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창업하지 않을 수 없다 - 그때가 언제든 인생의 어느 순간
이정협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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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고민하는 창업. 너무나도 멀게 느껴지지만 언젠가는 마주쳐야하는 존재인데, 이를 정말 적나라하고 생생하게, 진정 도움이 되는 조언들로 가득찬 책입니다. 여기서 얻은 다양한 인사이트로 성공한 창업가의 테크트리를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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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 당신의 착함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먹이는 한 방!
무옌거 지음, 최인애 옮김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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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겨울 해물찜을 먹으려고 기다리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왜 꼭 고춧가루가 붙어있는 더러운 부분은 뒤늦게 보이는 걸까? 그냥 다른 컵으로 마시자 생각하고 넘어갔다. 곧바로 해물찜이 나왔지만 너무나 명백하게 머리카락이 한가닥 새우껍질에 달라 붙어 있었다. 식당 주인을 불러 음식을 바꿔달라고 당당하게 말할 용기가 없었는지, 아무도 모르게 슬쩍 머리카락을 빼냈다. 괜히 위생상태는 별로였지만 그래도 음식이 맛있었다고 자위했다. 실제론 그냥 맵기만 하고 그저그랬는데.


# 태국 여행을 가서 우버나 그랩도 잡히지 않는 후미진 골목에서 겨우 택시를 잡았다. 미터기를 켜달라고 했지만, '노미따~'를 외치며 계속 비싼 금액을 불렀다. 그냥 내리는 시늉까지 했지만, 택시 잡기가 쉽지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기사는 그리 당황하지도 않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알고도 사기를 당하는 심정으로 택시를 탔다. 오는 내내 차도 꽉 막히고, 뒷자리를 강타하는 음악은 시끄러워 신경을 긁었다. 겨우 호텔로 돌아와 내리면서 바가지 금액을 내면서 나도 모르게 말했다. "Thank you". 고맙기는 커녕 불쾌하고 짜증났는데.


어려서부터 “착하다.”, “순하다.”, “얌전하다.”는 칭찬을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딱히 그런 칭찬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도 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몇 년 동안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많은 상처를 입은 후에 아마 이렇게 느꼈을지 모른다. 본성이 착한 사람보다는 개성이 분명하고 성질부릴 줄 아는 사람이 훨씬 잘 산다고 말이다. _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로 보이니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착하다'는 수식어를 많이 들어왔다. 너그럽다, 협동심이 뛰어나다, 배려심이 깊다, 양보심이 많다. 이런 비슷한 류의 평가가 학생부에 많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창시절 남에게 욕을 해본적도 없고, 싸움에 휘말린 적도 없었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서 온갖 진상을 마주하다보니 내 성격에 대해 스스로도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 단호하게 내 몫을 챙기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내 할일만 하면 되는데 어느순간 도움을 청하기 좋은 만만한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물론, 내가 그런 과정에서 뿌듯함, 성취감을 느끼면 상관없지만 제법 이기적인 나는 스트레스가 차곡차곡 쌓일 뿐이었다. 그걸 애써 지나치기 위해 합리화를 하는 꼼수만 늘어날 뿐이었다. 언젠가는 복으로 돌아올 거다, 내가 위험에 처하면 도와줄거다, 이러면서 배우는 게 있다.

개뿔.

나는 그저 불편한 게 싫어서 그 상황을 피하는 겁쟁이였던 것이다.

타인을 과도하게 허용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학대다. 온화하고 선량한 것도 좋지만 필요하다면 자신을 위해 싸울 수 있는 무기인 ‘까칠함’도 갖춰야 한다. 기억하자. 강해야 할 때는 강하게, 부드러워야 할 때는 부드럽게 변할 줄 아는 사람만이 인간관계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다.

