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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용
오노 미유키 글, 히다카 쿄코 그림 / 봄나무 / 2016년 4월
평점 :
올해 4월은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의 30주기가 되는 날이었어요.
무섭게 밀려드는 쓰나미와 지진, 원전 사고까지..
일본의 아찔했던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벌써 올해로 5년이 지나가고 있고요.
시간은 계속해서 지나가지만, 원전의 위험성은
사고 이후에 가장 큰 문제가 되고, 보이지 않는 방사능 공포는
언제 어떤 시점으로 다가올지 몰라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주변 환경의 변화와 사람들의 삶 등만 봐도
단편적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빛의 용>은 후쿠시마 원전 피해 주민을 돕기 위해 원전 그림책 프로젝트로 탄생한 그림책이에요.
책 제목만 봐서는 뭔가 신비로운 용 이야기 같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원전의 양면성을 생각해보게 해요.

먼 마을로 떠났던 작은 마을의 임금님이 빛을 내는 용을 데려왔어요.
빛을 내는 용은 특별한 돌을 먹으면 일곱가지 무지개 색 빛을 뿜어서 그 빛 덕분에
캄캄한 밤도 낮처럼 밝아지고, 추운 겨울도 봄처럼 따뜻해지며
공장에서는 더 많은 무건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매일 용의 빛을 받으러 찾아왔어요.
마을은 활기차게 변하고, 더 풍족해졌지요.
아이들에게 용은 새로운 친구이자, 용이 살고 있는 오두막은 늘 즐거운 놀이터 같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무서운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어요.
멀고 먼 나라에 사는 빛의 용이 난폭하게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떠났대요.
빛의 용을 우러러 보던 사람들은 하나둘 등을 돌리고, 매일 싸우기만 했어요.
나 또한 용이 살고 있는 오두막을 멀리하기 시작했고요..
용의 괴로운 신음소리에 찾아간 오두막에서는
임금님이 빛을 더 많이 뿜어내라며 돌을 마구 먹이고 있었어요.
결국 용은 배가 터지고.. 용의 배에서 흘러나온 독은 마을을 삼키기 시작했어요.

마을 사람들은 죽은 용에게 화를 내고 미워했어요.
용의 빛 덕분에 그동안 풍요롭고 풍족하게 살았던 생활을 잊고서...

그럼에도 또다시 용을 데려온 임금님..
이번에야말로 틀림없이 안전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빛을 뿜어내는 용은 마치 원전과 같아요.
용이 내는 빛으로 사람들은 더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었지만,
그 용이 죽고 난 뒤 불행해진 모습은 원전의 양면성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나라 또한 전 세계에서 국토 면적 대비 가장 많은 원전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에요.
그럼에도 여기에 추가로 건설예정인 원전만 11기에 이르고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고리원전의 수명연장까지..
늘어나는 원전의 수만큼 우리의 삶도 더 편해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안전성과 위험성 또한 생각하고
철저한 안전관리와 책임의식이 필요할 것 같아요.
당장 원전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해서 다른 나라의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제는 사회적인 문제로도 거론되고 있는만큼 우리 모두가 부모로서,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현재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로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과학기술에 너무 많은 과신보다는 조금 더 아끼고, 환경을 먼저 생각한다면
훗날 내 아이, 그 후의 후손들이 살아갈 이 땅에 빛의 용과 같은 위험성을 안고 살아가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어요.
저 또한 원전사고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아이들과 빛의 용을 보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