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녕? 나무야 ㅣ 푸릇푸릇 문학 2
요릭 홀데베이크 지음, 예스카 페르스테헌 그림, 정신재 옮김 / 시금치 / 2026년 5월
평점 :
철학책 같기도 하고, 오묘한 여운을 남기는 동화책.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조금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져 잠시 읽기를 멈추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새로운 이야기를 생각하던 중에 느닷없이 나무늘보 이야기를 떠올린 적이 있었는데, 어딘가 익숙하다 했더니 바로 이 책 속 이야기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참 반갑고도 묘한 발견이었다.^^
110쪽 남짓한 페이지 속, 나무 한 그루와 그 주변을 들여다보며 마주하는 생물들의 대화는 위트 있으면서도 우리 삶을 가만히 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연못에 사는 두 마리의 강꼬치고기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서로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두 물고기의 모습에서 문득 우리네 삶이 겹쳐 보였다. '혹시 우리 부부의 모습도, 혹은 타인과 나의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하고 나를 비추어보게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달나방 애벌레' 이야기였다. 예전에 읽었던 그림책 [노스애르사애]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남들은 더 많이 먹고, 더 멀리 날아오르고,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변하려 애쓰지만, 달나방 애벌레는 굳이 다른 무엇인가가 되려 하지 않는다. '얼마나 더 가져야 만족할까?', '변하지 않고 지금 이대로의 나로 존재하는 건 안주하는 걸까, 아니면 온전한 나를 지키는 걸까?' 나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숱한 질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오래된 나무와 그 주변 작은 생명들이 건네는 오묘하고 철학적인 질문들. 가볍게 넘길 수도 있지만, 가만히 머물러 생각할수록 참 많은 울림을 전해준다. 나 자신을 한 번쯤 돌아보고 싶을 때, 마음속 질문이 필요할 때 가만히 꺼내어보고 싶은 고마운 책이다.
#안녕나무야 #철학동화 #그림책서평 #삶의성찰 #시금치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