_ 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


<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는 거절하기 힘든 사이일수록, 매일 마주하는 관계일수록, 가깝고 소중한 상대일수록 "태도는 부드럽게, 행동은 단호하게"해야한다고 말하는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책이었다. 친한 사이는 커녕, 처음 보는, 심지어 다시 보지 않을 사람에게도 쓴소리를 하기 꺼리는 내게는 와닿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사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에피소드는 반복되고, 엄청난 깨달음을 주지 않는 뻔한 내용이었다. (솔직히 빨간줄로 그어진 부분만 술술 읽고 넘어가도 충분하다.) 하지만 당신의 착함에는 '가시'가 필요하다는 처방전은 하나하나 와닿았다. 사실 이런 단호함, 쓴소리는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다. 그래도 여러가지 표현으로 우유부단함, 비겁함이 나에게 어떤 해가 되는지, 나아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지 읽다보니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시부럴.

아닌 건 아닌 거고, 내가 다 뒤치다꺼리할 필요는 전혀 없다. 타인을 향한 선의, 동정심이 당연한 거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순간 오지랖이자 호구짓이 되는 거다.

이 세상에는 세 종류의 일이 있다. 내 일, 남의 일, 하늘의 일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하늘의 일은 아예 내가 관여할 수 없는 범위에 있고, 남의 일은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결국 나는 내 일만 잘하면 된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인내심이 주요 덕목으로 손꼽히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이 중국, 대만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오른 걸 보면 그들도 비슷한 고민거리를 안고 살아가는 것 같다.) 학교, 가족, 사회, 군대 등 어느 조직을 가든 본인을 희생하고 고통을 참아내는 게 미덕이라 주입한다. 하지만 완벽하게 착한 사람도, 철저하게 악한 사람은 없다. 그저 자기가 처한 상황에 스스로 제일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본인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니 나름인 것이다. 그걸 인정하고, 모든 이에게 인정받으려는 마음부터 고쳐먹어야한다. 착하다는 건 어찌보면 호구에게 전하는 당근의 탈을 쓴 채찍일 수 있다. 남의 일은 남의 일이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나의 일을 철저히 해내면 그만인 것이다.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인간관계에서 늘 약자로 슬퍼하기 보다는 부드러운 단호함을 키울 필요가 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만사가 불만이고, 싸우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어쩔 수 없이 내 몫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거고, 많은 부분을 감수하고 용기를 내는 것이다. 내가 지켜야할 사람이 많아질수록 느끼는 바가 많다.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절박함을 느끼기도 하고. 나만 착한 사람, 인정 넘치고 여유로운 사람 코스프레를 하면서 선비마냥 뒷짐질 때, 우리를 지키기 위해 내 곁의 사람을 싸움닭이 되어 어쩔 수 없이 쓴소리를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내가 당당하게 말하면 쉽게 풀릴 일인데도, 옆사람이 힘겹게 겨우겨우 싸워서 얻어내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거절당할 게 무서워서 거절을 안했던 내 모습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지랄.

극단적으로 오지랖을 부리고 욕을 하며 바득바득 싸우라는 건 아니지만. 아니다 그런 마인드로 우리 밥그릇은 지키겠단 마인드를 가져야지 그나마 남들 하는 것만큼 당당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조금 더 악을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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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 소비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김영준 지음 / 스마트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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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여기저기 잡음이 들려오지만 시청률은 고공 상승 중이다. 요식업계의 신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백종원이 푸드트럭에 팁을 주던 게 시작이었다. 이대 앞, 충무로 필동, 공덕 소담길 등 죽어가는 상권을 살리는 정규프로로 편성되었고, 어느덧 10% 시청률도 돌파했고 연이은 화제를 낳고 있다. 백종원이 사장님들의 2% 부족한 음식 솜씨를 귀신같이 잡아주고, 인테리어나 메뉴 구성까지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건 보는 내내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빌런'과 '백종원의 극한직업' 두 단어로 프로그램을 요약할 수 있다.

