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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민제이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평점 :
최근 청년 실업과 취업의 문턱이 높아져만 가고 있기에,
새롭게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 청년들이 생각처럼
직장 생활의 꿈을 이루기가 좀처럼 쉽지는 않은듯싶다.
하지만 정작 취업을 하더라도 생각처럼 녹록지 않은
현실에 사표를 가슴에 품고 살지만, 하루하루
다시 출근을 하면서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지낸다.
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장르소설은, 누구나 한 번쯤
꿈꾸어 보았음직한 이상한 능력이 생긴다면 갑갑한
직장에서의 삶이 흥미로워지는 상상을 해보게 한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이지만 많은 이들이 퇴직이나
이직을 매일처럼 생각한다고 하는데, 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벅찬 업무보다도 사람과의 불화와
직장 내 괴롭힘 등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한다.
텀블벅 X 리디북스 '에디션 제로'에 선정된 작품인
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판타지 소설은, 정말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실 직장인의 일상을 극사실주의
표현으로 너무나 공감 가는 직장 생활을 그려내고 있다.
업무적인 불편함도 당연히 힘든 부분이 있겠지만,
여성 직장인으로 아직도 편견과 차별도 남아있기에
예상치 못한 현실의 어려움도 여전히 크게 다가왔다.
직장에서 가장 힘든 피해자(?)는 아무래도 갓 취업을
한 신입 사원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관리직에 있는 상사들 역시 그들 나름대로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정글 속을 뛰어다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주인공은 늘 혼만 나고
실수 만발인 신입 사원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파견직으로 업무를 맡은 계약직 주임과 직장 내 정치로
기싸움을 펼쳐야 하는 과장, 그리고 회사를 꾸려나가는
작은 화장품 회사 대표 등 각 직급별로 마주하게 되는
직장 내 업무와 현실의 팍팍함이 가슴에 팍팍 꽂혔다.
첫 신입 사원 시절 때의 모습도 다시 떠오르기도 하고
대표가 된 나의 모습도 그려보면서, 우리 직장인들
가슴속에 응어리진 속마음을 대변해서 뱉어내듯이
너무나 통쾌하고 속 시원한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었다.
각기 다른 회사에 서로 다른 직급의 회사원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가 되고 있는데,
마케팅 업무를 하는 신입사원 김가현이 타임머신처럼
시간을 거슬러 가는 초능력으로 이야기는 시작을 한다.
선배가 선물로 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명함은,
원하는 시간대를 가기 위해서 명함을 찢기만 하면
그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모든 게 낯설기만 한 첫 조직 사회에 떵그러니 놓인
신입 사원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생소하기만 할 것이다.
그런 그에게 던져지는 모든 업무를 파악하기도 힘들고
답답하기만 한 햇병아리이겠지만, 상사들의 눈 높이에는
쉽고 가벼운 업무도 제대로 못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게다가 불합리한 조직 체계로 인해서, 전임자에게 제대로
업무 인수인계도 받지 못하고, 익숙지도 않은 일을 당장
해내라고 윽박지르는 상사의 업무 지시는 황당할 것이다.
그렇게 잔뜩 긴장한 그들에게 타박하는 한마디 말에도
심하게 상처를 입기도 하고, 회사에 출근하는 것 자체가
점점 험난한 퀘스트 여정같이 힘겹게만 느낄 듯싶다.
그래서 누구나 정말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닐 텐데, 나에게도 저렇게 시간을 되돌려서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고 칭찬을 받을 수 있다면 훨씬 더
빠르게 진급을 하는데 너무나 도움이 될 거 같았다.
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두 번째 이야기는,
대기업에 파견을 나가서 업무를 도와주는 계약직
주임 이나경의 생존기를 그리고 있다.
그녀에게 찾아온 신비한 능력은, 힘겨운 시간에
원하는 장소를 떠올리면 순간 이동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좀처럼 짬이 나지 않는 업무 시간 이후에,
유럽으로 순간 이동을 해서 여행을 하고 오기도 하면서
나름의 힐링을 하면서 직장에 적응하고 있었다.
