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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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장기간 연속 베스트셀러 1, 인문교양서 필독서, 45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트라우마'로 대표되는 프로이트가 압도적인 주류인 대한민국에서 아들러가 이토록 재조명된 적은 없었다. <미움받을 용기>는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가 이어지는 점이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에 영향을 받은 플라톤 <대화편>과 닮았다. 아들러 심리학을 전공한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 인터뷰 원고가 특기인 작가 고가 후미타케의 관계를 엿보면 어찌보면 당연한 형식같다. '용기'로 대표되는 아들러 심리학의 본질을 문답식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인문학과 자기계발이란 한국 독자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두 화두를 가지고 절묘하게 묶어냈으니 선풍적인 인기가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게다가 수직적인 권위주의가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버텨내는 이들에게 인간관계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높으니, 아들러식 독설 및 위로는 제법 훌륭한 처방전이 된 느낌이다.
 
열등감에 가득차 모든 게 불만이고, 남탓을 하는 청년은 모든 걸 해탈한듯 여유로운 철학자가 못마땅하다. 불행한 주변 환경이 현실의 나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청년에게 철학자는 지금 상황을 바꿀 용기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며 꼬집기 때문이다. 소극적인 마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지나친 기대감과 압박감은 모든 게 핑계고 지금의 익숙한 방식대로 행동하길 원해서 만들어낸 핑계라고 답한다. 타인과 자신의 과제를 명확히 하고 지금, 여기를 산다면 분명 달라질 수 잇을 것이라고 용기를 주면서 말이다.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원하는 청년은 용기 있는 여정을 위한 조언을 건네는 철학자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달라지기로 마음먹는다. 행복을 위해서, 그리고 지금의 나를 바꾸기 위해서. 수많은 독자들 역시 청년의 생각처럼 의문과 불신으로 가득하다가 결국엔 철학자의 새로운 이론에 빠져들며 미약하나마 용기를 얻어간다.
 
'부러워하지 말고, 부끄러워하지 말자.' 박민규 소설의 글귀를 인생의 모토로 삼으면서도 여전히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다. 남의 눈치를 보는 게 일상이고, 지나치게 친절한 대응으로 정작 내가 소중히 여기는 이들의 희생을 강요했다.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고, 오히려 그럴 때만 자신의 가치를 확인했다. 유독 개인의 행복보다는 전체의 번영이 우선시되는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생각을 느낀 게 나뿐만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유독 일본을 비롯한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많은 이들의 위안을 선사했나보다. 철학자는 인정욕구에서 한단계 벗어나 '공동체 감각'이란 용어를 선보인다. 내가 공동체에 유익한 존재라고 느낄 때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인데 많은 공감이 갔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함께 행복해야지 결국 내가 진정 행복한 하루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내가 기꺼이 미움받을 용기를 내고 평범해질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 주체는 나이며, 이를 응원할 든든한 내편이 곁에 있기에 조금은 두려움이 덜하다. 이제까지와 다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변해야만 한다. 그리고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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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특별판)
김신회 지음 / 놀(다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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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는 내 또래 친구였다. 1986년 출간되어 30년 넘게 연재를 이어오고 국내에도 많은 팬들이 있는 베스트셀러다. 예전에는 그냥 멍때리기 좋아하고, 친구들과 놀기만 좋아하는 귀여운 수달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에 찌들고, 피로를 달고 사는 30대가 되니 보노보노의 여유로움이 문득 부러웠다. 그리고 인생의 통찰을 담은듯한 짧은 대사 하나하나가 무척 공감이 갔다. 너부리 말고도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가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보노보노의 엄마를 잃은 아빠의 아픔도 몰랐다. 그냥 동물 캐릭터들이 사고뭉치처럼 돌아다니며 귀여움을 뽐내는 만화가 아니라, 보노보노는 제법 훌륭한 위로와 조언을 건네는 친구였다.
 
보노보노는 조급하지 않다. 힘을 빼고 가능한 일에 집중하며 즐겁게 산다. 보노보노는 젠체하지 않는다. 심오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고, 잘난척도 하지 않는다. 나도 다이나믹하고 어마어마한 사건을 기대하기 보다는 점점 사소한 일상에 만족하고 있다. 욕심을 줄이고 안 되면 적당히 체념할줄 아는 게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여전히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은걸 보면 어린애 같기도 하고. 그래서 다 자랐지만 미처 자라지 못한 어른아이들이 이런 보노보노에 소소한 위안을 얻는 것 같다. 내 자리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소소한 행운을 기대하는 하루를 보낸다. ‘버틴다란 말은 너무 치열해 보이기에, 그저 보냈다는 게 더 어울리는 하루다. 조금 더 보노보노의 귀여운 네컷 만화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그래도 이정도면 가볍고 재밌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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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증권으로 배우는 주식투자 실전 가이드북 - 주식 고수들만 아는 ‘네이버 증권 100% 활용법!’
알렉스 강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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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투자자인 저는 주식을 거의 죄악시했습니다. 제태크에 관심이 있고,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바람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았지만, 유독 주식만 색안경을 끼고 봤죠. 워낙 주변에 잃었다는 사람도 많고, 손실을 보면 멘붕에 빠질 걸 두려워했나봅니다. 게다가 차트니, 수급이니 분석을 해도 결국엔 아무거나 찍은 원숭이보다 수익률이 낮다는 우스갯소리도 들어서였죠. 하지만 코인 열풍, 아니 광풍 속에서 한걸음 더 공격적으로 투자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주식에 입문했습니다. 악착같이 절약하고 묵묵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돈을 모을 수 없겠단 생각이었습니다. 초심자의 행운인지 몇몇 종목에서 빨간맛을 보며 왜 진작 시작하지 않을까하는 생각까지 했었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짜둔 손절 데드라인이 넘어가는데도 본전 생각에 버티다가 그만 물리고 말았죠.

