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이 자리에 섰습니다 - 여성 세계사의 변곡점 위에 섰던 비범한 그녀들의 강렬한 연설 50
애나 러셀.카밀라 핀헤이로 지음, 조이스 박 옮김 / 키스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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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친구들과 만나면 자주 그런 이야기를 나눈다. 늙어서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가 혼자서도 고독을 이겨낼 수 있을까? 실버 타운이라도 들어가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 때까지 경제활동이 가능할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친구들과의 점점 건강과 자립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된다. 그러한 이야기를 나눈 후에는 생각이 많아진다. 솔직히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막막함’이다. 아직은 노년에 대한 솔루션이 마련되어 있지 않음에 대한 불안감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이 자리에 섰습니다’ 중에서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의 ‘자아의 고독’이라는 연설이 가장 마음에 꽂힌 이유가 그래서 일까?

‘자아의 고독’은 일흔이 된 캐디 스탠턴의 사임 연설이다. 그녀는 평생 여성인권운동에 생을 바쳐왔다. 안타깝게도 미국 여성이 1920년에 이르러 비로소 투표권을 얻는 것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지만...

연설은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하는 가장 큰 이유를 삶에서 만나게 되는 ‘고독의 오롯함’이라고 말한다.
여성은 보호받아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며, 
삶이라는 풍랑속에서 홀로 항해하는 존재이며,
그렇기에 당연히 ‘혼자하는 항해의 법칙’을 배워야 한다고 그녀는 이야기한다.

영혼은 독립성을 갖추도록 다듬어져야 한다는 말에서 잠시 멈칫했다.
나는 내 생을 그렇게 다듬어왔을까?
아직까지도 언젠가 혼자 세상에 남겨진다는 생각을 하면 두려움부터 앞선다. ‘고독에 질식하지나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내게 닥칠 일이다.

그녀는 연설의 말미에서 이렇게 묻는다.
“대체 누가 다른 영혼의 권리와 의무와 책임을 떠맡을 수 있단 말입니까? 아니, 어찌 감히 떠 맡을 수 있습니까?”

나는 저 질문에 좀 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다른 훌륭한 여성들 또한 자신의 영혼을 독립적으로 갖추도록 다듬고 실천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연설이 더욱 울림있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P.S. 
1. 하지만 표현력에 있어서 가장 감탄한 연설들은 소설가들의 연설이었다. 버지니아 울프와 토니 모리슨의 표현은 그야말로 기가 막히게 훌륭하다. 특히 버지니아 울프의 그 유명한 ‘가정의 수호천사’ ... 이건 그 자체가 멋진 단편 소설이다. 읽으면서 실제로 우리집에서 왔다갔다 하는 긴 치마의 가정의 수호천사가 눈 앞에 아른거리는 듯 했다.

2. 내지 일러스트들이 정말 훌륭하다. 세상을 바꾼 그녀들의 모습을 아름답고 산뜻하게 표현한 이 일러스트만으로도 소장가치는 충분하다!

3. 번역이 유려해서 가독성이 높다. 연설들이 읽는 내내 직관적으로 다가왔고, 특히 문학적 문장의 맛을 살릴 필요가 있는 부분들이 돋보이게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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