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 삶이 흔들릴 때마다 꼭 한 번 듣고 싶었던 말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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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박애희 지음 / 수카 / 344/ 발행 202032/ 책 읽은 날 202038

 

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예쁜 책 표지. 표지속의 꽃나무 들을 보고 있으니 당장 지금 피어있는 어떤 꽃이든지 구경하러 가고 싶게 만든다.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는 책 제목을 마주하고 있으니, 그동안 뜻대로 되지 않고 어긋났던 일들이 하나 둘 씩 떠오른다. 내 인생에 어긋나기 시작한 일은 아무래도 대입재수를 선택하면서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그때 점수 맞춰서 대학에 바로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은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 하게 되는 생각이다. 엉켜버린 실타래를 끊어버리지 않고 하나씩 풀어가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지금은 얼마나 풀렸을까? 더 엉켜버리지는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이 책에서 박애희 작가는 흔들리는 삶 속에서 시간이 답해준 것들이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제 나는 믿고 있다. 삶은 여전히 우리를 배신하고 혼란스럽게 하고 좌절시키고 절망하게 하겠지만, 질문하고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불완전한 행복 속에서도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그 길에서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7

 

이 말이 이 책의 핵심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책 제목대로 인생이 조금씩 어긋나더라도 괜찮다. 그건 결코 나쁜 삶이 아니다. 그의 말대로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책 제목과 같은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라는 글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모든 자식들이 하는 후회를 하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가 <걸어도 걸어도> 라는 영화인데,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는 그 영화의 카피이자 그가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알게 된 인생의 비밀이었다.

하나의 삶이 한 편의 이야기가 된다는 글도 좋았다. 우리 모두의 삶은 아직 기록이 완성되지 않은 하나의 이야기다. 어떤 내용으로 채워서 어떤 이야기를 남길 것인가? 확실한 건 어떤 이야기라도 우리의 이야기는 의미 없는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좋은 내용으로 가득 채워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이 책을 쓴 박애희 작가는 전작인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으로 수많은 딸들을 울렸다고 한다. 작가가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보내고 다시 행복해지기 위해 쓴 책이라고 한다. 13년 동안 방송작가를 하면서 세 권의 책을 펴냈다고 하는데, 단 한 권도 읽어보지 못하다가 이번 책을 처음 읽게 되었다. 평소에 방송작가가 쓴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왜 이제야 만나게 된 걸까? 이 책을 읽고 나니 박애희 작가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어느 날 찾아올 인생무상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 어른에겐 오롯이 나 자신만을 위한 하루가 필요하다. 새털구름 떠다니는 하늘을 가만히 누워서 바라볼 하루가, 어느새 져버린 낙엽 쌓인 길을 혼자 걷는 시간이, 가슴에 책을 올려놓고 한참을 빠져들다 까무룩 잠드는 시간이, 낯선 카페에 앉아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놓고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몰래 듣는 날이 필요하다. 마치 내가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 P53

살다 보면 바닥까지 가는 슬픔들이 파도처럼 인생을 삼켜버리는 시간이 찾아온다. 슬픔은 사라지지 않지만 숨 쉬는 것조차 힘겨운 시간들은 어떻게든 지나간다. 그 시간을 통과하고 나면 우리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된다. - P87

앞으로도, 우리가 계획한 인생의 엔딩은 자주 엎어질지 모른다. 인생은 영화와 달라서 등장인물도 수시로 바뀌고 예기치 못한 사건도 아무 때나 일어나니까. 그때마다 ‘체념에 얼룩지지 않은’ 박 선생의 말간 웃음이 민주를 위로했던 것처럼, 수많은 인생의 선배들이 했던 이 말을 꼭 기억할 수 있기를.
"괜찮아져요." - P151

아이로 태어나 노인으로 늙어가는 인생. 우리의 정신과 육체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소멸해가고 있다. 순간이 계속될 것처럼 살다가,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찾아오는 생의 숙명을 불현 듯 떠올릴 때면 내게 숙제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무엇을 남길 수 있을 것인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인가.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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