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의 수사학
김호영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한 예술분야의 책들과는 다른, 확실히 차별화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맘에 들어서 골랐다.

시간의 흐름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프레임을 만나지만,
이 책에서는 시각 예술 이미지의 가시적, 비가시적 경계로 프레임을 정의하고, 그림, 영화, 사진을 예로 들어 프레임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좀 더 쉽게 말해 본다면, 그림 액자나 테두리에서 부터 그림 이미지는 생성되거나,(반대로 보면)소멸되곤 하는데, 일견 단순해 보이는 이 프레임이라는 주제로 수많은 사유를 확장 시키는 저자의 생각을 함께 따라가며 책을 읽었다.

경계에 선 사람은 내게는 늘 매력적이다. 안으로 들어올지, 바깥으로 튈 지 알 수 없는 이미지의 사람들 말이다. 프레임을 사람으로 의인화한다면, 이런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경계에서 보이지 않은 외부 세계를 상상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프레임 너머의 확장성에 관한 것인데,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점 중의 하나가 상상력일 것이고, 이런 지적 유희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책이 좋아서 두 번 읽었다. 출간 된 직후 한 번,
내용을 좀 더 꼼꼼하게 되짚어 가며 두 번.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드가의 발레리나 그림이 어느 미술관 소장이고, 몇년도에 그려졌고, 그 그림을 보았을 때 이런 기분이 들었고…”를 말하는 책은 찾아보면 꽤 있다. 하지만 드가 그림의 잘린 프레임 너머의 세계에 관해 시선을 돌린 책은 처음 접해 보는 것 같다. 그것도 외국 저자가 아니고 한국 저자가 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이차 프레임>에 관한 부분이다.
중세에 그려진 그림 중에서 간혹 굉장히 쌩뚱맞게 배치된 사물들을 보고 현대의 우리는 그 사물에 어떤 비밀이 있을까 궁금해 한다. 아르뇰피니 부부의 초상화 그림에 그려진 거울속에 그려진 남자 둘 처럼. 이런 경우 그림 속 거울은 이차 프레임에 해당된다.

소설 속 소설을 읽는 것처럼, 그림 속 창문을 통해 정교하게 그려진 바깥 세상. 기둥을 통해 분리된 프레임으로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소환하는 그림을 따라가며 ‘지적 유희’의 재미를 느껴보았달까.

너무 그림(사진)에 관한 이야기만 했는데, 이 책은 영화 프레임에 관해서도 비중있게 다룬다. 영화는 회화나 사진과는 달리 끊임없이 운동성을 가지는 매체이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프레임화, 나아가 탈 프레임화가 실현된다.

이 책을 읽고 난 직후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데뷔작 ‘환상의 빛’을 보았는데,
그냥 봤으면 무심히 지나쳤을 수많은 프레임의 배치가 눈에 들어왔고,
영화의 미학적 완성도를 프레임을 통해서 바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내게 ‘제 3의 눈’이 하나 생긴 기분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22-09-07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끌리는 책이네요. 땡스투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