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노래 중에도 ‘이미 넌 고마운 사람’이 있어서일까? 이 책의 제목을 본 순간, 어떤 책인지 궁금했고, 책 소개를 읽고 나서는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라디오라니!
이 책은 김연우 2집에 수록된 곡인 ‘이미 넌 고마운 사람’을 들으면서 읽어도 좋을 것 같은 책이다. 그 노래 뿐 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들을 선곡해서 틀어놓고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소설가이기도 한 작가는 밤 10시부터 12시까지 방송되는 라디오 프로그램 ‘꿈과 음악 사이에’에서 작가로 일을 해왔다. 이 책은 그 이야기들 속에서 기록해온 것들을 담았다.
1년 전 오늘, 이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 허윤희 DJ가 쓴 책 <우리가 함께 듣던 밤>의 서평을 남겼었다. 그리고 지금, 그 프로그램의 작가로 일한 이의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고 있으니 우연이라고 하기 보다는 깊은 인연이 있는 것 같다.
‘꿈과 음악 사이에’라는 프로그램은 들어본 적은 없지만, 오랜 시간 DJ도 그대로이고, 동시간대 청취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라디오를 듣는 고정 청취자들도 많을 것 같은데, DJ가 쓴 책도 그렇고, 이 책도 아주 반가운 소식이 될 것 같다.
이 책의 작가처럼 학교 다닐 때 라디오 듣는 걸 좋아했다. 중학교 때는 집에서 숙제하거나 시험공부를 할 때에도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챙겨들었고, 고등학교 때는 야자시간에 이어폰을 꽂고 공부를 하고, 버스 안에서도 라디오를 들으며, 신청곡을 문자로 보내기도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라디오가 떠올랐다.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 특히 소중한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들은 존재 자체로 ‘이미 넌 고마운 사람’ 이었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그 사람의 얼굴
그 다음이 목소리
가장 늦게까지 남는 건 냄새라고 하잖아.
하지만 나에게 가장 오래 남는 건
글씨체인 것 같아.
그의 글씨엔
모든 것이 다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어.
30쪽, 그 사람의 글씨체
책 내용은 라디오 프로그램 사연을 보는 듯 했는데, 여러 글 중에서 ‘그 사람의 글씨체’가 공감이 많이 되었다.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잘 보관하고 있는데, 너무 소중해서 ‘보물1호’라고 글을 적은 적도 있었다.
편지를 읽을 때 글씨체를 유심히 보는데, 정말 글씨체 안에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다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글자 하나하나에서 그 사람의 마음이 느껴진 달까? 편지 봉투에 적힌 그 사람의 이름과 내 이름에서도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마음속에 남는 건
영수증이나 입장권처럼
보관이 가능한 것들은 아닌 것 같아.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
가령 놀이기구를 타면서 잡았던
따듯했던 손의 감촉이랄지,
영화관 앞에서 그를 기다릴 때 흘러나왔던 노래,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데려다줬던 골목길의
쓸쓸했던 가로등 불빛 같은 것들인데 말이야.
-176쪽, 마음속에 남는 건
이 책도 마음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김연우 2집과, 다른 노래들도 함께 기억에 남겠지?
어떤 위로는 스스로만 할 수 있는 것 같아.
괜찮아질 거야.
힘을 내야지.
이런 말조차 정작 본인이 힘들 땐
버거운 말이 되기도 하지.
-237쪽, 어려운 위로가 아닌데, 참 쉬운 말인데
내 주변의 고마운 사람들과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을 정도로 좋은 책이었다.

책과 콩나무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