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의 특별한 여행 도토리숲 그림책 10
한은경 지음, 최정인 그림 / 도토리숲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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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온갖 것들에 애정을 쏟는다. 지구의 날 이후 우리 집 4살 아이의 관심은 온통 환경 문제에 쏠려있다. 엄마가 잘못 꺼낸, 혼북상을 받은 책까지 끝까지 읽기를 고집해 엄마를 넉다운시킬 정도였다. 우연이 운명으로 이어지듯 도서관 그림책 수업에서도 바다거북 이야기를 만났고, 그 다음에 펼쳐 든 책이 바로 《라온의 특별한 여행》이었다.




멕시코 칸쿤의 모래사장에서 새끼 바다거북을 처음 만난 라온과 하온이 조심스럽게 거북이들을 바다로 보내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아이들이 거북이들에게 건네는 응원의 말 사이로, 바다거북이 처한 현실과 환경을 자연스럽게 돌아볼 수 있었다. 바다로 나가는 작은 거북이들의 모습에서 생명의 소중함과 지구 환경에 대한 책임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즐겁게 읽고 난 아이는 도서관에서 미처 다 쓰지 못한 편지를 집에서 마저 완성했다. "거북아. 마인해. 앞으로 쓰레기 안 버릴게. 바다에 쓰레기 안 버릴게. 그리고 사랑해." 아이의 편지는 간결하지만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림책 속의 바다거북이 어느새 아이에게는 함께 지켜야 할 친구가 된 것이다.


《라온의 특별한 여행》은 우연이 이끈 운명처럼 우리 아이의 마음에 환경과 생명을 존중하는 소중한 씨앗을 심어주었다. 아이와 함께 환경 이야기를 따뜻하게 시작하고 싶은 부모라면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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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친구 때문에 울 때 - 20만 부모 멘토, 윤지영쌤의 초등 관계 수업
윤지영(오뚝이샘) 지음 / 서교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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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관계, 어른들도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머릿속에 선명히 새겨진 건 "우리 우정 영원히"라고 맹세하던 친구들과의 기억이지만, 또 어떤 기억은 사소한 일로 멀어져 영영 남이 되어버린 시절 인연들이다. 살아보니 그렇다. 우리는 서투르게나마 어떻게든 관계를 굴려가며 살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 내성은 아이의 인간관계 앞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아이가 친구와 맺는 관계의 미숙함을 보며 개입하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야 하고, 아이 친구를 만들어주려고 마음에도 없는 엄마들과 관계를 맺기도 한다. 용기를 내어 또래 엄마에게 연락처를 물어봤다가 "우리 애가 셋째예요"라며 거절당한 경험까지. 아이 친구 관계를 둘러싼 스트레스는 몇십 년 살아온 엄마들에게도 여전히 까다로운 과제다.

18년 차 초등교사 윤지영의 『아이가 친구 관계에 휘말릴 때』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어른이 된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만, 아이들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 년 내내 같은 반 친구들과 부대끼며 지내야 한다"는 통찰에서 시작해, 아이가 관계 속에서 겪는 미묘한 역학을 세밀하게 해부한다.


특히 '적정 공격성' 개념이 인상적이다. 착하기만 한 아이가 아니라 거절할 줄 아는 아이, 유연하면서도 자신의 경계를 지킬 줄 아는 아이를 키우는 것. "같은 말도 예쁘게 하는 아이"란 언변이 좋은 게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며 말과 행동을 조절하는 유연성을 가진 아이라는 설명도 명확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구체적인 대응법을 제시한다. "우리 애 말만 듣고는 사정을 다 알 수 없어서, 궁금한 마음에 연락드려요"같은 실전 대화법까지. 감정적 위로 대신 전략적 사고를, 막연한 걱정 대신 구체적 행동을 제안하는 현실적 가이드다.


결국 아이의 친구 관계는 아이가 세상과 만나는 첫 번째 연습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도, 부모도 함께 자라간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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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화성에서 살 수 있을까요? - 지구를 살리는 환경 이야기 마인드맵 그림책
자일스 스패로우 지음, 엘 프리모 라몬 그림, 박정화 옮김, 엘리자베스 램피 감수 / 바나나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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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독서시간, 아이가 집에서 가져가는 책 절반은 우주 넌픽션이다. 영어 우주 지식책까지 주저 없이 골라간다. 까막눈이라서 한글책이나 영어책이나 못읽기는 매한가지다마는, 그림만 봐도 충분한 모양. 이처럼 만 네 살 머릿속은 온통 우주다.

