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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하나님, 결혼 - 성경이 말하는 결혼과 남녀 관계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지음, 원마루 옮김 / 비아토르 / 2019년 6월
평점 :
[비아토르]에서 출판된 많은 책들 중에서, 특별히 브루더호프의 에버하르트 아놀드와 그 손자,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의 책들을 리뷰할 수 있다는 점은 내게 있어 신이 나는 일이다. 이전에는 읽어보다 나의 생각과 다르다 느껴지는 책들은 리뷰를 고사하거나, 비평이라도 해달라는 부탁에 마지못해 동의하는 부분을 찾아내느라 고생했던 적이 있었다. 이번 신간 <성, 하나님, 결혼>을 리뷰하기로 결정하고 책의 서문을 읽는동안, 다시 한 번 그러한 고생이 재현될까 잠시 고민했다. 왜냐하면 저자는 서문을 통해 "오늘날의 성과 결혼에 대한 문화는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부분에서 나 또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서와 양심을 가지고 이러한 문화 속에서 잘 살아내면 성과 결혼이란 부분에서 하나님께 칭찬받기 좋은 사람"이 될 줄 알았던 내 기대가 낙제점을 받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낙제점이 절망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왜냐하면 "나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저자의 진지함과 한결같음"으로 인해 이 책을 읽는 시간은 흥미로웠다. 돌이켜보면, 가벼운 만남을 추구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다른 이들의 만남을 응원하더라도 나의 개인적인 사건들에서는 가벼워지고 싶지 않았다. 저자는 이러한 태도가 "개인의 차가 아닌, 하나님과 우리의 모습을 기록한 성서에 기반을 둔" 반응이라고 설명한다. 공허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닮는, 선물로 주신 성을 훼손하지 않는 '우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점이 공감하면서도, 도저히 현실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주제였다. 40여 년을 자신의 절반이라 표현한 '버레나 아놀드' 여사와의 관계를 이어오고, 수많은 상담자들, 특히 성과 결혼에 대한 고민을 지닌 이들을 상담해 온 그의 입장을 20대의 내가 오롯이, 또한 밀레니엄 세대의 입장으로 전부 받아들이긴 어려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나는 저자의 진실한 서술로 인해 뜨거운 화두인 동성애, 낙태, 혼전성관계, 이혼과 재혼 등에 대한 저자의 주장을 인정한다. 그의 입장은 "복음주의 기독교인"으로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고, 가정을 사랑하며, 무엇보다 공동체를 사랑한 지난 시간과 현재를 반영하고 있는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이러한 화두에 있어서 꽉 막힌 자세를 고수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 책의 최대의 장점은 뒤이어 이어지는 '스터디 가이드'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존 스토트' 신부의 글들을 가장 좋아하는데, 그의 글들은 항상 맺으며 생각해 볼 점들을, 토론할 내용들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신간 <성, 하나님, 결혼>에서 제공해주는 기쁨과 유사하다.
모든 부분에서 동의를 구하긴 어렵다. 여전히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의 주장이 이전 세대가 우리에게 충고하는 고리타분한 성/결혼관일 수 있다. 마치 내가 서문을 읽으며 이 책의 리뷰를 진지하게 거절해야 할지 고민한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그 이유는 "사랑의 근원은 하나님이심을 믿기 때문"이다. 사회적 현안들에 대해 저자의 생각이 지나치게 전통적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나의 이러한 생각들 속에서 여전히 좋은 공동체, 곧 하나님과 상관있는 공동체를 열망하는 마음이 있기에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의 충고는 더 좋은 남성이 되고자, 아니 그 이전에 사람이 되어 가정과 사회 속에서 공동체를 꾸려나가야 하는데 가치있는 이정표로 다가온다. 동의하지 않더라도 들을 수 있고,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자체가 "브루더호프"로 부터 이어져 온 공동체의 덕목이 아닐까 돌이켜 보며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