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에브리씽 (예담)
니콜라 윤 지음, 노지양 옮김 / 예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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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엉뚱한 이야기지만 박진형이 케이팝스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한 심사평이 생각난다. "발라드를 잘 부르는게 가장 어려운 이유는? 뻔하기 때문이다". 박진형은 말한다. 노래중 '사랑'을 이야기하는 발라드가 가장 부르기 어려운 장르라고. 정형화된 주제에 예측가능한 멜로디라인, 발라드는 듣기에는 안정감있지만 그 안정감으로 인해 관객에게 '뜻밖의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뛰어나게 잘 부르거나, 독특한 창법을 구사해야만 한다고 한다. 자, 여기 그런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의 장르나 소재는 뻔하디 뻔하다. 마치 줄기차게 듣던 '발라드'같이. 불치병에 걸린 소녀와 그 소녀를 사랑하는 소년. 병으로 인해 죽음이란 고비를 함께해야만 하는 첫사랑이야기.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은 우거지국이 따로없다. 헌데 이 '발라드' '우거지국' 같은 소설이 퍽 매력적이다. 그리고 정말 '뜻밖에 감동'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말이지. 인생에 아무 후회가 없다면 그건 사는 게 아닌 거야."



- 내 모든 것과, 내 모든 것을 바꾼 위험하고 달콤한 첫사랑의 모험

목숨과 인생을 건. 모든 것을 내던진 소녀과 소년의 위대한 사랑이야기


17년 동안 집밖으로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한 소녀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매들린. 유명하고도 희귀한 질병 SCID에 걸린 환자이다. 그녀는 병으로 인해 세상의 모든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세제 한방울, 한두번 뿌린 향수, 한톨의 향신료에 그녀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공기 여과기를 통해 정화된 공기만 들어오고 현관에는 오염을 막는 에어로크가 설치된 병원 무균실같은 집. 그 공간만이 그녀의 세상 전부다. 이런 영원히 변할것 같지 않은 그녀의 세상이 조금씩 변하는 계기가 시작된다. 오래기간동안 비어진 옆집에 새 이웃이 이사를 오게 된다. 창문밖으로 이사광경을 보는 매들린. 그리고 그녀의 세상을 변화시킨 한 소년을 마주하게 된다.

소년의 이름은 올리. 그렇게 창문을 사이로 소녀와 소년은 미소를 주고 받는다. 그리고 얼마뒤 소년 올리는 창문에 메일주소를 적고, 매들린은 올리와 메신저를 주고 받게된다. 메신저를 통해 수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 그들. 매들린은 올리를 만나고 싶지만 엄마의 지나친 보호가 있기 때문에 그를 만날 수 없다. 매들린의 엄마는 남편과 아들을 사고로 잃은 후 매들린 만을 바라보며 산다. 엄마의 과분한 보살핌 덕분에 살수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매들린은 이미 올리에게 빠져들고 있다. 실제로 올리를 만나고 싶은 매들린은 엄마가 일하러 갔을 때 자신을 돌봐주러온 간호사 칼라에게 올리를 집안에 들어오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닿을 수 없이 방의 끝과 끝에서 만나게 된 매들린과 올리. 이렇게 그들은 그 날 이후로 비밀만남을 이어가며 첫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옆집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에 놀란 매들린은 창문으로 다가가 밖을 바라보고. 창문밖의 낯선 광경을 보게된다. 올리의 아빠가 술에 취한채 그의 엄마에게 난폭한 행동을 하고 있고 그 곳에 올리가 휘말린 것이다. 말리려던 올리에게 주먹을 든 올리의 아빠를 본 매들린. 순간, 메들린의 사고는 정지된다. 그리고 몸이 움직였다. 17년 동안 나가지 못한 문밖을 뛰쳐나가는 매들린. 세상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은 그렇게 사고처럼 찾아왔다. 집이 아닌 밖으로 나간 매들린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까? 한 순간 한 순간이 위태로운 소녀와 소년의 첫사랑은 해피엔딩을 맞이 할 수 있을까? 



- 뻔하디 뻔한 발라드,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은 우거지국 같은 소설...... 임에도 불구하고 재밌다!

