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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김리하 지음 / SISO / 2021년 2월
 평점 :  
     
 
        
            
            
            
            
            
            
            
[에세이]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김리하 지음 / siso / 228쪽

     
이 책은 김리하 동화작가의 에세이인데, 이번 책을 통해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동화작가의 에세이라고 해서 처음에 관심이 생겼고,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는 책 제목도 마음에 들었지만, 작가소개에 있는 글이 마음을 움직였다.
     
몇 년간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길 잃고 헤매는 동안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어쩌다 한 편씩 쓴 글들이 어느덧 저를 일으켜 세우고 응원해 주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제가 세상 모든 것들을, 특히 작은 것들에 관심이 많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차근차근 발걸음을 옮기는 중입니다. 언젠가는 제가 원하는 그곳에 가닿기를 바라면서요. - 작가소개 중에서 
     
길 잃고 헤매는 동안 자신에게 끊임없이 ‘내가 누구인지’ 질문했다는 작가.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으며 쓴 글이 이렇게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맨 처음에 있던 ‘오이소박이를 보며 삶의 농도를 맞추다’는 글이 마음에 들어서 쉽게 다음 페이지로 넘기지 못했다. 음식을 할 때 소금을 조금씩 넣는다는 작가. 
     
한때 슬픈 감정이 넘쳐나 주체가 안 되던 때가 있었다. 넘쳐나면 부족할 때보다 일상을 유지하기가 훨씬 어려웠다. 감정도 행동도 기대도 가치 판단도 그 모든 것이 과잉 상태일 때 견디기가 더 힘들었다. 그래서 내게 과잉은, 부족보다는 항상 경계해야 할 단어가 되었다. - 오이소박이를 보며 삶의 농도를 맞추다 (17쪽)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음식을 할 때 소금을 넣는 것을 망설이게 되는 이유를 알았다. 자칫 잘못하면 짜게 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그렇지만 삶에 있어서 싱겁게 살 수는 없기에, 용기내어 삶의 농도를 맞춰가는 중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날마다 싱겁게 산다면 그것 또한 재미없는 인생 아니겠는가. 중간중간 조금 짜더라도 리드미컬하게 살아보는 것. 오늘도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 내 삶의 농도를 맞춰가는 중이다. - 오이소박이를 보며 삶의 농도를 맞추다 (17쪽)
     
이 부분을 읽고 많은 생각에 잠겼다. ‘작가처럼 나도 소금을 뿌리는 걸 망설이고 있던 건 아닐까?’ 하면서. 음식을 할 때 적당한 소금은 필요하듯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조금의 짠맛은 필요한 게 아닐까? 용기를 내어 삶의 농도를 맞춰가야겠다.
     
컵 하나 깨졌다고, 컵처럼 사소한 일 하나 틀어져 버렸다고, 내 기분까지 망가뜨리는 어리석음은 더 이상 부리지 않으려고 한다. 고작 컵 하나일 뿐이다. 다른 컵으로 대체될 수도 있고, 컵이 없으면 대접이나 밥공기에 담아 마실 수도 있다. 대체품을 가진 어떤 물건이나 일 때문에 대체 불가한 유일무이의 나를 원망하거나 내 기분을 망치는 행동은 그만두고 싶다. 내 기분이 나를 홀대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거다. - 실패해도 기분까지 깨지지 않도록 (52쪽)
     
‘실패해도 기분까지 깨지지 않도록’에 있던 이 말처럼, 일이 안 풀려도 기분까지 망가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글처럼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는 없으니까. 스스로를 책임지고, 기분이 망가지지 않도록 잘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삶이 중요한 만큼 누군가의 삶도 그러하다는 걸 늘 기억하려고 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나름대로 주의를 기울이고 싶은 건 사춘기 시절부터 유난스럽게 감정의 변화를 많이 겪어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를 아프게 한 말과 행동을 타인에게 건네주고 싶지 않다. 타인의 마음속 감정의 서랍에 나에 대한 기억이 빨갛게 칠해지는 걸 원치 않으니까 말이다. - 마음 속 서랍에 날 위한 말들을 차곡차곡 (207쪽)
     
작가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다 보니, 내 주변의 사소한 것들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주변에서 발견한 소중한  이야기들을 잘 기록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에게도 신경을 써야겠다. 
     
책을 읽어보니, 작가는 스스로의 말처럼 세상에 대해, 작은 것들에 관심이 많은 사람 같았다. 오이소박이, 애호박과 같은 것에서도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작가의 동화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앞으로 계속될 작가의 성장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앞으로도 쓰고 싶은 글들을 많이 쓰고, 좋은 글을 선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서점에서 작가의 책을 발견하면 반가울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서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