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세기
스튜어트 크레이너 지음, 박희라 옮김 / 더난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테일러를 기점으로 해서 100년간의 경영학의 변천을 이야기하고 있다. 경영학이 경제학등의 여러 학문들의 풀 속에서 빠져나온 시점으로 잡는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에서 시작해서, 포디즘, 호손 실험, 마케팅, 조직이론, 품질운동 등의 여러 분야를 두루 섭렵하는 내용은 여느 경영학 개론서보다도 응집력있는 내용을 제공한다.

이 책만 놓고 정독하면 일단 경영학의 전반적인 흐름과 주요 분야(재무와 MIS부분은 누락되어 있지만)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경영학에 있어서 어떤 것이 이슈인가, 또 어떤 것이 전통적인 견해인가를 이 책에서는 잘 정리하고 있다. 미국 중심적이긴 하지만, 경영학이 태동하고 가장 발달한 곳이 미국인 만큼 이 점은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기술적인 문제를 몇가지 가지고 있다. 번역의 질이 초반에는 괜찮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또, 전문단어들을 잘 번역하기는 했지만, 사소한 단어들을 놓치고 있는 경향도 보였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점은, 서명을 언급한 부분을 그대로 직역하는 바람에, 이 책들을 찾아보려는 사람에게 상당한 부담을 준다는 점이자. '다섯 고리의 책'은 미야모토 무사시의 유명한 병법서인 '오륜서'의 번역이고, 현재 이 책은 국내에도 나와 있다. 또, 리델 하트의 'Strategy'나 클라우제비츠의 'On War'같은 책들을 인용하면서도 이 책의 국내 번역명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어리둥절한 이름으로 인용하고 있었다. 하다못해 근처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찍어보았다면 이정도로 어이없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해도 이 책의 원서 자체는 충분히 좋은 내용이고, 또 번역자와 감수자의 번역도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예비 경영학도들과, 경영학에 뜻을 가진 분들, 그리고 경영대학원을 준비하는 분들은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그러나, 이 한권으로 경영의 모든 분야를 알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점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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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세계 제2차대전사 1 - 휘날리는 하켄크로이츠
이대영 지음 / 멀티매니아호비스트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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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훌륭한 입문서라 할 수 있다. 딱딱한 수치적, 그리고 논문적인 말투를 배제하고, 흡사 논픽션 오락물을 읽듯이 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며, 비록 유럽전선만으로 한정되었지만 전쟁의 정황을 충실히 묘사하고 있으며, 단순한 전황의 나열이 아닌 각종 에피소드와 증언, 그리고 역사, 문화적 요소를 적절히 인용하여 열거하고 있다.

특히, 2차대전에 관련한 국내 저술중, 이정도로 큰 그림을 제시하여 주는 책은, 70년대~80년대 초반에 나왔던 부담스러운 전집류를 제외하면(이들은 대부분 단순 번역서) 이 책이 사실상 유일한 실정이다. 즉, 현재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국내 서적으로는 이 책 뿐이라 할 수 있으며, 이것만으로도 이책의 가치는 상당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책은 아니다. 이 책의 핵심적인 원전은 20년도 더 된 '타임-라이프 2차대전 시리즈'라는 30권에 달하는 번역서이다. 지금도 2차대전에 흥미를 가진 매니어들이 헌책방을 뒤져 구한다는 이 책은, 풍부한 사진과 삽화, 다양한 에피소드와 증언을 모은 서술, 그리고 단순한 전황이 아닌 전시생활이나 정치, 외교등을 망라하여 정리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알기쉬운 세계 제2차대전사'는, 여러 보충자료를 통하여 보강되긴 하였지만, 그 기축은 이 책에 그 근거를 둔다 할 수 있다. 그런고로, '타임-라이프 2차대전 시리즈'의 장점과 단점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이다.