"작전세력에 피보는 건 결국 개미들 뿐이다."
"외국인, 기관 놈들이 공매도쳐서 돈 다 털어간다."

개미 투자자의 불만 역시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채 함께 욕하기 바빴습니다. 투자는 온전히 본인의 선택이므로 본인의 책임인데, 탓할 대상이 필요했던거죠. 손실을 보자 그제서야 투자 방법에 대한 고민을 깊이 했습니다. 내 돈 100원 잃는 것도 두려워하면서 너무나 쉽게 주변의 말을 듣고 묻지마 투자를 했던 게 한심하더군요. 테마주나 급등주에 혹해서 반도체, 바이오, 경협주 등 기웃거리면서 사고 팔고를 계속하니 손해는 막심했습니다. 진득하니 버티는 게 개미의 유일한 장점이란 이야기를 들었지만, 제가 산 종목에 확신이 없으니 그걸 지키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네이버 증권으로 주식투자 실전 가이드북>은 훌륭한 지침서였습니다.
 
사실 주식투자 관련 서적을 고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워낙 장의 분위기가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예측한 책은 이미 시의적절하지 못하죠. 그렇다고 지나치게 전문적인 주식 원론서는 진입장벽이 높고 당장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너무 멀게 느껴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네이버 증권으로 주식투자 실전 가이드>는 훌륭한 기본서이자 완벽한 실전서였습니다. 주식을 투기가 아닌 투자로 본 저자 알렉스강은 네이버 증권의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조금 더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합니다. 실제 네이버 증권에 나오는 다양한 종목이나 정렬, 분류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MTS를 함께 놓고 보는 걸 추천합니다. '실질적으로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이야기와 구체적인 적용 방법을 알려주길 좋아한다.'는 저자의 소개처럼 유용한 정보가 많습니다.

1. 새로운 투자의 세상, 주식 4.0 시대를 맞이하며!
2. 네이버 증권 정보를 통한 투자종목 찾기!
3.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추천종목 200% 활용하기!
4. 기본적 분석이 정석이다!
5. 매매 시점을 알려주는 기술적 분석!
6. 주식투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본적 분석, 기술적 분석, 심리적 분석의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정보 획득의 다양한 루트로 소개합니다. 실제로 차트, 공시, 뉴스, 종합토론 등의 네이버 증권 메뉴를 활용하면서 네이버 추천종목이 있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주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고수가 아닌 어느정도 맛을 본 독자들에게는 더욱 와닿을 조언들이 많네요. 차트 분석이나 배당정보 등을 활용해 종목을 추리는 방법도 유익했습니다. 특히 배당주에 대한 전략은 개인적으로 매우 도움이 되고 투자 전략으로 삼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배당 수익을 기다리면서 자연스럽게 중장기 투자자로 버틸 수 있고, 실적과 장세를 고려해 실제로 몇몇 종목을 추려보았습니다. 저같이 소심한 투자자에게는 주식을 사자마자 세금을 떼기에 파란색으로 시작해서 심리적 위축감이 들기 마련인데, 배당금을 생각하면 오히려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도 했죠.
 
물론 <네이버 증권으로 배우는 주식투자 실전 가이드북>이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종목을 사라, 얼마에 매도하라는 지침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는 안되고요. 최소한의 정보를 얻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하며 조금 더 현명한 투자를 권하는 책이죠. 최근 출렁이는 장세, 몇몇 특정 종목만 튀어오르는 장세에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던 차에 훌륭한 쉼표가 되어준 책입니다. 냉정하고 현명하게 현재 포트폴리오를 재분석하고, 매수/매도 전략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줬습니다. 아마 한번 주식투자에 발을 디딘 이상 꽤 오래 주식 시장과 함께할 것 같습니다. 이왕이면 자본주의 시장의 꽃인 주식장에서 제법 쏠쏠한 부가이익을 얻고 싶으니, 더 부지런히, 더 냉철하게 움직여야겠습니다. <네이버 증권으로 배우는 주식투자 실전 가이드북>을 벗삼아서요

