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냉정 - 난폭한 세상에 맞서는 우리의 자세
박주경 지음 / 파람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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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따뜻한 냉정

박주경 지음 / 파람북 / 280/ 발행 2019726/ 책 읽은 날 2019813

 

매일 아침뉴스를 진행하는 앵커, 20년차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떨지 궁금했다. 따뜻한 냉정이라는 책 제목도 인상 깊었는데, 박주경 기자의 좌우명이라고 한다. ‘난폭한 세상에 맞서는 우리의 자세라는 부제가 적혀있었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말이 머릿속에 남았다. 그리고 우리의 올바른 자세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소설가 김훈은 추천의 글에서 이 시대 언어의 기능에는 듣기가 빠져있다고 말하면서, 듣기가 빠진 이 시대의 말은 신기루처럼 허공으로 밀려다니는데, 이 신기루가 진실보다 더 큰 권력을 행사하면서 사람들 사이의 단절을 완성시킨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박주경 기자의 글은 내가 남을 들음으로써, 나의 말이 남에게 들리는, 듣기를 포함하는 말하기이다. 그 목소리에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의 힘이 실려 있어서 듣는 이의 기쁨을 일깨운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오늘의 시선’, ‘정의를 위하여’,‘관계의 온도’,‘기레기와 확신범’,‘내 머리 위의 우주이렇게 다섯 개의 주제 안에 각각의 글들이 적혀있었다. 글을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생각이 많아졌다.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세상에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많고, 너무 각박해지고 있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고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주경 기자가 이 책을 시작하면서 희망의 온기에 남겨놓았듯이, 냉소와 혐오가 시대의 지배정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증오의 뜨거움이나 냉소의 차가움이 아닌 희망의 따뜻함, 그 적정 온기가 절실한 시대라는 말에 공감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집안에 슬픈 일이 하나 생겼다. 친척 중에 한 분이 돌아가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쉽게 읽어내려 갈 수가 없었다. 더 무겁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이전에도 주변 어른들이 돌아가시는 일을 몇 번 경험했었다. 그렇지만, 슬픈 이별이란 건 경험하고 또 경험해도 계속 힘들다.

 

이 책을 읽다가 보니 법정스님의 마지막 법회에서의 말이 적혀있었다.

법회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새로 돋아나는 꽃과 잎의 거룩한 침묵을 통해 들으시기 바랍니다. 안녕히들 가십시오.”

 

새로 돋아나는 꽃과 잎의 거룩한 침묵. 그 모습을 보며 우리는 또 하루를 살아간다.

 

이 책의 마지막에 적혀있던 글 중에 인상 깊었던 글을 옮기며 마무리할까 한다.

 

삶은 나의 역사 그리고 당신의 역사다. 어느 누구도 아닌 당신만이 유일한 집필자다. 삶의 주인은 시대도 사회도 아닌 오로지 자신일 뿐이다. 그러니 삶을 껴안자. 삶을 끝까지 보듬어 안자. 자신이 써내려가는 역사책의 마지막 장을 섣불리 비관하지 말자. 그 비관으로 집필을 중도 포기하지 말자.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생의 모든 가능성들을 희망과 절망 사이에 덤덤히 열어두자.

마지막 페이지란 결국, 최선을 다한 본문들이 만들어낸 후회 없는 결론이다. 누구에게나 그것이 최선 아니면 차선이었을 것이다. 그저 묵묵히, 스스로 정한 목차에 따라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부끄럽지 않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27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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