아이들이 공룡을 사랑하는 이유를 'DNA에 새겨진 그리움'으로 설명한 그림책처럼, 우주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가 별의 먼지에서 태어났다는 과학적 사실처럼 말이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기원과 저 머나먼 곳의 비밀에 끌리나보다.

『우리가 화성에서 살 수 있을까요?』는 이런 호기심의 정확한 답이다. 화성 환경부터 탐사 준비, 인간 적응 가능성까지 마인드맵 형태로 펼쳐낸다. 각 장이 여러 갈래 질문-답으로 구성되어 아이가 원하는 지점부터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다. 복잡한 과학 정보도 시각적 연결로 자연스럽게 기억된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힘은 '환경 그림책'이라는 부제에 있다. 화성 테라포밍의 상상력 너머로, 지구라는 유일한 고향에 대한 메시지가 흐른다. 대기, 온도, 물, 방사선, 중력 등 극복해야 할 조건들을 나열하다 보면, 지구만큼 완벽한 환경은 만들 수 없다는 현실에 도달한다. 화성 생존 상상이 역설적으로 지구 보호의 절실함으로 수렴되는 구조다.

미래의 화성 탐험가를 꿈꾸는 아이에게, 이 책은 우주 지식과 동시에 "지구를 지키는 것이 왜 중요한가"라는 환경적 질문을 던진다. 아이의 "왜?"에 함께 답을 찾아가는 출발점이면서, 우주 사랑과 호기심, 그리고 멈추지 않는 질문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자산임을 확인시켜준다.

우리가 언젠가 다른 행성에서 살게 되는 날이 온다고 해도, 현재 발 딛고 있는 이 지구는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우리 고향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도와준다.

어린왕자에게 장미가 그러했고,
소행성 B612가 그러했듯,
우리는 지구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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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
찰스 S. 코켈 지음, 이충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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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질문 앞에서
벽돌책과 씨름하던 유년의 나를 만나다

📘『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
📙 찰스 S. 코켈
📗 열린책들

고등학교 시절, 『코스모스』와 『빅뱅 이론』 같은
천체물리학 벽돌책을 붙들고 씨름했었다.
지적 허영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별이라는 낭만적인 존재가
과학이라는 언어와 만나,
우리 존재에 대한 질문을 근원적으로 끝까지 확장해 나가는,
그 불가해한 신비로움 때문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우주는 어떻게 생겼어요?”
“달은 왜 생긴 거예요?”

호기심으로 가득찬 반짝이는 두 눈동자가 던지는
질문을 만나게 되었다.

그 시절의 나를 닮았다.

그때도, 지금도 답을 모르는 나는
너에게 무슨 대답을 해야할까.

▪️찰스 S. 코켈의 『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는
일상을 달리던 평범한 택시에서 나온 별난 질문,
“외계인 택시 기사가 있을까요?”로 시작한다.

농담으로 웃고 넘어갈 이 질문에서 시작된 탐험은
생명의 기원, 인간 존재의 의미,
우주와 우리 사이의 거리까지 확장된다.

코켈은 택시 기사와의 대화를 빌려,
“외계인과 우리는 소통할 수 있을까?”,
“화성은 우리의 행성 B가 될 수 있을까?”,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우주로 나아가는 게 옳은가?”
이런 질문들을 유쾌하면서도 집요하게 파고든다.

토를 한 승객 때문에 소독을 한 택시에서의 대화는
미생물의 존재에 대한 고찰로 이어지고,
옥스퍼드에 사느냐는 평범한 질문은
시간과 생명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과학적 설명은 결코 딱딱하지 않다.
화성의 척박함, 생명의 정의,
인간이란 존재의 예외성에 대한 사유까지
묵직한 모든 주제들이
유머와 일상의 언어로 펼쳐진다.

