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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갑경찰 1
이상언 지음 / 너와나미디어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발견하여 읽은지 1년이 넘었군요. 이 글이 연재하던 시점부터 상당히 주의깊게 봤던지라, 책이 출간되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서 당장에 달려가 샀습니다.
연재분에서 현실화(?)된 부분이 보이고, 또 상당한 분량의 내용이 연재분 사이에 끼어들어서 완전히 새로운 소설로서 재창작되었습니다. 불행히, 이 책이 나온지 1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제3권이 안나와서 실리지 않은 연재분이 남아있지만, 앞의 2권 만으로도 이 소설의 가치가 떨어지진 않습니다.
이 소설의 구성은 주인공 이지효(이지호던가요? 중간에 이름가지고 장난치는 장면덕에 이름이 마구 뒤엉키는군요)가 의무경찰에 입대하면서 시작합니다. 철갑경찰(Armored Police)라는 제목은 의무경찰(Auxilary Police)와 이니셜이 AP로 같죠.
소설의 내용은 개그물에 가깝습니다. 황당한 설정과 상황전개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또 등장인물들의 말투는 흡사 랩을 하는듯이 감각적이죠. 욕설에 대한 금기는 영화 '넘버3'만큼이나 의도적으로 무시당하고 있고(그래서 더 현실적이죠), 비속어나 은어도 꽤나 등장해서 만화나 영화같은 서브컬쳐적인 취미가 없는 사람에게 매우 난해한 텍스트라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바닥을 아는 사람만 웃을 수 있는' 그런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끔찍하도록 뒤집어지는 개그의 이면에는 한국 사회 문화의 속성에 대한 풍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개그들은 그저 말장난으로서 만들어지기 보다는, 어떤 사회문화적 현상을 비틀거나 과장하는 것을 통해 창조되어 있죠.
미국의 소설중 '캐치-22'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이 소설은 2차대전을 소재로해서, 농담따먹기 비슷한 식으로 진행되는 소설입니다. 점점 맛이가는(원래도 맛이 가버린) 폭격기 승무원들이 보이는 미친 행동을 통해, 소설은 2차대전을, 그리고 군대라는 시스템 조롱하죠. (95년도에 번역되어 나온 후, 지금은 절판되었습니다.)
이 소설도 '캐치-22'와 비슷한 속성을 가집니다. 비틀린 사회와 의경시스템(으로 대표대는 병역문화)을 조롱하는 것을 통해 독자에게 풍자적인 웃음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풍자가 고차원적이고, 또 지적 허영에 의존하지는 않습니다. 평범한 청년의 시점에서 보고 있고, 그래서 대중적인 무협지나 환타지 같은 소설과 같이 부담없이 읽고, 즐길 수 있죠.
물론, 소설에서 사회에 대한 계몽따위를 하겠다는 오만한 행동따위는 없습니다. 또, 억지 최루도 없고요. 그저, 대상을 재밌게 비틀어 이야기할 뿐이고, 그렇기에 이 소설은 힙합 음반을 듣듯이 즐길 수 있습니다.
뭔가 엄숙한 풍자를 바란다면 이 소설은 일고의 가치도 없겠죠. 하지만, 엄숙주의를 벗어난 10~20대의 사람들에게 이 소설은 유쾌하면서도 사회를 다르게 보게 해 주는 멋진 소설이 될 것입니다.
참고로, 연재분은 웹 상에 잘 찾아보면 있을겁니다. 얼마전까지는 남아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