투자를 하면서 욕심을 관리하는 것도 리스크 관리 방법 중 하나다. 사실 이 부분이 굉장히 어렵다. 사람은 욕심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은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트레이더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욕심을 내기보다는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우고 그대로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 <주식투자에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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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세계를 스칠 때 - 정바비 산문집
정바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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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방학 1집은 내 인생의 명반으로 꼽을 정도로 정말 많이 들었다.   마음속에 콕 박혀 오랜시간 은은하게 맴도는 정바비의 가사와 멜로디, '만약'이라는 두 글자만으로도 마음을 흔드는 계피의 보컬. 자연스레 언니네 이발관, 브로콜리 너마저 등 이들이 속한 인디밴드의 노래들도 자연스레 즐겨들었다. 아껴듣는 노래를 굳이 꼽자면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너무 좋으면 혹시나 질리지 않을까 싶어서 하는 마음이랄까? 풋풋했던 대학 시절의 추억, 그때의 감정, 그곳의 분위기를 신기하게도, 어렴풋이 기억나게 하는 노래다. 대학시절을 가득채운 추억의 공통분모를 떠올리면 정바비의 감성이 제법 많이 남아있었다. 정신없이 회사를 다니며 CDP가 아니라 출퇴근길에 유튜브 영상이나 깔짝거리며 보다보니 가을방학을 잊고 지냈다. 그러던 와중에 자연스레 정바비 산문집 <너의 세계를 스칠 때>을 회사 도서관에서 우연찮게 보고 반가운 마음에 덜컥 빌렸다. 내가 상상한 정바비는 수줍은 안경잡이 소년이었다. 아마 콘서트때도 그리 말이 많지 않고, 묵묵히 기타를 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정바비에 대한 환상은 100% 깨졌다.
 
매우 시니컬하고 까칠하며, 호불호가 너무 확실한 사람이었다. 여자를 좋아하고 술도 좋아하며 잔잔한 노래보다는 록을 좋아하고 본능에 충실한 노래가 어울리는 싱어송라이터였다. 그런 그가 줄리아하트 활동을 할 때가 오히려 가을방학 때보다 편한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철저히 자연인과 가면을 쓴 뮤지션의 경계가 확실한 것 같더라. 에세이를 읽으면 흔히 엿볼 수 있는 은근한 교훈, 삶의 지혜 혹은 유명인의 에피소드는 아예 없어서 색다른 느낌이었다. 오롯이 자기의 취향을 속속들이 공개하며 이야기를 늘어놓는 스타일이었다. 맨 마지막 페이지에 나온 참고도서, 음악, 영화를 비교해보니 내가 본 건 딱 2개였다.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라이프 오브 파이>. 그처럼 일본소설에는 전혀 흥미가 없고, 대부분의 노래도 아예 처음 듣는 제목인 게 많았다. 하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그에게서는 자신의 취향에 대한 우월감이나, 강요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자유로운 영혼의 대명사 뮤지션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가를 엿보고, 추억의 노래들을 다시 한번 들어본 것만으로도 제법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나도 눈치보지 않고 자유롭게 취향대로 살고싶단 막연한 상상도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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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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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술을 마신다. 자의든 타의든, 살아가면서 술을 접하지 않고는 자라기 어려운 게 한국 사회다. 무언가를 잊기 위해서, 아니면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서 부어라 마셔라 소리친다. 대학교에 들어가도, (혹은 고등학교 수학여행따위의 단체 여행에서가 먼저일지도.) 회사에 들어가도 환영은 언제나 똑같다. 술을 마시며 다같이 하나됨을 외치고, 누가 먼저 나가떨어질지 내기라도 하듯 강권하고 잔을 돌린다. 개인적으로 술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지내고 있다. 때론 친한 친구들, 가족과의 편한 한두잔으로 기분 좋은 대화를 이어가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기분 좋고 편한 분위기에서 오히려 잔뜩 취하는 편이다.) 결국 문제는 ''이 아니라 '술자리'.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분위기가 술이 더해지니 가속도가 붙는 것이지, 결국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사람들이다.
 
권여선 작가의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에도 술 마시는 장면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술을 마시고, 취하며, 후회하고, 그리워한다. 아이를 빼앗기고 술을 마시는 사람, 동창을 만나 학창시절을 추억하며 섞어 마시는 사람들, 식사 후 커피잔에 소주를 마시는 작가. 다양한 이들의 내면을 드러내는 데 술은 빠질 수 없다. 결국 그들이 처한 비극적인 상황때문에 그들은 주정뱅이가 된다. 술이 아니라 주위를 둘러싼 아슬아슬한 위기와 불행들이 그들을 주정뱅이로 만든다. 과연 소설속에서 벌어지는, 하지만 실제로도 충분히 잃어날 수 있는 상실과 이별을 상상해본다면, 나도 어쩌면 '주정뱅이'가 될 수 있겠구나 싶더라. 산다는 게 그만큼 끔찍하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엿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언젠가는 나도 소주가 쓴 게 아니라 달 게 느껴질 수 있을까 모르겠다. 적어도 고독하고 괴로울 때 술의 힘을 아예 빌리지 않겠다고는 다짐할 수 없지만, 함께 술을 마셔줄 누군가가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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