불치병 소녀의 첫사랑이라는 뻔한 소재인데도 '뜻밖의 감동'와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죽음을 앞둔 소녀의 사랑이야기. 우리 교과서를 피면 <소나기:황순원>가 있고, 영화를 보면 <워크 투 리멤버> <나우 이즈 굿>이 있고, 일드를 보면 <태양의 노래> <1리터의 눈물> 있고, 소설을 보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가 있다. 정말 나열하면 끝도 없이 나오는게 '불치병 소녀의 사랑이야기'이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가 이 영화같고, 이 소설이 이 소설같다. 다 고만 고만한 내용이라 '뭐 괜찮네~' 하는 시큰둥한 반응이 나온다. 킬링 타임용, 시간죽이기에 그치는게 바로 '불치병 소녀의 사랑이야기'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이 뻔하디 뻔한 발라드같고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은 우거지국 같은 소설이 '뜻밖에' 재밌다. 의외로 말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씽>의 작가 니콜라 윤은 독특한 창법으로 발라드를 부른 가수 같다고나 할까?

이 책을 읽으면 두가지를 얻을 수 있다. 첫째는 말그대로 뻔한 소재로 인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들. 매들린과 올리의 풋풋하고 싱그러운 첫사랑이야기. 처음바라보던 순간, 처음 만난순간, 처음 온기를 나눈순간 등. 우리의 가슴 떨렸던 그 순간을 기억하게 만든다. 문장 한줄 읽을때 마다 어린 그 시절로 돌아가 뱃속에 나비가 꿈틀대는 느낌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과 완벽한 플롯, 흥미로운 스토리에 그친다면 '완벽한 발라드'일텐데 의외성을 주는 '감동을 주는 발라드'가 된 이유. 그것이 둘째 '반전'과 '일러스트 장치'이다. 로맨스에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반전'이 이런식으로도 로맨스를 쓸수 있구나 하며 감탄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일러스트 장치'는 책 중간중간 스토리에 따리 일러스트가 삽입되는데 이 내용은 메들린의 사랑 사전, 비행기 표, 주고받은 이메일, 각종 차트, 쇼핑 몰록, 관리 일지, 일기장들이 장난스럽고도 유쾌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에 매들린의 상황에 좀 더 잘 이입되고 그녀의 독특하고 개성넘치는 참신한 사고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뻔하디 뻔한 소재지만 의외로 감동을 준 불치병 소녀와 불행한 가정사를 가진 소년의 뜨거운 사랑과 모험. 첫사랑을 추억하며 읽어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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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잇다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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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엄마는 다르다. 우리는 모두 부모를 사랑하지만 더 가깝고 더 친근한 존재로 느끼는 것은 엄마일것이다. 아마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엄마가 가진 여성이라는 성 때문이다. 엄마는 10달동안 뱃속에서 직접 아기를 기른다. 아기가 생명을 시작하면서부터 태동, 발길질을 느끼며 감정으로 소통한다. 그런 반면에 아빠는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이 자식을 맞이한다. 자신의 아내가 임신을 했지만 직접적으로 아기를 느끼진 못한탓이다. 그래서 아빠는 준비기간 즉 소통기간없이 자식을 만난다. 그래서 아빠는 서툴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유교사상으로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는 빈도가 낮았다. 지금은 육아를 참여하는 시대지만 아직까지도 엄마의 역할이 좀 더 크다. 그래서 자식들을 사랑하지만 자식들을 대하는 것에 있어 서툰 것이 아빠라는 존재이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아빠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서툰아빠의 속사정, 가장이기에 삶의 무게를 오롯이 느껴야만 했던 남모를 아픔. 여기 우리들의 아빠의 뒷모습을 아리게 그려낸 소설이 있다.



-  아버지이자 아들, 남편이자 가장인 두 부자(父子)의
다른 시간 같은 공간, 동행 아닌 동행.

가장 약자는 우리들의 아버지 였다.


노년의 아버지 서수철은 치매 판정을 받는다. 하지만 중년의 아들은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바쁜 삶을 살고있기에 차마 이 사실을 전하지 못한다. 그는 홀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한다. 자신이 열심히 벌어둔 재산을 정리하고 남은 노년을 양로원에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양로원에 가기전에 생애 마지막 여행을 하기로 결심한다. 한편 아들 서민수는 공원에 홀로 서성인다. 퇴직을 당한 그는 차마 가족에게 사실을 알리지 못한 것이다. 아직 취직못한 남매와 가정주부인 아내를 책임져야하고 아파트 대출금도 남은 상황. 지금 자신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은 가장으로써 무책임하다고 생각됬기 때문이다. 서민수는 많은 고민을 품은채 서성인다. 그리고 발길을 따라 용산역으로 향한다. 서수철은 마지막 여행지로 오래전 가족과 함께 했던 담양의 대나무 숲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서민수도 우연하게 그곳을 찾는다. 다른 시간이지만 같은 목적지를 향한 두 부자. 그들은 그렇게 엇갈린 여행길에 오른다. 그리고 서수철은 노부부를 서민수는 아이를 만난다. 그리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서수철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늙음과 죽음, 자신의 아내와 자식, 아버지를 떠올린다. 서민수는 가정폭력으로 아빠를 싫어하는 아이를 만나 아버지를 다시금 떠올린다. 그리고 자신에게 아버지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된다. 추억을 떠올리는 여행길. 엇갈리는 두 부자는 속마음을 터놓을수 있을까? 아버지의 마지막을 아들은 함께 할 수 있을까?



