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특별판)
김신회 지음 / 놀(다산북스)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보노보노는 내 또래 친구였다. 1986년 출간되어 30년 넘게 연재를 이어오고 국내에도 많은 팬들이 있는 베스트셀러다. 예전에는 그냥 멍때리기 좋아하고, 친구들과 놀기만 좋아하는 귀여운 수달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에 찌들고, 피로를 달고 사는 30대가 되니 보노보노의 여유로움이 문득 부러웠다. 그리고 인생의 통찰을 담은듯한 짧은 대사 하나하나가 무척 공감이 갔다. 너부리 말고도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가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보노보노의 엄마를 잃은 아빠의 아픔도 몰랐다. 그냥 동물 캐릭터들이 사고뭉치처럼 돌아다니며 귀여움을 뽐내는 만화가 아니라, 보노보노는 제법 훌륭한 위로와 조언을 건네는 친구였다.
 
보노보노는 조급하지 않다. 힘을 빼고 가능한 일에 집중하며 즐겁게 산다. 보노보노는 젠체하지 않는다. 심오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고, 잘난척도 하지 않는다. 나도 다이나믹하고 어마어마한 사건을 기대하기 보다는 점점 사소한 일상에 만족하고 있다. 욕심을 줄이고 안 되면 적당히 체념할줄 아는 게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여전히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은걸 보면 어린애 같기도 하고. 그래서 다 자랐지만 미처 자라지 못한 어른아이들이 이런 보노보노에 소소한 위안을 얻는 것 같다. 내 자리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소소한 행운을 기대하는 하루를 보낸다. ‘버틴다란 말은 너무 치열해 보이기에, 그저 보냈다는 게 더 어울리는 하루다. 조금 더 보노보노의 귀여운 네컷 만화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그래도 이정도면 가볍고 재밌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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