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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문구점 아저씨 - 좋아하는 일들로만 먹고사는 지속 가능한 삶
유한빈(펜크래프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평점 :
[에세이] 어쩌다, 문구점 아저씨
유한빈 (펜크래프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56쪽

언젠가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보았던 손글씨. 시 한 편이 적혀 있었는데, 세로로 적혀 있는 정갈한 손글씨였다. 글씨체가 참 매력적이었고, 어른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세로로 적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잘 쓰고 싶어서 따라서 써보기도 했다. 생각처럼 잘 안 되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그 계정을 팔로우했다. 펜크래프트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의 이름은 유한빈. 바로 이 책의 저자다. 이름 이니셜은 HB, 그의 말대로 문구 덕후가 되기 좋은 이니셜 같다.
저자는 화장대에 꽂혀있던 어머니의 뚜껑 있는 연필을 발견한 날부터 문구 덕후가 되었다고 한다. 어머니의 연필은 부드럽고 진하고 쫀득했다고 한다. 그런 연필을 구하려고 문구점을 찾았지만 똑같은 연필은 찾지 못했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은 눈치챘겠지만, 이때 발견한 연필은 문구류가 아닌 화장품이었다. 이 연필 대신 꿀벌 연필(스테들러 노리스 연필)을 사게 되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 연필만 썼다고 한다.
연필의 매력에 푹 빠졌던 저자는 자라면서 친구들이 샤프를 쓰는 것을 보고 자신도 샤프를 쓰게 된다. 그리고 똑같은 샤프를 색깔별로 수집하기에 이른다. 그것이 볼펜으로 이어지고, 만년필도 사게 된다. 만년필로 쓴 자신의 글씨체를 보고 악필이라는 생각이 들고, 글씨체를 교정한다. 그래서 현재의 글씨체를 가지게 된다.
그만의 어른스럽고 매력 있는 글씨체를 가지게 되고, 온라인 강의와 오프라인 강의도 하게 된다. 그리고 손글씨 책도 내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에세이도 내게 되었다. 그리고 동백문구점 사장님이 된다. 문구점 주인이 되고 싶었던 아이가 커서 진짜 문구점 주인도 되고 작가도 되었다.
동백문구점은 초등학교 앞에 있지만, 초등학생들이 즐겨 찾는 문구점은 아니라고 한다. 이 문구점에서는 직접 만든 노트와 잉크도 판매하고 있다. 이 문구점에는 고양이 ‘석봉’이도 함께하고 있다.
아저씨라기엔 아직 젊은, 이제 서른 살인 저자의 좋아하는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 책에 나오는 고양이 사진과 문구류 가득한 문구점 사진들도 보면서 – 언젠가 동백문구점에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찾아가지 못하더라도 동백문구점이 오랫동안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손글씨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냥 쓰기만 하지 말고, 글씨체를 더 예쁘게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 있는 마지막 문장이 특히 마음에 들어서 여기에 옮기면서 마무리할까 한다.
이 책으로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 중이신 분께 작은 성냥불 하나 정도의 빛을 밝혔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 에필로그 (255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서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