- 기억을 잇는 여행. 우리가 외면해왔던 아버지의 모습을 담아내다.

서툰 사랑의 속사정. 우리는 우리의 아버지를 얼마나 알아왔을까?


앞서 말했듯 아버지는 서툰 사랑을 보여준다. 어머니와는 다르게 10달간의 준비없이, 몸으로 아이를 느끼지 못한채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자식을 만난다. 그리고 아이의 성장과정 동안 가족의 생계를 책임저야 한다는 '가장'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잘 지켜보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와 아버지는 멀어져만 간다. 이 책은 그런 아버지의 속사정을 그려낸다. 치매 걸린 아버지는 자신의 죽음을 걱정하지 않는다. 다 큰 중년의 아들의 앞날만을 걱정하고, 가족과 함께했던 추억을 잊을까 그 기억을 붙잡으려 애를 쓴다. 그 모습이 마치 우리들의 아버지의 뒷모습을 그려낸것 같다. 아버지가 차마 말 못한 문드러진 속사정을 지켜보는것 같아 속이 아린다.


그간 아버지를 소재로한 감동소설은 많았다. 조창인의 <가시고기:백혈병 투병중인 아들은 둔 아버지>, 김정현의 <아버지: 췌장암 말기의 아버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소재원의 <기억을 잇다>는 좀 다르다. 아버지의 희생과 사랑을 그려내지만 <기억을 잇다>는 아버지의 무조건적인 사랑만을 다루진 않는다. 중년과 노년의 남자의 삶. 특히 아들 서민수는 자신의 퇴직조차 가족에게 알리지 못하고 공원을 서성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장'의 무게와 외로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소설은 아버지의 일방적인 사랑으로 혹은 불치병이라는 막막함에 집중하며 감정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다. 보편적인 남성의 삶과 함께 아버지의 사랑을 다루었기에 더 공감하고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아버지가 자식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자식을 사랑해왔는지 알지 못한다. 어쩌면 아버지가 어려워서 혹은 무서워서 그 속내가 아플거란걸 알면서도 외면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의 명치끝이 꼿꼿하게 아파올수 있는 책, 이 책을 읽고 우리의 아버지를 다시 바라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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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를 보여주마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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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있다. 하느님은 '원수를 사랑하라' 말씀하셨지만 우리는 감정을 가진 인간이기에 그 영역은 신의 영역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무리 너그러운 사람이라도 자신의 목숨을 위협받거나, 자신보다 소중한 사람의 목숨을 위태롭게하는 이가 있다면, 우리는 과연 그를 쉽게 '용서'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용서가 아닌 복수를 할텐데 그 복수는 과연 '정의'롭다 할 수 있을까? 얼마전에 출간된 복수법에 관한 소설 <저지먼트:고바야시 유카>와 살인을 통해 정의 실현을 한 소설<저스티스맨:도선우>과 같은 소재를 가진 책이 있다. 물론 그것들보다 더 현실적이다.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둔 역사스릴러물이기 때문이다.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로 교양 문화 추리소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온, 장르와 역사문학의 경계를 허문 조완선 작가의 신작 <코뿔소를 보여주마>를 소개한다.


“살인사건에는 시효가 있지만, 복수에는 시효가 없다.”