기본적인 요리는 커녕 위생관념 조차 없는 사장, 똥고집을 부리면서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메뉴를 고집하는 사장, 상권에 대한 분석 없이 그저 쉬워보여서 장사를 시작한 사장. 수많은 빌런을 보며 혀를 끌끌 차고, 실소를 금치 못하지만 그들을 보며 과연 내가 웃을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과연 내가 지금 회사를 때려치고 사업을 시작한다면 과연 그들과 차별화된 프로페셔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적당한 입지에 적당한 프랜차이즈를 등에 업고 '열심히'만 일하면 과연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컴퓨터 앞에서 엑셀이나 만지던 내가 닭을 튀긴다고 기가 막힌 맛을 이뤄낼 수 있을까? 권리금, 상권, 입지, 회전율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도 없는 나라고 TV에서 조롱당하는 초짜 사장님들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자영업을 다룬 <골목읜 전쟁>은 그런 의미에서 재밌고 유익하게 다가왔다. 창업 성공기나 노하우를 전하기 보다는 차분하게 자본 시장을 분석하고,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를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설명한다. 예를 들면 스타벅스가 왜 한국에서는 유독 비쌀까? 헬적화의 이유는 임대료(매출의 약 12% 수수료 형식 지급), 한국 소비자의 소비성향(좌석 선호, 회전율 낮음), 경영전략(해외 브랜드 로열티 지급)때문에 타국가와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아울러 대만 카스테라 열풍도 어느순간 짜게 식은 것도 단순히 TV프로의 지적때문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과 과도한 경쟁의 결과인 것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성수동, 연남동, 망원동 등 소위 말하는 뜨는 동네의 흥망성쇠를

분석한 점도 신선했다.


사업의 성공 요인은 '운'의 요소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매우 현실적이고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노력을 한다고 5년내 생존하는 20%에 드는 것이 아니고, 작은 차이가 엄청난 성공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요리의 맛이 어마어마하게 뛰어나도 입지의 장벽에 무너질 수 있고, 엄청나게 기발하고 신선한 메뉴도 갑작스런 시장 환경 변화에 망할 수 있다. 유사 프렌차이즈의 유입, 상권의 변화, 최저임금 인상 등 너무나 변수가 많기에 100% 낙관하고 자신을 과도하게 믿는 것은 폐업의 지름길이다. 그렇다고 운에 전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맡기고 기도하는 게 최선일까? 아무런 일없이 자리만 지키고 있는 날에도 어쨌든 월급이 나오는 회사와는 다르게 자영업은 하루하루가 실전이다. 그러므로 생각보다 미치는 영향은 보잘 것 없지만, 적어도 본인이 만들 수 있는 '노력'과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상승하는 월세, 임대료. 최저임금이나 가맹점주, 건물주의 갑질로 자영업의 실패를 말하기엔 세상은 너무나 복잡한 공간이다. 단순히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가까운 대형 마트를 강제로 쉬게 한다고 해서 곧바로 매출이 오를까? 물론 재래시장의 판매량도 오르지만, 그보다 더 많은 매출은 백화점이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선과 악으로 자본시장을 규정하고, 그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간극을 줄여가기 위해서라면 <골목의 전쟁>을 꼭 읽어봐야한다. 집에서 가까운 지하철역 주변에는 몇달이 멀다하고 업종을 바꾸는 집이 있다. 대만 카스테라, 핫도그, 식빵.. 우스갯소리로 최근 자영업 트렌드가 궁금하면 그 집을 보면 된다고도 했다. 어쨌든 그 집은 빠르게 트렌드를 읽고, 먼저 자리를 선점하고, 적절한 시점에 환승을 잘하는 영리한 영업전략을 지닌 집이었다. 무심코 지나가는 골목 사이에서도 성공의 요인을 잘 살펴봐야겠다. 제1의 인생 속에서 완벽하게 다음 스텝을 설계해야지 운 좋게 성공할까 말까니 말이다.




