 저하고 같이 고등어나 한 마리 구워 드시죠. 어차피 라이터도 저 주셔서 번개탄 붙이기도 어려울 텐데 …… 뭐, 그냥 허기나 채우자고요. 별도 좋은데."
p71
선생은 어머님께 얼마 만에 한번 씩 찾아 갔습니까? 딱 그 주기에 한번씩 선생 어머님 마음에도 불이 켜졌겠지요. 여기도 이승과 똑같습니다. 그럼, 전 이만.
p108
소녀시대 태연을 욕했다고 사람을 때리고 경찰서에 있는 삼촌팬.
베란다에 간이 침대를 놓고 살다가 세상에서 사라진 아내.
중요한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나온 어느 엄마에게 순전히 장난으로 계약하러 나온 청년.
해변가 성수기의 악덕 사장.
시의원에 다시 출마하려는 친구를 말리려는 친구.
SNS에서 '새로운 삶(거짓된 삶)'을 살고 있는 남편.
이제는 곁에 없는 나의 사랑스러운 멍멍이.
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잃은 가장.
친척과 화투, 그리고 화(火).
아들의 현란한? 축구 실력에 찬란한 프로 축구 선수를 꿈꾸는 김칫국 드링킹 아빠.
치매걸린 윗집 할머니와 층간소음.
술 먹고 아내를 피해 도망가 노숙하는 남자.
엘리베이터를 쓸 수 없는 치킨 배달원 알바.
퇴직 후 귀농한 아버지와 먹을 수 없는 사료용 옥수수.
어버이날이 생일인 아들. (비슷한 예로 크리스마스가 생일인...)
학교가기 싫은 아이.
학부모 상담 주간과 '학부모' 상담.
편의점 아프바이트 하는 여대생.
자신의 책을 도둑질하는 여자와 함께 도망가는 어느 작가.
한국의 술문화에 쪄드는 어느 외국인.
등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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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은 웃음과 눈물의 절묘함을 보여준다고 했다. 허탈했지만 뭉클하기도 했고, 흐뭇하지만 달달하기도 했으며, 평범했지만 비범했다. 그리고 그 모든 등장 인물은 어디선가 만났을 만한 우리의 이웃이다. 책을 모두 읽었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똑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게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적이다. 그래서 웃음과 눈물의 절묘함은 비릿함과 서글픔으로 대체되었다.
인간은 과거보다는 미래가 좋겠지...라는 미래지향적인 마음을 지니고 살아간다. 이러한 마음이 삶을 살아가는 근원적인 원동력이 되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하는데, 알다시피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사실 미래가 좋았다는 것은 꿈과 동의어로 놓아도 될 정도로 이상(理想)이고, 과거와 현실에서 우리는 그냥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찰나의 행복을 찾고 인격 도야하고... 뭐 그런거지.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와 우리의 이웃을 그려낸 작가는 짧은 호흡의 이야기를 통해 이렇게 얘기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다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결국 우리가 살아가야할 삶의 일부분이라고... 결국 먼 길을 돌고 돌아 찾은 작가의 의도는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제목이었다. 그래도 ... 지킬 것은 지키고 고쳐나갈 점은 고쳐야 겠지만.. 웃음보다는 슬픔이 짙게 베이는 책에서 나는 달달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했다.
"이게 왜 …… 이런 일들이 생긴 거죠?"
+ 이 리뷰는 (인터파크 신간리뷰단) 활동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