- 한국 현대사의 광기와 폭력 속에 상처 입은 존재들의 복수문학

26년전의 고문과 의문의 죽음, 진실을 위한 그날의 복수


어느 날 전직 공안부 검사 출신의 늙은 변호사 장기국이 사무실을 나간 후 감쪽같이 증발된다. 장기국이 실종된 후 형사들은 원한 관계를 조사했지만 장기국은 유신 정권의 막바지에 힘있는 자들의 충견 노릇을 해왔던 탓에 적이 많다. 수사는 난항에 빠지고, 장기국을 납치한 범인은 지옥의 신 이라는 뜻의 '카론'이라는 아이디로 동영상을 보낸다. 그 동영상 속 남자는 장기국.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엽기적인 나체의 행색을 한 그의 모습.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지고 곧이어 또다른 메일이 도착한다. 이번에는 사진이다. 이정표를 찍은 사진들이 연이어 도착하고 마지막에는 나무에 실종자가 실종당시에 입고 있던 옷들이 듬성듬성 걸려있다. 형사들은 범인이 알려준 이정표를 따라 나서고 도착한 곳에는 마지막 사진의 나무가 임자 잃은 옷가지를 걸친채 기괴한 형상을 하고 있다. 그리고 발견된 시체. 그리고 또다시 실종되는 사람. 이번에는 진보 인사의 정치 생활에 치명상을 입히기로 유명한 보수 신문의 유력 시사평론가 백민찬이 실종된다. 그리고 똑같이 도착하는 범인의 메세지.

한편 거구의 잔정많은 베테랑 경찰 반장 두식은 안양 여대생 살인사건을 해결한 범죄심리한 교수 수연과 수사팀을 꾸리고, 여기에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검사 준혁이 합세하면서 세사람은 사건을 캐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건을 캐면 캘수록 맞이하는 과거와 진실. 평범한 노장상인인 아버지가 사복경찰의 곤봉에 맞아 죽은 후,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경찰이 된 두식. 학생운동을 하던 연인 황선배와 동거를 시작하지만 경찰로 인해 황선배를 잃은 수연.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과 어머니의 자살로 친척집을 전전하며 힘든 시절을 보내다 아버지의 죽음의 내막을 알게되는 준혁. 세사람은 진실을 마주할 수 있을까?



- 추리스릴러가 단순 장르문학이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한방을 보여주는 작품

추리스릴러 장르에 역사문학을 더하다!


조완선. 그는 우리가 알아야할 역사적 진실의 추악한 단면을 거침없이 고발한다. 그리고 그것을 오락적인 추리장르문학에 녹여내며 복잡한 현대사를 좀 더 쉽고 흥미롭고 전한다. 물론 작가는 상상력으로 장르적 재미를 더하되 역사를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과 탐구정신을 바탕으로 하기에 그의 작품성은 이미 오래 전에 인정받아왔다. 이런 그가 이번에는 1986년 공안 정국 당시 일어난 '샛별회 사건'과 그로부터 26년 후인 2012년에 벌어지는 잔혹하고 엽기적인 복수극을 내놓았다. 공공연히 행해진 공안 정국의 끔찍한 용공 조작 사건들, 삼민투 사건, 오송회 사건, 부천서 성고문 사건,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샛별회 사건'.이 샛별회 사건을 다루면서 우리는 또다른 아픈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대학강사 배종관, 민중미술 화가 고석만, 국어교사 손기출이 억울한 고문 끝에 목을 매달고 단식도중 사망하고 사인조차 모른채 사망한 사건. 군사독재시절 이 선량한 3명의 시민이 힘있는 자들의 권력을 위해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이 사건이 소설의 배경이다. 하여 이 소설은 사회파 미스터리에 가깝다. 그리고 고발문학, 복수문학이다. 그리고 비극적인 한국 현대사의 광기와 폭력에 처절하게 희생된 피해자들을 향한 추모문학이기도 하다. 범인들의 '복수'는 왜 정의로운 '진실찾기'인지, 범인과 범인을 잡으려는 수사팀은 왜 피해자들이었는지. 읽거보면 충격적인 소재만큼이나 송곳같이 파고드는 아픔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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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혼자가 되다
이자벨 오티시에르 지음, 서준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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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영화 <캐스트 어웨이>, 미드 <로스트>가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바로 '무인도'라는 소재 때문이다. 현시대, 물론 취업난과 빈부격차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지금 당장 추위와 배고픔에 죽을 고비를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점점 풍요로워지는 시대인 지금. 우리는 생존에 급급하지 않고 여가나 취미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사람들은 가정과 상상을 한다. '만약 내가 극한의 상황에 몰린다면?' 그래서 우리는 '무인도'소재나 극한 상황속에서 들어나는 인간의 적나란 민낯을 보길 원한다.



