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판 – 영문학 전공자의 시선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3천원에, 그것도 1865년 초판본 표지 디자인으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솔직히 적잖이 놀랐다. 영문학을 전공한 입장에서, 이 책이 단순한 어린이 동화가 아니라 현대 문학의 지형을 바꾼 선구적인 작품이라는 점을 늘 강조해왔다. 실제로 루이스 캐럴의 이 작품은 초현실주의, 부조리 문학, 심지어 언어유희와 철학적 패러디의 원형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코너스톤 판은 존 테니얼의 오리지널 삽화 42점까지 모두 실려 있어, 초판본의 감동을 최대한 충실히 복원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고전의 힘, 그리고 ‘혼돈 속의 질서’
<앨리스>는 “기발한 상상력과 언어유희, 비논리적 세계의 유쾌한 혼란”을 높이 평가된다. 캐럴은 수학자이자 논리학자답게, 빅토리아 시대의 엄격한 합리성과 사회적 규범을 교묘하게 비틀었다. 앨리스는 ‘합리적 인간’으로서 무질서한 세계에 던져지지만, 오히려 그 혼돈 속에서 자신만의 논리와 적응력을 키워간다. 이 과정은 “성장”의 은유이자,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는 부조리와 모순을 통과하는 내면의 여정으로 읽힌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이야기
많은 해외 독자들이 《앨리스》를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고전”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기상천외한 캐릭터와 말장난, 어른들은 사회 풍자와 인간 심리에 주목한다. 체셔 고양이, 모자 장수, 하트 여왕 등은 단순한 동화적 인물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다양한 모습과 사회의 부조리를 상징한다. 실제로 “앨리스가 끊임없이 크기가 변하는 모습은 성장의 혼란과 정체성 탐색의 은유”라는 해석도 있다.
영문학 전공자의 개인적 소감
전공자로서 《앨리스》를 다시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이 작품이 ‘의미 없는 것’의 의미, 즉 ‘넌센스(nonsense)’의 힘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캐럴은 무질서와 혼돈, 말장난과 패러디로 가득한 세계를 통해 오히려 현실의 질서와 상식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현실은 결국 토끼굴에 빠진 세계와 다르지 않다”는 해외 평론의 말처럼, 앨리스의 여행은 우리 모두의 삶의 은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롭게 발견되는 책”이다. 어린 시절엔 그저 이상하고 웃기기만 했던 장면들이, 어른이 되어 다시 보면 인생의 아이러니와 유머, 그리고 유년의 순수함까지 모두 담겨 있다.
초판본 디자인의 의미
초판본 디자인이 주는 감동도 크다. 붉은색과 금색의 고풍스러운 표지, 체셔 고양이 엠블럼, 그리고 존 테니얼의 삽화는 단순한 소장용을 넘어, 19세기 영국 아동문학의 ‘실물’을 만나는 경험을 선사한다. 책값이 3천원이라는 점은, 고전을 일상적으로 곁에 둘 수 있다는 작은 사치이자 행운처럼 느껴진다.
정리하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혼돈 속에서 의미를 찾는 인간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열려 있는 이 고전의 매력은, 시대를 넘어 여전히 유효하다. 초판본 디자인으로 다시 만나는 앨리스는, 그 자체로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특별한 경험이다. 부담 없는 가격에, 고전의 진수를 느끼고 싶은 분들께 적극 추천한다.
(책장 한 켠에 두면, 왠지 체셔 고양이의 미소가 슬쩍 떠오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