...(중략)...
파견 온 직장이니 내가 더 잘 보여야 하는데
도대체가 곁을 내주지 않아서 친해질 수가 없달까.
설명할 수 없는 소외감이 늘 남아 있었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는데도 마치 투명 인간이 된 듯,
들리는 귀가 있는데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있어야 하는 상황이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되었다.
_P. 120

언제 계약이 해지될지 모르는 불안한 현실과
근무처 다른 직원과의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 등.
우리 한국 사회 회사원들의 하루를 어쩜 그렇게
거울 보듯이 너무나 극현실적인 내용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하지만 정직원들 역시 언제 그들의 터전이 밀려나서
밥 줄이 끊어질지 모르기에, 계약 사원의 입장과는
차이는 있겠지만 불안한 회사 생활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파견 나온 주임 이나정은 원하는 장소로 순간 이동을
하는 초능력으로, 여유로운 여행도 하지만 그만큼
다음날 피로는 급속도로 쌓이기도 한다. 또 정직원
자기들끼리 잡담을 나누는 스팟에도 몰래 잠입해서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도 엿듣기도 하면서 정직원 전환의
꿈을 키우며 남다른 업무 능력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에피소드는,
회사에서 직원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과장 강다영의
이야기이다. 남들이 예측하기도 힘든 일을 재빨리 찾아서
하기도 하고 미리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발 빠른 업무 능력으로
빠르게 팀장으로 승진한 그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너무나 보기 싫은 상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웃는
얼굴로 대해야 하는 게 회사의 삶일 것이다. 속으로는
싫은 티를 팍팍 내겠지만 겉으로는 '감사합니다~!'라는
긍정의 표현으로 하기 싫은 일도 당연한 듯이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말을 멈추지 않고
계속 듣게 된다면, 그 능력은 어쩌면 저주와도 같지 않을까?
당연히 속마음을 들키지 않게 말은 하겠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거짓 포장된 말과 함께 듣게 된다면,
개인적으로 정말 기분 상해서 표정관리가 안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는 유튜버로 크게 성공을 하고
그 인맥을 바탕으로 화장품 개발을 직접 추진하는
청년 창업가 대표 최라희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직장에서는 당연히 월급 받고 일을 하는 말단 회사원만
너무 힘든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직원들 월급과 사업 진행에 필요한 자금 확보 등 오히려
일반 직원보다도 더 힘든 압박의 삶을 살고 있는 대표의
이야기도 가슴 콕콕 박히는 현실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대표 최라희가 얻게 된 능력은 그녀 스스로 발현하는
초능력은 아니고, 유튜브 구독자 수와 자금 지원 비용으로
등가교환을 해주는 신비한 사이트를 소재로 하고 있다.
...(중략)...
그냥 회사원이던 시절, 늘 조직 안에서 내 가치를
증명하며 리더에게 믿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반대가 되어보니 이 세계에선
직급의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자신의 가치를
서로에게 증명해야만 같이 살아남는 거였다.
가장 최악의 상황,
나는 직원들에게 무엇으로 나를 증명할 수 있을까.
_P. 277
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능력은
정말 서글프고 힘겨운 직장 생활 속에서, 요런 거 하나쯤
있었으면 내 생활이 편해질 텐데 꿈꾸어 봄직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야기 속 주인공들도 무조건 그들에게 주어진
초능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결국엔 그들 스스로 직장인의
삶에 익숙해지고 조금씩 단련해가는 모습이 우리 주변
흔한 회사원들의 평범한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흔히 말하는 짬밥이 차면서, 당연히 상사의 비위도 맞추고
클라이언트의 속 마음도 꿰뚫어 보게도 되는 실제
초능력과 같은 업무 능력 만랩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늦어지는 야근과 퍽퍽한 생활 속에서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소주 한 잔과 새우깡을 놓고도, 프랑스 파리 노천카페
테이블에 앉아 와인을 즐기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의 피로를 날리면서 오늘 아침도 북적이는
통근 버스에 몸을 싣고 달리는 대한민국 회사원들은
모두가 슈퍼맨 같은 초능력자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