- 홀로 요트를 타고 세계 일주에 성공한 최초의 여성,
이자벨 오티시에르가 보여주는 무섭도록 적나란 무인도 생존기


루이즈는 평범한 여자이다. 눈에 띄기보단 투명인간처럼 조용한 타입. 수동적인 루이즈는 책과 공상을 좋아했다. 그런 그녀가 산악등반을 하고 여행을 하면서 점차 변해가기 시작한다. 그런와중에 가장 큰 변화는 연인 뤼도비크를 만난것이다. 자신과는 반대로 매력적인 외모에 모든지 거침없이 하는 자유로는 그. 서로다른 그녀와 그는 빠르게 사랑에 빠진다. 능동적인 남자친구 뤼도비크는 루이즈에게 젊고 건강할때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을 하고, 그의 제안을 거절하기 힘든 루이즈는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배에 오른다. 그들은 수 천 킬로미터를 항해하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며 생애 가장 달콤한 사랑을 나눈다. 그러던중 남미 대륙의 끝인 파타고니아와 혼 곶 사이에 무인도를 발견한다. 출입이 금지된 섬으로 오래전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섬. 그들은 단지 새끼 펭귄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빠져 좀 더 살펴볼 요량으로 섬에 정박을 한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은 폭풍우를 만나게 되고, 거침없는 비바람 끝에 정박해둔 배를 잃어버리고 만다. 루이즈와 뤼도비크, 무인도에 갖혀 버린 것이다. 그들은 오래전에 고래잡이 캠프로 쓰던 막사에서 구조될 날을 기다린다. 금방 구조될 거라는 희망은 날이 갈수록 절망으로 바뀌어가고, 추위와 배고픔이 그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간다. 둘의 사랑은 점점 식어가고 서로의 사랑은 증오와 분노로 바뀌어간다. 그리고 함께여서 행복한 연인은 함께 있지만 '혼자'임을 느끼게 되는데... 루이즈와 뤼도비크는 섬을 탈출할 수 있을까? 연인의 사랑은 끝까지 함께 할 것인가?



- 작가의 지식와 경험이 함축된 생생한 '리얼리티 무인도 생존기'

어느작가도 '무인도'를 소재로 이보다 사실적으로 쓸수 없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리얼리티 무인도 생존기'이다. 이자벨 오티시에르는 여성 최초로 홀로 요트를 타고 세계일주를 도전하고 성공을 거머쥔 해양탐험가이자 문학작가이다. 그녀는 해양수산학과 항해학에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일주를 통해 사람의 발이 닿지 않은 오지 구석구석까지 경험한 모험가이다. 그래서 그녀가 쓴 이 소설 <갑자기 혼자가 되다>는 많은 '무인도' 소재의 작품중 단연 번뜩이는 작품이다. 번뜩이는 이유는? '생생함'이 다르달까?...이 이야기에서 루이즈와 뤼도비크가 거친 야생에서 경험하는 자연재해나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지 않아 변해가는 처절한 민낯은 섬세하다 못해 섬칫하기까지 하다. 극한의 낯선 환경은 주인공들에게 인간이길 포기하라고 유혹하는 악마의 속삭임같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변해가는 주인공들의 심리, 사랑과 희망은 미움과 절망으로 변해가고. 인간의 섬함이 본능으로 퇴색되어 지는 과정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토록 잘 그려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그리고 또 독특한건 혹독하고 끔칙한 상황, 추위와 배고픔으로 인해 인간의 정신이 갉아먹혀지는 과정을 편안하고 담백한 문체로 솔직하게 묘사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스릴러나 서스펜스를 담고 있지만 인간이 변해가는 과정을 스스로 논쟁하며 읽게된다. 인간은 대자연앞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인간은 본성과 이성중 무엇을 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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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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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웨어의 특징이 뭘까? 아직 두편의 번역출간작을 가진 그녀이기에 특징이나 개성에 대해 논할 여지는 적지만. 그녀는 벌써 '애거사 크리스티의 현대판이다.' '고전 미스터리 소설의 전통을 잇고 있다.'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런 그녀가 전작 <인 어 다크, 다크 우드>에서는 인적없는 외딴 집, 밤새 내리는 눈, 끊어진 전화선으로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깊은 숲의 집 또한 유리와 강철을 섞어만든 기괴한 집. 이렇게 '밀실'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낸 그녀가 이번에도 멋진 '밀실'을 만들어 냈다. <우먼 인 캐빈 10>은 망망대해에 혼자 유유히 떠다니는 바다 위 호호화 크루즈를 배경으로 한다. 해상에서 벌어지는 범죄. 숲에서의 외딴 집보다 더 거대하고 화려한 '밀실'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망할.

