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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에브리씽 (예담)
니콜라 윤 지음, 노지양 옮김 / 예담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엉뚱한 이야기지만 박진형이 케이팝스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한 심사평이 생각난다. "발라드를 잘 부르는게 가장 어려운 이유는? 뻔하기 때문이다". 박진형은 말한다. 노래중 '사랑'을 이야기하는 발라드가 가장 부르기 어려운 장르라고. 정형화된 주제에 예측가능한 멜로디라인, 발라드는 듣기에는 안정감있지만 그 안정감으로 인해 관객에게 '뜻밖의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뛰어나게 잘 부르거나, 독특한 창법을 구사해야만 한다고 한다. 자, 여기 그런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의 장르나 소재는 뻔하디 뻔하다. 마치 줄기차게 듣던 '발라드'같이. 불치병에 걸린 소녀와 그 소녀를 사랑하는 소년. 병으로 인해 죽음이란 고비를 함께해야만 하는 첫사랑이야기.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은 우거지국이 따로없다. 헌데 이 '발라드' '우거지국' 같은 소설이 퍽 매력적이다. 그리고 정말 '뜻밖에 감동'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말이지. 인생에 아무 후회가 없다면 그건 사는 게 아닌 거야."
- 내 모든 것과, 내 모든 것을 바꾼 위험하고 달콤한 첫사랑의 모험
목숨과 인생을 건. 모든 것을 내던진 소녀과 소년의 위대한 사랑이야기
17년 동안 집밖으로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한 소녀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매들린. 유명하고도 희귀한 질병 SCID에 걸린 환자이다. 그녀는 병으로 인해 세상의 모든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세제 한방울, 한두번 뿌린 향수, 한톨의 향신료에 그녀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공기 여과기를 통해 정화된 공기만 들어오고 현관에는 오염을 막는 에어로크가 설치된 병원 무균실같은 집. 그 공간만이 그녀의 세상 전부다. 이런 영원히 변할것 같지 않은 그녀의 세상이 조금씩 변하는 계기가 시작된다. 오래기간동안 비어진 옆집에 새 이웃이 이사를 오게 된다. 창문밖으로 이사광경을 보는 매들린. 그리고 그녀의 세상을 변화시킨 한 소년을 마주하게 된다.
소년의 이름은 올리. 그렇게 창문을 사이로 소녀와 소년은 미소를 주고 받는다. 그리고 얼마뒤 소년 올리는 창문에 메일주소를 적고, 매들린은 올리와 메신저를 주고 받게된다. 메신저를 통해 수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 그들. 매들린은 올리를 만나고 싶지만 엄마의 지나친 보호가 있기 때문에 그를 만날 수 없다. 매들린의 엄마는 남편과 아들을 사고로 잃은 후 매들린 만을 바라보며 산다. 엄마의 과분한 보살핌 덕분에 살수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매들린은 이미 올리에게 빠져들고 있다. 실제로 올리를 만나고 싶은 매들린은 엄마가 일하러 갔을 때 자신을 돌봐주러온 간호사 칼라에게 올리를 집안에 들어오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닿을 수 없이 방의 끝과 끝에서 만나게 된 매들린과 올리. 이렇게 그들은 그 날 이후로 비밀만남을 이어가며 첫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옆집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에 놀란 매들린은 창문으로 다가가 밖을 바라보고. 창문밖의 낯선 광경을 보게된다. 올리의 아빠가 술에 취한채 그의 엄마에게 난폭한 행동을 하고 있고 그 곳에 올리가 휘말린 것이다. 말리려던 올리에게 주먹을 든 올리의 아빠를 본 매들린. 순간, 메들린의 사고는 정지된다. 그리고 몸이 움직였다. 17년 동안 나가지 못한 문밖을 뛰쳐나가는 매들린. 세상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은 그렇게 사고처럼 찾아왔다. 집이 아닌 밖으로 나간 매들린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까? 한 순간 한 순간이 위태로운 소녀와 소년의 첫사랑은 해피엔딩을 맞이 할 수 있을까?
- 뻔하디 뻔한 발라드,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은 우거지국 같은 소설...... 임에도 불구하고 재밌다!
불치병 소녀의 첫사랑이라는 뻔한 소재인데도 '뜻밖의 감동'와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죽음을 앞둔 소녀의 사랑이야기. 우리 교과서를 피면 <소나기:황순원>가 있고, 영화를 보면 <워크 투 리멤버> <나우 이즈 굿>이 있고, 일드를 보면 <태양의 노래> <1리터의 눈물> 있고, 소설을 보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가 있다. 정말 나열하면 끝도 없이 나오는게 '불치병 소녀의 사랑이야기'이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가 이 영화같고, 이 소설이 이 소설같다. 다 고만 고만한 내용이라 '뭐 괜찮네~' 하는 시큰둥한 반응이 나온다. 킬링 타임용, 시간죽이기에 그치는게 바로 '불치병 소녀의 사랑이야기'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이 뻔하디 뻔한 발라드같고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은 우거지국 같은 소설이 '뜻밖에' 재밌다. 의외로 말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씽>의 작가 니콜라 윤은 독특한 창법으로 발라드를 부른 가수 같다고나 할까?
이 책을 읽으면 두가지를 얻을 수 있다. 첫째는 말그대로 뻔한 소재로 인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들. 매들린과 올리의 풋풋하고 싱그러운 첫사랑이야기. 처음바라보던 순간, 처음 만난순간, 처음 온기를 나눈순간 등. 우리의 가슴 떨렸던 그 순간을 기억하게 만든다. 문장 한줄 읽을때 마다 어린 그 시절로 돌아가 뱃속에 나비가 꿈틀대는 느낌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과 완벽한 플롯, 흥미로운 스토리에 그친다면 '완벽한 발라드'일텐데 의외성을 주는 '감동을 주는 발라드'가 된 이유. 그것이 둘째 '반전'과 '일러스트 장치'이다. 로맨스에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반전'이 이런식으로도 로맨스를 쓸수 있구나 하며 감탄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일러스트 장치'는 책 중간중간 스토리에 따리 일러스트가 삽입되는데 이 내용은 메들린의 사랑 사전, 비행기 표, 주고받은 이메일, 각종 차트, 쇼핑 몰록, 관리 일지, 일기장들이 장난스럽고도 유쾌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에 매들린의 상황에 좀 더 잘 이입되고 그녀의 독특하고 개성넘치는 참신한 사고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뻔하디 뻔한 소재지만 의외로 감동을 준 불치병 소녀와 불행한 가정사를 가진 소년의 뜨거운 사랑과 모험. 첫사랑을 추억하며 읽어보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