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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세계 제2차대전사 1 - 휘날리는 하켄크로이츠
이대영 지음 / 멀티매니아호비스트 / 1999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훌륭한 입문서라 할 수 있다. 딱딱한 수치적, 그리고 논문적인 말투를 배제하고, 흡사 논픽션 오락물을 읽듯이 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며, 비록 유럽전선만으로 한정되었지만 전쟁의 정황을 충실히 묘사하고 있으며, 단순한 전황의 나열이 아닌 각종 에피소드와 증언, 그리고 역사, 문화적 요소를 적절히 인용하여 열거하고 있다.
특히, 2차대전에 관련한 국내 저술중, 이정도로 큰 그림을 제시하여 주는 책은, 70년대~80년대 초반에 나왔던 부담스러운 전집류를 제외하면(이들은 대부분 단순 번역서) 이 책이 사실상 유일한 실정이다. 즉, 현재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국내 서적으로는 이 책 뿐이라 할 수 있으며, 이것만으로도 이책의 가치는 상당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책은 아니다. 이 책의 핵심적인 원전은 20년도 더 된 '타임-라이프 2차대전 시리즈'라는 30권에 달하는 번역서이다. 지금도 2차대전에 흥미를 가진 매니어들이 헌책방을 뒤져 구한다는 이 책은, 풍부한 사진과 삽화, 다양한 에피소드와 증언을 모은 서술, 그리고 단순한 전황이 아닌 전시생활이나 정치, 외교등을 망라하여 정리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알기쉬운 세계 제2차대전사'는, 여러 보충자료를 통하여 보강되긴 하였지만, 그 기축은 이 책에 그 근거를 둔다 할 수 있다. 그런고로, '타임-라이프 2차대전 시리즈'의 장점과 단점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이다.
그런고로, 이 책은 그 기저가 상당히 낡은 서구 중심의 해석과 사실열거에 치우쳐 있고, 또 저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독소전에서 독일에 우호적인 견해가(이는 종종 일서에서 강하게 나타나지만) 눈에 띈다. 즉, 소련측 견해가 미비한 편이고, 최근의 2차대전의 해석이 그리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또한, 지나치게 에피소드, 증언에 의존하고 서술의 평이함에 집착한 나머지, 전쟁사적 접근에 대해서 취약한 특성이 보인다. 특히, 주요 전투들(eg. 빌레르 보카쥬 등)의 전술도나 커다란 작전의 묘사도가 지나치게 단순화되거나, 누락되어 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점은 비전문가나 교양적 접근을 하려는 이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으며, 각각의 전투에 지나치게 양을 할애하여 분량을 늘리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지만, 그만큼 책의 깊이가 얕아지고, 각 전투나 작전의 상황에 대하여 이해를 약화시키는 약점을 안게 된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치는 여전히 높다.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면서도 오도되거나 부정확하게 알려진 2차대전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비록 낡은 시각이나 편린적이긴 해도 더 적절히, 그리고 부담없이 알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은 최고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낡은 책의 리뉴얼이라는 단점도 가지지만, 그나마 현재 구할 수 있는 책이라는 건 엄청난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교양적인 접근을 하려는 이나, 2차대전사에 대해 파고 들기 전의 배경지식 구축을 하려는 이에게 이 책은 추천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만 가지고 2차대전을 다 알았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2차대전을 연구하려는 아마추어 사가들에게는 말이다.
PostScript:본인은 태평양 전역편이 빨리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쪽은 정말 이런 식으로 넓게 접근하는 책 자체가 없는데다가, 그나마 옛 전집류들중 태평양을 다룬 전집들은 일서 번역판이 주종이라 신경질을 유발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