망할,망할,망할.

갇혀버렸다"


-바다 위 크루즈 안에서 한 여자가 사라졌다!

한층 화려하고 강력하게 돌아온 초호화 크루즈의 밀실살인사건!


​여행잡지 [벨로시티]의 밑바닥 기자로 일해온 로라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는다. 사수가 출산휴가로 자리를 비운 덕에 호화 유람선 '오로라 보리알리스호'의 첫 번째 항해를 취재하게 된 것이다. 좋은 기회인 만큼 첫 출발이 개운했으면 좋으련만, 그녀는 출발 이틀 전에 흰 라텍스 장갑을 낀 괴한으로 인해 강도를 당하고, 남자친구를 강도로 오해하기 까지 한다. 공포와 두려움이 채 사라지기 전. 로라는 어쩔 수 없이 예고된 오로라 호의 취재를 감행하게 된다. 평소 항우울제와 술이 없으면 생활이 힘든 로라,  불안장애와 알코올 중독 증세를 가진 그녀는 강도사건과 자신의 정신상태 때문에 심란한 가운데 선상에 오른다. 아름다운 선실, 화려한 파티와 만찬, 기자와 유명인사들이 가득한 오로라호. 평소 그녀가 꿈꿔왔던 쿠르즈 여행의 모습이지만 불안한 징조와 예감으로 인해 숨이 막혀오고, 결국 선상파티에서 한잔 두잔 술을 마시면서 약기운과 술기운에 취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날 밤. 10호실 쪽에서 배밖으로 뭔가를 던지는 소리와 함께 피 묻은 난간을 발견하게 되는 그녀. 분명 한밤중에 들은 소리와 파도 속에 사라지는 하얀 손목, 10호실 난간에 검붉은 피를 목격한 그녀는 바로 인터폰으로 살인 사건을 신고하지만, 도착한 보안 선원이 연 10호실은 아무 흔적 없이 텅 비어있는데...곧이어 돌아온 말은 10호실에는 아무도 투숙하지 않았다는 말뿐. 그러나 로라는 파티전 10호실의 검은머리의 여인에게 마스카라를 빌렸는데... 아무도 보지 못한 검은머리의 여인. 처음부터 비어있는 10호실. 살인자도 죽은사람도 사라졌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그녀, 과연 그녀가 본것은 환상이었을까?


- 빠져나갈 수 없는 거대한 '밀실'과 믿음이 가지 않는 불안장애의 '탐정'

개운하고 담백한 고전 미스터리에 아슬아슬한 현대 심리 스릴러를 더한다!


앞서 말했듯이 '밀실'이 주무대인 만큼 '고립된 곳에서의 살인'은 고전 미스터리에서 많이 쓰인 기법이다. 고전 미스터리의 대명사,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인디언 섬처럼, 망망대해의 오로라 호는 육지에 도착할때까지 철저한 고립,폐쇄된 밀실이다. 또한 범인을 밝혀두고 동기를 찾는 미스터리나, 살인의 트릭이나 기술에 집중하는 요즘 태세와는 다르게 오로지 '진실과 범인'에 집중하는 모습 또한 고전스럽다. 하지만 딱 여기에만 그친다면 밍밍할 것 같은데, 센스있는 작가는 여기에 현대적 심리 스릴러의 감성을 더한다. 주인공 로라는 정신이 온전치 않은 '불안한 탐정'이다. 고전 미스터리에서 보여지는 똑똑한 안락의자 탐정형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울증약을 먹지 못하면 일상생활이 불가하고, 일상이 술에 젖어든 알코올 의존증에, 수면장애와 불안장애를 가졌으며, 폐쇄 공포증에 종잡을 수 없는 히스테릭한 성격까지 가졌다. 하여 이 탐정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독자는 놓여진 '상황'뿐 아니라 주어진 '시선'또한 의심해야한다. 그리고 목격자 로라의 심리를 치밀하고 섬세하게 그려지기 때문에 독자는 로라의 감정에 쉽게 이입되다 보니 군데군데 떨어진 떡밥을 의심하면서도 주어먹기에 바쁜 꼴이 되고 만다. 현혹되지마라! 빈틈없이 채워지는 사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진실, 믿을 수 없는 주인공. 읽다보면 어느덧 망망대해같은 책 위에 표류하게 되는 꼴이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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