그런고로, 이 책은 그 기저가 상당히 낡은 서구 중심의 해석과 사실열거에 치우쳐 있고, 또 저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독소전에서 독일에 우호적인 견해가(이는 종종 일서에서 강하게 나타나지만) 눈에 띈다. 즉, 소련측 견해가 미비한 편이고, 최근의 2차대전의 해석이 그리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또한, 지나치게 에피소드, 증언에 의존하고 서술의 평이함에 집착한 나머지, 전쟁사적 접근에 대해서 취약한 특성이 보인다. 특히, 주요 전투들(eg. 빌레르 보카쥬 등)의 전술도나 커다란 작전의 묘사도가 지나치게 단순화되거나, 누락되어 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점은 비전문가나 교양적 접근을 하려는 이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으며, 각각의 전투에 지나치게 양을 할애하여 분량을 늘리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지만, 그만큼 책의 깊이가 얕아지고, 각 전투나 작전의 상황에 대하여 이해를 약화시키는 약점을 안게 된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치는 여전히 높다.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면서도 오도되거나 부정확하게 알려진 2차대전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비록 낡은 시각이나 편린적이긴 해도 더 적절히, 그리고 부담없이 알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은 최고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낡은 책의 리뉴얼이라는 단점도 가지지만, 그나마 현재 구할 수 있는 책이라는 건 엄청난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교양적인 접근을 하려는 이나, 2차대전사에 대해 파고 들기 전의 배경지식 구축을 하려는 이에게 이 책은 추천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만 가지고 2차대전을 다 알았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2차대전을 연구하려는 아마추어 사가들에게는 말이다.

PostScript:본인은 태평양 전역편이 빨리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쪽은 정말 이런 식으로 넓게 접근하는 책 자체가 없는데다가, 그나마 옛 전집류들중 태평양을 다룬 전집들은 일서 번역판이 주종이라 신경질을 유발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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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갑경찰 1
이상언 지음 / 너와나미디어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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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발견하여 읽은지 1년이 넘었군요. 이 글이 연재하던 시점부터 상당히 주의깊게 봤던지라, 책이 출간되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서 당장에 달려가 샀습니다.

연재분에서 현실화(?)된 부분이 보이고, 또 상당한 분량의 내용이 연재분 사이에 끼어들어서 완전히 새로운 소설로서 재창작되었습니다. 불행히, 이 책이 나온지 1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제3권이 안나와서 실리지 않은 연재분이 남아있지만, 앞의 2권 만으로도 이 소설의 가치가 떨어지진 않습니다.

이 소설의 구성은 주인공 이지효(이지호던가요? 중간에 이름가지고 장난치는 장면덕에 이름이 마구 뒤엉키는군요)가 의무경찰에 입대하면서 시작합니다. 철갑경찰(Armored Police)라는 제목은 의무경찰(Auxilary Police)와 이니셜이 AP로 같죠.

소설의 내용은 개그물에 가깝습니다. 황당한 설정과 상황전개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또 등장인물들의 말투는 흡사 랩을 하는듯이 감각적이죠. 욕설에 대한 금기는 영화 '넘버3'만큼이나 의도적으로 무시당하고 있고(그래서 더 현실적이죠), 비속어나 은어도 꽤나 등장해서 만화나 영화같은 서브컬쳐적인 취미가 없는 사람에게 매우 난해한 텍스트라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바닥을 아는 사람만 웃을 수 있는' 그런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끔찍하도록 뒤집어지는 개그의 이면에는 한국 사회 문화의 속성에 대한 풍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개그들은 그저 말장난으로서 만들어지기 보다는, 어떤 사회문화적 현상을 비틀거나 과장하는 것을 통해 창조되어 있죠.

미국의 소설중 '캐치-22'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이 소설은 2차대전을 소재로해서, 농담따먹기 비슷한 식으로 진행되는 소설입니다. 점점 맛이가는(원래도 맛이 가버린) 폭격기 승무원들이 보이는 미친 행동을 통해, 소설은 2차대전을, 그리고 군대라는 시스템 조롱하죠. (95년도에 번역되어 나온 후, 지금은 절판되었습니다.)