자영업은 노력으로 되는 사업이 아니다. 노력만으로 가능하다면 5년 내 생존율은 20%가 아니라 60% 이상은 되어야 한다. 정말로 사업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보다 나은 자영업의 미래를 누리고 싶다면 감각을 키우고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이것만이 좀 더 희망적인 미래를 누릴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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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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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갈수록 팍팍해지는 사회에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책 <고민하는 힘>은 대학 시절 인상적인 책이었다. 힘든 고민의 시간이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는 메시지를 전한 강상중 교수의 새로운 책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을 자연스레 기대를 안고 읽었다. 어느덧 일을 하기 시작한 지 5년이 넘어가는데, 여전히 확고한 비전이나 탄탄한 미래는 없고 하루하루 버텨내기 빠듯한 일상이었다. 일은 그저 돈벌이를 위한 수단이라고 치부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고 마음먹었지만, 너무나도 많은 시간 내 인생을 차지하고 있는 게 '일'이었다. 게다가 일에서 보람이나 성취를 느끼기보다는 나를 잃어간다는 느낌이 드는 적이 많기에 더욱 이 책이 끌렸다.

저자 강상중의 일본 이름은 나가노 데쓰오다. 재일 한국인 2세 최초로 도쿄 대학 정교수에 오른 그는 출신이 여러모로 자의식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부모님이 야구 선수가 되길 바라고, 공부를 하면 얼른 자라고 채근한 일화도 그의 출신 성분 때문이었다. 자이니치인 이상 일본 주류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기 어렵다는 현실 때문에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또 고민했다. 대학원 진학도 솔직히 취직이 되지 않아서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한국 이름을 쓰는 이유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뿌리인 한국을 잊지 않기 위해서, 사랑하는 조국에 대한 자긍심 따위가 아니라 그저 변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그는 이름도 한국어로 바꾼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불안한 시대일수록 일에 의미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의 의미를 생각하라, 다양한 관점을 가져라, 인문학에서 배우라'


일이란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자 나다움의 표현이란 것이다. 단순히 열심히 공부하고 경쟁을 이겨내 취업에 성공하는 것이 모두인 세상은 이미 지나갔다. 그저 생계 수단이 아니라 내 삶의 방식을 만드는 어떤 것으로 일을 받아들여야 더욱 발전하고 오래갈 수 있는 것이다.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다양한 관점을 가지라는 조언이었다. 하나의 영역에 100% 맡기고 운이 따르지 않아 전부를 잃기 보다, 리스크 해지를 투자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플랜 B, 대안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을 하면서 항상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배우고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부자연스럽고 거창하게 자아실현을 이뤄내 회사에서 성공하겠다는 다짐보다는 조금 더 자연스러울 필요가 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대로 최선을 다하고 스트레스받지 않는 게 제일인 시대인 것이다.

그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읽는 고전이나 전문서, 어느 정도 집중력이 필요한 일과 관련된 책, 짧은 시간 대략적으로 훑어보는 소설, 잡지 등을 나눈 탄력적인 독서법도 제시한다. 아울러 자신이 감명 깊게 읽었던 5권의 책(<삶의 물음에 예라고 대답하라>, <로빈슨 크루소>, <산시로>, <매니지먼트>, <거대한 전환>)을 비즈니스 퍼슨에게도 추천한다. 아울러 인문학의 중요성을 곱씹으며 혼란스러운 역사 속 리더 5명(벤저민 프랭클린, 이시바시 단잔, 혼다 소이치로, 스티브 잡스, 김대중)을 언급하며 그들의 삶, 그들의 일, 그들의 교훈을 곱씹어 본다. 막연하게 고전을 읽어라, 인문학은 중요하다고 외치는 것보다 본인 인생에서 감명 깊었던 책, 인물을 직접 소개하는 건 매우 유익하고 흥미로웠다.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엄청난 변화가 없는 이상 일을 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피곤함을 이겨내고 월요일마다 출근길에 올라야 할 것이다. 한때는 사무실의 나와 일상의 나를 완전히 별개라고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회사에서 너무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고, 두 개의 자아를 갖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마음을 달리 먹기로 했다.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을 뽑아들고, 5년째 버티고 있지만 아직 당첨 복권이란 확신이 없다. 아무리 회사가 굳건하게 잘 버티고 승승장구한다 해도 퇴직 후 남은 인생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 회사에서 뽑아먹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영리하게 뽑아내며, 나의 앞가림을 위해 부지런히 일하고 시야를 넓히자. 다양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걸 도전해봐야 한다. 기업에 들어와서 유리한 점은 어찌 보면 많은 돈을 받는 게 아니라(주지도 않지만!), 본받을만한 인사이트를 지닌 여러 사람을 만나고, 성장을 위한 여러 제도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써먹기 위해 조금은 더 욕심내고, 자신 있게 나서며 진정한 '나다움'을 표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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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노동의 역습 - 대가 없이 당신에게 떠넘겨진 보이지 않는 일들
크레이그 램버트 지음, 이현주 옮김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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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영어로 뭐지? Water가 아니라 Self라고 껄껄껄."

