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 노동인권 변호사가 함께한 노동자들의 법정투쟁 이야기
윤지영 지음 / 클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클 #안녕하세요한국의노동자들 #윤지영변호사 #직장갑질119 #25년서평 #도서제공📚

"노동자를 위해 일한다면서 정작 내 노동에는 무관심했다." 프롤로그 속 저자의 독백은 서평을 작성하기 위한 독서의 시간 내내 마음의 부채의식으로 남았다.

우리 사회의 노동인권을 위해 투신하느라 자신의 울타리에는 무관심 할 수 밖에 없었음이 책의 곳곳에 서려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무관심은 사실 우리 사회의 무관심에 갇힌 이들을 위한 관심을 위한 숭고한 희생이었음을 본서를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이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노동자의 편에 서서 바쁜 세월을 보낸 저자의 7년의 인고가 담긴 저서니, 더욱 의미를 더하면 좋겠다.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은 너와 나, 우리의 안녕을 바라는 진심과 안부를 기원하는 바람이 담겼다. 이는 몸과 마음을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지닌 저자의 성품이 묻어나는 정직한 제목이다. (p.6)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의 법학과 출신이라는 타이틀보다 지면의 한계로 다루지 못한 노동자들의 이야기, 또 책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이 무력한 피해자로만 읽히진 않을까 걱정하는 저자의 진실함을 기억한다. 그 진실함에 이끌려 옴니버스식의 11가지 재판 속으로 향하면 타오르는 분노와 삼켜야만 했던 슬픔, 그와중에도 사람됨을 잃지 않기 위한 웃음이 피어나 있다. 어쩌면 우리의 감정은 사람을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나는 9번째, '누구나 누리는 권리를 누릴 권리'란 제목으로 <이주노동자 노예제도 사건>의 재판에 시선이 갔다. 기본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었고,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공개변론이 진행되며 저자의 시선을 따라 긴박하게 흐르는 법정의 이야기가 잘 전달되었다. 재판 중 만나게 되는 정부측 변호사가 한때 노동운동에 함께했던 대학 선배였다는 이야기도 목회세습 반대를 하다 경험한 개인적인 기억이 겹치며 공감이 되는 영역이었다.

나는 이 이야기에서 보편타당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경험한다.
먼저 외국인 근로자의 과도한 임금 상승 방지를 위한 목적에서의 법률제도는 자유시장 경제질서에 반하며, 정당한 보상을 막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저자의 의견에 깊이 공감한다. 아울러 (이 재판의 화두인)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횟수를 제한한다고해서 내국인의 일자리가 보호되는 것도 아님은 자명하다. 왜냐하면 외국인 근로자가 변경하는 (대다수의) 사업장은 내국인을 찾지 못하여 외국인을 고용하는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p.223)
그럼에도 "외국인에게는 기본권이 없다. 헌법은 국민을 위한 것인데 어떻게 외국인에게 기본권이 있는가? (p.226)"라는 질문처럼, 비자를 발급받은, 정확히는 E-9, H-2 등의 비자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국민으로서의 권리는 존재하지 않으며, 불공정한 고용을 제시하고, 위법한 요구를 일삼으며, 이직을 대가로 돈을 갈취하는 사장들은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권리를 보장받는다는 현실에 안타까움만 내뱉는 것이 죄스럽다. 이것이 보편타당하단 끄덕임과 현실의 고개숙임이 교차하는 지점임을 알게 한다.

때론 법정투쟁의 결과에 따라 환희와 무력함을 오가는 감정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러한 투쟁 속에 노동인권이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이 책에 기록된 선배 노동자들, 그리고 기록되지 않았더라도 함께 숨을 쉬고 땀 흘리는 이 땅의 노동자들이 일궈낸 노동인권의 증진은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가치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나는 구약성서 속 오홀리압과 브살렐에 관한 말씀을 전하는 걸 참 좋아했다. 주어진 본문은 그들의 재주를 통해 하나님(하느님)의 일을 했다는 것이지만, 이와 함께 성서 속 이름이 기록되지 않았어도 함께 땀 흘린 이들의 수고를 잊지 말자는 말을 더하였던 기억이 있다. 기록되지 않았더라도. 우리 모두가 역사에 이름이 기록되는 삶을 살진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성실하게 살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건 아니다. 그저 오늘을 살아내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 담기엔 종이가 모자르기 때문이겠지.

(오래된 찬송가 속 가사처럼)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으면 다 기록할 수 있으려나? 그것 또한 장담할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신을 갖는다면, 오늘도 고단한 삶을 마무리하고 단잠에 든 노동자들에게, 또 지금 이 시간에도 노동으로 밤을 지새우는 우리 모두에게 하나님(하느님)의 평안이 주어지길 바란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