이 소설도 '캐치-22'와 비슷한 속성을 가집니다. 비틀린 사회와 의경시스템(으로 대표대는 병역문화)을 조롱하는 것을 통해 독자에게 풍자적인 웃음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풍자가 고차원적이고, 또 지적 허영에 의존하지는 않습니다. 평범한 청년의 시점에서 보고 있고, 그래서 대중적인 무협지나 환타지 같은 소설과 같이 부담없이 읽고, 즐길 수 있죠.

물론, 소설에서 사회에 대한 계몽따위를 하겠다는 오만한 행동따위는 없습니다. 또, 억지 최루도 없고요. 그저, 대상을 재밌게 비틀어 이야기할 뿐이고, 그렇기에 이 소설은 힙합 음반을 듣듯이 즐길 수 있습니다.

뭔가 엄숙한 풍자를 바란다면 이 소설은 일고의 가치도 없겠죠. 하지만, 엄숙주의를 벗어난 10~20대의 사람들에게 이 소설은 유쾌하면서도 사회를 다르게 보게 해 주는 멋진 소설이 될 것입니다.

참고로, 연재분은 웹 상에 잘 찾아보면 있을겁니다. 얼마전까지는 남아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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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서 이야기 - 이야기 고전 백과 시리즈 3
자크 뮈세 지음, 곽노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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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를 사면서 기대한 것은 정리된 신화의 열거와 풍부한 배경지식의 제공이었고, 그저 인용구로 가득찬 책을 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앞서의 책들에서 만족을 얻었던 기억에 이 책을 산것 까진 좋았는데, 결국 후반부의 길고 긴 성경인용 및 요약에 질려서 그부분을 넘기고 읽기를 마쳤습니다. 최근 신약성서의 해석(그 구태스러운 번역이 아닌 좀 더 매끄러운 번역)을 사용하고, 또 키 워드만을 정리한 점은 크리스쳔에게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전 책들의 미덕이던 차분하고 합리적인 서술을 넘어 종교적 열정의 기운이 넘치기 시작하는 이 책은 저에게 있어 가치가 떨어지는 책이 되었습니다. 가치평가를 억제하고는 있지만, 잔뜩 배여있는 신약성경에 대한 경외감은 교양으로서 읽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운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전반부의 로마세계의 개설은 읽을만 했었고, 내용 자체는 크리스쳔들에게는 적정할거라 생각되어 별 셋을 줍니다. 이전 시리즈의 미덕인 '냉정함, 합리적, 그리고 교양으로서의 접근'을 기대하는 분에게는 썩 불만족스러운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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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 이야기 - 이야기 고전 백과 시리즈 2
자크 뮈세 지음, 곽노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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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 시리즈의 첫번째 타자인 그리스 로마 신화와 그 구성이 흡사합니다. 그저 구약성경에 포함된 단편적인 이야기만 죽 열거하는게 아닌, 당시 구약세계(즉, 중동지역)에 대한 광범위한 문화, 사회상, 정치와 역사까지 정리해서 제시해 줍니다.

내용의 깊이에 대해서 구약성경을 읽어본 적도 없고, 또 그리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에센셜하게 내용을 추렸고, 또 이를 풍부한 삽화와 간결한 문장으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종교적 열정에 따라 쓰기 보다는, 냉정하고 또 합리적이며, 가치판단을 배제한 내용 덕에 참신한 느낌을 줍니다.

크리스쳔인 분에게도 좋지만, 서양인들의 세계관의 한 기저를 이루는 옛 성경세계를 교양으로서 알고자 하는 분에게도 좋은 책이 되리라 봅니다.

단지, 아쉬운 점은 이 책의 장점이 다음 권 부터는 옅어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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