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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잘 살았습니다
류승희 지음 / 생각정원 / 2020년 5월
평점 :
[만화 에세이] 오늘도 잘 살았습니다
류승희 지음 / 생각정원 / 260쪽 / 발행 2020년 5월 29일 / 책 읽은 날 2020년 6월 5일

처음 <오늘도 잘 살았습니다>의 책 소개를 읽고 연필 그림들을 보면서 받은 느낌은 평범하지만 따듯함이 느껴진다는 거였다. ‘평범하지만 따듯하다’는 것이 이 책을 만나게 된 중요한 이유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잊기 쉬운,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 ‘평범한 행복’일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것 같지만 잃어버리게 된다면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삶이 너무 절망적일 것이다.
이 책은 만화 에세이답게, 읽는 것은 너무 쉬웠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았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작가는 서른이 다 되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낮에는 두 아이의 엄마로, 밤에는 만화가로 살아가고 있다고 하는데, 벌써 여러 권의 책을 냈다. 물론 이렇게 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겠지만,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천천히 나아가겠지만, 작가의 인생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보이는 것 같았다. 중요한 건 작가가 ‘평범한 행복’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고 이어가고 있으며, 책 제목처럼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서 책을 고르는 모습, 육아를 한다고 정신없지만 그 안에서도 소중한 것을 발견하는 모습도 좋았다. 도서관에서 발견했다는 '하이쿠'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고, 책에도 몇 편의 '하이쿠'가 번역이 되어 실려있었다. 작가 개인적으로는 좋은 내용으로 와닿았고, 삶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 것 같았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면서 발견한 '하이쿠'들은 그리 공감이 되지는 않았다. 이 점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고, 여전히 갈 길을 잃고 헤맬 때마다 나를 이끌어준 건 희미하게 빛나던 ‘이야기’였다. 매일 밤 내가 읽은 이야기는 누군가의 삶이었고, 삶은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졌다. 수많은 삶과 이야기를 돌고 돌아, 지금 나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읽고 있던 책을 덮어 책장에 꽂는다. 나는 가만히 책장을 한 번 더 바라보고는 방으로 들어간다. 습관처럼, 잠든 아이들 이마를 짚어보고 구겨진 이불을 바로 덮어준다. 조용히 아이들 사이에 누워 이불을 덮는다. 제발 오늘 밤은 아침까지 깨지 않고 푹 잘 수 있으면 좋겠다.
두 눈을 감자 길었던 하루가 끝난다. - 198쪽
아이엄마가 그리고 쓴 책이라서 그런지 이 책을 읽는 동안 아이엄마가 된 친구들이 떠올랐다. 그 친구들이 읽어본다면 더욱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그렇다면 훨씬 더 많이 공감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리고 내가 어렸을 때, 엄마도 이런 마음이셨을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이들 속에, 남편과 가족 속에, 수많은 사람들 속에 내가 있다. 우린 언제나 거대한 풍경 속의 일부였다. 그러니까 현명하고 똑똑한 엄마가 아니어도, 대단한 작가가 아니어도 괜찮다. 모든 풍경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우니까. - 257,258쪽
‘모든 풍경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우니까.’
정말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그렇다. 진짜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그러니까, 우리도 우리가 머무르는 그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