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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시옷들 - 사랑, 삶 그리고 시 날마다 인문학 1
조이스 박 지음 / 포르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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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게 부치는 편지와도 같은, 아름다운 시와 언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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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종류들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조르주 페렉 지음, 김호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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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붙어있는 한, 아마 나는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평생 이동하는 삶을 살 것이다. 오늘같이 꼼짝않고 집에만 있는 날에도 나는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끊임없이 이동한다. 침대에서 소파로, 소파에서 부엌으로, 부엌에서 다시 소파로...

페렉의 유일한 산문집, <공간의 종류들>을 샀다. 

오늘은 커피를 한 잔만 먹었을 뿐인데, 고카페인 커피를 빈속에 마신 듯 심장이 미친듯이 두근댄다.

페렉을 꽤 읽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기전에는 페렉의 매력을 다 안다고 말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다지도 독창적이고,
이다지도 아름다울까?

침대, 인생의 삼분의 일 이상을 보내는 곳.
페렉은 이렇게 썼다.

나는 침대속에서 많은 여행을 했다. 생존을 위해 나는 부엌에서 설탕을 훔쳐와 긴 베개 밑에 숨기곤 했다.(그 때문에 몸이 가려웠다....).담요나 베개가 보호해줌에도 두려움은 - 심지어 공포는 - 언제나 떠나지 않았다.

침대, 말로 표현할 길 없는 위협의 장소, 대립의 장소, 하룻밤 스쳐 지나가는 여인들로 붐비는 고독한 육체적 공간, 욕망의 권리를 상실한 공간, 정착이 불가능한 장소, 꿈과 오이디푸스적 향수의 공간:

두려움 없이 그리고 후회없이 잠들 수 있는 자는 행복하여라
묵직하고 오래된 아버지의 침대에서
모든 가족이 태어났고 또한 그들 모두가 죽었네.
(P 34)

=============
공교롭게도, 비좁은 청년 주택에 관한 기사를 읽은 날
쓸모없는 공간에 대한 페렉의 글을 이렇게 접한다.
쓸모없는 공간을 상상하기도 버거운 이 시대에 읽는 페렉의 글.

나는 쓸모없는 방 하나가, 절대적으로 그리고 일부러 쓸모없는 방 하나가 있는 아파트를 생각해 보려 몇 번이고 애쓴 적이 있다.
(중략)

하지만 그 경우에도 나는 무를 생각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다. 어떻게 무를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무 주위에 자동적으로 어떤 것을 두지 않고 어떻게 무를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무를 하나의 구멍으로 만들어 그 안에 서둘러 무언가를 넣게 하는 어떤 것, 하나의 실천, 하나의 기능, 하나의 운명, 하나의 시선, 하나의 필요, 하나의 결여, 하나의 잉여를 넣게 하는 그 어떤 것 없이?....
(P 58)
================

짜여진 형식에 매이지 않으면서도 자유로이 아름다움을 유영하고 있는 페렉의 문장에 새삼 매혹된다.
페렉의 위대함. 별다른 것을 다루지 않으면서도 특별한 사유를 끌어내는 문장의 힘.
독자들에게는 사랑을, 다른 작가들에게는 질투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는 이 책을.... 나는 내 침대 옆에 오래두고 싶다. 페렉식의 아름다운 사물의 나열을 내 방식대로 필사하고 싶어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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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종류들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조르주 페렉 지음, 김호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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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책을 어디서 읽으면 좋을까 한참을 생각하게 되었다. ‘침대‘는 침대에서, ‘방‘은 방에서, ‘아파트‘는 아파트에서...공간과 공간사이를 떠돌며 책을 읽었다. 내가 여지껏 알았던 페렉도 훌륭하지만, 이 책에서의 페렉의 서정성은 정말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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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 자리에 섰습니다 - 여성 세계사의 변곡점 위에 섰던 비범한 그녀들의 강렬한 연설 50
애나 러셀.카밀라 핀헤이로 지음, 조이스 박 옮김 / 키스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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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한 번역으로 읽는, 세상을 바꾼 여성들의 명연설. 읽다 보면 인생에 대한 공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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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 자리에 섰습니다 - 여성 세계사의 변곡점 위에 섰던 비범한 그녀들의 강렬한 연설 50
애나 러셀.카밀라 핀헤이로 지음, 조이스 박 옮김 / 키스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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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친구들과 만나면 자주 그런 이야기를 나눈다. 늙어서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가 혼자서도 고독을 이겨낼 수 있을까? 실버 타운이라도 들어가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 때까지 경제활동이 가능할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친구들과의 점점 건강과 자립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된다. 그러한 이야기를 나눈 후에는 생각이 많아진다. 솔직히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막막함’이다. 아직은 노년에 대한 솔루션이 마련되어 있지 않음에 대한 불안감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이 자리에 섰습니다’ 중에서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의 ‘자아의 고독’이라는 연설이 가장 마음에 꽂힌 이유가 그래서 일까?

‘자아의 고독’은 일흔이 된 캐디 스탠턴의 사임 연설이다. 그녀는 평생 여성인권운동에 생을 바쳐왔다. 안타깝게도 미국 여성이 1920년에 이르러 비로소 투표권을 얻는 것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지만...

연설은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하는 가장 큰 이유를 삶에서 만나게 되는 ‘고독의 오롯함’이라고 말한다.
여성은 보호받아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며, 
삶이라는 풍랑속에서 홀로 항해하는 존재이며,
그렇기에 당연히 ‘혼자하는 항해의 법칙’을 배워야 한다고 그녀는 이야기한다.

영혼은 독립성을 갖추도록 다듬어져야 한다는 말에서 잠시 멈칫했다.
나는 내 생을 그렇게 다듬어왔을까?
아직까지도 언젠가 혼자 세상에 남겨진다는 생각을 하면 두려움부터 앞선다. ‘고독에 질식하지나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내게 닥칠 일이다.

그녀는 연설의 말미에서 이렇게 묻는다.
“대체 누가 다른 영혼의 권리와 의무와 책임을 떠맡을 수 있단 말입니까? 아니, 어찌 감히 떠 맡을 수 있습니까?”

나는 저 질문에 좀 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다른 훌륭한 여성들 또한 자신의 영혼을 독립적으로 갖추도록 다듬고 실천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연설이 더욱 울림있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P.S. 
1. 하지만 표현력에 있어서 가장 감탄한 연설들은 소설가들의 연설이었다. 버지니아 울프와 토니 모리슨의 표현은 그야말로 기가 막히게 훌륭하다. 특히 버지니아 울프의 그 유명한 ‘가정의 수호천사’ ... 이건 그 자체가 멋진 단편 소설이다. 읽으면서 실제로 우리집에서 왔다갔다 하는 긴 치마의 가정의 수호천사가 눈 앞에 아른거리는 듯 했다.

2. 내지 일러스트들이 정말 훌륭하다. 세상을 바꾼 그녀들의 모습을 아름답고 산뜻하게 표현한 이 일러스트만으로도 소장가치는 충분하다!

3. 번역이 유려해서 가독성이 높다. 연설들이 읽는 내내 직관적으로 다가왔고, 특히 문학적 문장의 맛을 살릴 필요가 있는 부분들이 돋보이게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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