때로는 “우리가 우주에서 유일한 택시 승객일 수도 있다”는 외로움,
때로는 “지구라는 행성의 기적”에 대한 겸손함이 스며 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우주라는 거대한 미지 앞에서
질문을 멈추지 않는 인간만의 특권,
그리고 그 질문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호기심으로 시작해,
질문에서 또 다른 질문으로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는 독서 시간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 책을 천천히 한 번 펼쳐보길 권한다.

별과 우주, 그리고 나와 너—
이 모든 것이 연결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보여준다.

뼛속까지 문과인 내가
과학의 언저리에서 서성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woojoos_story 모집, 열린책들 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우주클럽_과학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어느날택시에서우주가말을걸었다 #찰스S코켈 #열린책들 #우주클럽_과학방 #온라인독서모임 #과학교양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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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11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얼 그림, 공민희 옮김, 양윤정 해설 / 코너스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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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판 – 영문학 전공자의 시선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3천원에, 그것도 1865년 초판본 표지 디자인으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솔직히 적잖이 놀랐다. 영문학을 전공한 입장에서, 이 책이 단순한 어린이 동화가 아니라 현대 문학의 지형을 바꾼 선구적인 작품이라는 점을 늘 강조해왔다. 실제로 루이스 캐럴의 이 작품은 초현실주의, 부조리 문학, 심지어 언어유희와 철학적 패러디의 원형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코너스톤 판은 존 테니얼의 오리지널 삽화 42점까지 모두 실려 있어, 초판본의 감동을 최대한 충실히 복원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고전의 힘, 그리고 ‘혼돈 속의 질서’

<앨리스>는 “기발한 상상력과 언어유희, 비논리적 세계의 유쾌한 혼란”을 높이 평가된다. 캐럴은 수학자이자 논리학자답게, 빅토리아 시대의 엄격한 합리성과 사회적 규범을 교묘하게 비틀었다. 앨리스는 ‘합리적 인간’으로서 무질서한 세계에 던져지지만, 오히려 그 혼돈 속에서 자신만의 논리와 적응력을 키워간다. 이 과정은 “성장”의 은유이자,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는 부조리와 모순을 통과하는 내면의 여정으로 읽힌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이야기

많은 해외 독자들이 《앨리스》를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고전”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기상천외한 캐릭터와 말장난, 어른들은 사회 풍자와 인간 심리에 주목한다. 체셔 고양이, 모자 장수, 하트 여왕 등은 단순한 동화적 인물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다양한 모습과 사회의 부조리를 상징한다. 실제로 “앨리스가 끊임없이 크기가 변하는 모습은 성장의 혼란과 정체성 탐색의 은유”라는 해석도 있다.

영문학 전공자의 개인적 소감

전공자로서 《앨리스》를 다시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이 작품이 ‘의미 없는 것’의 의미, 즉 ‘넌센스(nonsense)’의 힘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캐럴은 무질서와 혼돈, 말장난과 패러디로 가득한 세계를 통해 오히려 현실의 질서와 상식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현실은 결국 토끼굴에 빠진 세계와 다르지 않다”는 해외 평론의 말처럼, 앨리스의 여행은 우리 모두의 삶의 은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롭게 발견되는 책”이다. 어린 시절엔 그저 이상하고 웃기기만 했던 장면들이, 어른이 되어 다시 보면 인생의 아이러니와 유머, 그리고 유년의 순수함까지 모두 담겨 있다.

초판본 디자인의 의미

초판본 디자인이 주는 감동도 크다. 붉은색과 금색의 고풍스러운 표지, 체셔 고양이 엠블럼, 그리고 존 테니얼의 삽화는 단순한 소장용을 넘어, 19세기 영국 아동문학의 ‘실물’을 만나는 경험을 선사한다. 책값이 3천원이라는 점은, 고전을 일상적으로 곁에 둘 수 있다는 작은 사치이자 행운처럼 느껴진다.

정리하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혼돈 속에서 의미를 찾는 인간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열려 있는 이 고전의 매력은, 시대를 넘어 여전히 유효하다. 초판본 디자인으로 다시 만나는 앨리스는, 그 자체로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특별한 경험이다. 부담 없는 가격에, 고전의 진수를 느끼고 싶은 분들께 적극 추천한다.

(책장 한 켠에 두면, 왠지 체셔 고양이의 미소가 슬쩍 떠오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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