멱살을 쥐게 하는 아재개그 단골 소재인 셀프서비스는 이제 너무나 당연한 시스템이다. 돈을 내고 밥을 먹는데, 물은 스스로 떠와야한다니? 손님은 왕인데? 라고는 이제 헬조선 꼰대 선비도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이처럼 소량 셀프 계산대에 직접 바코드를 찍으면 물건을 담는 것도 언젠가는 별도의 공간이 아닌 주류를 차지할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스스로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자연스레 타인이 해주던 노동을 스스로 하고 있다. 크레이그 램버트는 뉴욕 타임즈에 기고한 사설 '대가 없이 추가된 그림자 노동'을 확장해 <그림자 노동의 역습>을 내놓았다.

저자는 오스트리아 사회사상가 이반 일리치가 주장한 '그림자 노동' 개념을 현대 사회에 접목해 다양한 사례를 분석했다. 램버트는 돈을 받지 않고 회사, 조직을 위해 행하는 모든 종류의 일을 '그림자 노동'으로 정의한다. 이케아에서 북유럽 감성을 느낀다고 가구를 직접 조립하는 건 물론이고, 액티브 엑스와 더불어 디지털 사회에서 가장 짜증나는 일 중 하나인 숫자+영문+특수기호 조합 패스워드 교체도 이에 해당한다. 인터넷 항공권, 숙박 예약, 온라인 주식 거래, 인터넷 의료 지식 검색, 스팸 메일 삭제, 음료잔 반납. 너무나 많은 일들은 우리는 멀티태스킹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이는 인건비를 줄이려는 기업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인원 감축이나 기기 자동화와 함께 고객에게 제공하던 서비스를 교묘한 방법으로 스스로 처리하도록 전가하는 방법이 대중화된 것이다.

물론 그림자 노동을 통해 소비자는 당장 재화와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고, 자신만의 기호나 특색에 맞춘 소비가 가능하다. 처리 과정에서 본인만의 경험과 배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21세기에 시간은 금이다. 아니 금보다 더한 가치다. 그림자 노동때문에 할 일이 늘어나고, 자율성이 늘어나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자기 인생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간다. 게다가 사라지는 직업들의 대부분은 저임금 미숙련 일자리가 차지할테고, 양극화를 가속할 수도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 일상으로 스며들어, 의구심을 가지지 못했던 다양한 그림자 노동을 일깨워주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책이었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당연하다고만 고분고분하게 받아들이다보면, 어느순간 불필요한 업무까지 악랄한 기업에 봉사하게 될테니. 이걸 쓰고 있는 와중에도 익스플로어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권하는 창이 뜬다. 그림자노동으로부터 제발 해방되고 싶다.


"삶은 더 바빠졌다. 하루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24시간인데, 어쩐 일인지 시간이 줄어든 것 같다. 사실 시간이 줄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여유 시간'이 줄고 있을 뿐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번창한 시대에 살고 있고, 이 번영이 한가로운 시간을 안겨 줄 게 분명한데 말이다. 하지만 조수가 해안을 침식하듯 새로운 일들이 조용히 우리의 시간에 침투하여 여가를 조금씩 빼앗아 가고 있다. 어처구니없게도 우리는 자원하지도 않은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하느라 매일 허우적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일들은 우리가 깨닫지도 못한 사이에 모습을 드러낸, 밀물처럼 밀려오는 그림자 노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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