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잇다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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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엄마는 다르다. 우리는 모두 부모를 사랑하지만 더 가깝고 더 친근한 존재로 느끼는 것은 엄마일것이다. 아마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엄마가 가진 여성이라는 성 때문이다. 엄마는 10달동안 뱃속에서 직접 아기를 기른다. 아기가 생명을 시작하면서부터 태동, 발길질을 느끼며 감정으로 소통한다. 그런 반면에 아빠는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이 자식을 맞이한다. 자신의 아내가 임신을 했지만 직접적으로 아기를 느끼진 못한탓이다. 그래서 아빠는 준비기간 즉 소통기간없이 자식을 만난다. 그래서 아빠는 서툴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유교사상으로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는 빈도가 낮았다. 지금은 육아를 참여하는 시대지만 아직까지도 엄마의 역할이 좀 더 크다. 그래서 자식들을 사랑하지만 자식들을 대하는 것에 있어 서툰 것이 아빠라는 존재이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아빠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서툰아빠의 속사정, 가장이기에 삶의 무게를 오롯이 느껴야만 했던 남모를 아픔. 여기 우리들의 아빠의 뒷모습을 아리게 그려낸 소설이 있다.



-  아버지이자 아들, 남편이자 가장인 두 부자(父子)의
다른 시간 같은 공간, 동행 아닌 동행.

가장 약자는 우리들의 아버지 였다.


노년의 아버지 서수철은 치매 판정을 받는다. 하지만 중년의 아들은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바쁜 삶을 살고있기에 차마 이 사실을 전하지 못한다. 그는 홀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한다. 자신이 열심히 벌어둔 재산을 정리하고 남은 노년을 양로원에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양로원에 가기전에 생애 마지막 여행을 하기로 결심한다. 한편 아들 서민수는 공원에 홀로 서성인다. 퇴직을 당한 그는 차마 가족에게 사실을 알리지 못한 것이다. 아직 취직못한 남매와 가정주부인 아내를 책임져야하고 아파트 대출금도 남은 상황. 지금 자신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은 가장으로써 무책임하다고 생각됬기 때문이다. 서민수는 많은 고민을 품은채 서성인다. 그리고 발길을 따라 용산역으로 향한다. 서수철은 마지막 여행지로 오래전 가족과 함께 했던 담양의 대나무 숲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서민수도 우연하게 그곳을 찾는다. 다른 시간이지만 같은 목적지를 향한 두 부자. 그들은 그렇게 엇갈린 여행길에 오른다. 그리고 서수철은 노부부를 서민수는 아이를 만난다. 그리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서수철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늙음과 죽음, 자신의 아내와 자식, 아버지를 떠올린다. 서민수는 가정폭력으로 아빠를 싫어하는 아이를 만나 아버지를 다시금 떠올린다. 그리고 자신에게 아버지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된다. 추억을 떠올리는 여행길. 엇갈리는 두 부자는 속마음을 터놓을수 있을까? 아버지의 마지막을 아들은 함께 할 수 있을까?



- 기억을 잇는 여행. 우리가 외면해왔던 아버지의 모습을 담아내다.

서툰 사랑의 속사정. 우리는 우리의 아버지를 얼마나 알아왔을까?


앞서 말했듯 아버지는 서툰 사랑을 보여준다. 어머니와는 다르게 10달간의 준비없이, 몸으로 아이를 느끼지 못한채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자식을 만난다. 그리고 아이의 성장과정 동안 가족의 생계를 책임저야 한다는 '가장'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잘 지켜보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와 아버지는 멀어져만 간다. 이 책은 그런 아버지의 속사정을 그려낸다. 치매 걸린 아버지는 자신의 죽음을 걱정하지 않는다. 다 큰 중년의 아들의 앞날만을 걱정하고, 가족과 함께했던 추억을 잊을까 그 기억을 붙잡으려 애를 쓴다. 그 모습이 마치 우리들의 아버지의 뒷모습을 그려낸것 같다. 아버지가 차마 말 못한 문드러진 속사정을 지켜보는것 같아 속이 아린다.


그간 아버지를 소재로한 감동소설은 많았다. 조창인의 <가시고기:백혈병 투병중인 아들은 둔 아버지>, 김정현의 <아버지: 췌장암 말기의 아버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소재원의 <기억을 잇다>는 좀 다르다. 아버지의 희생과 사랑을 그려내지만 <기억을 잇다>는 아버지의 무조건적인 사랑만을 다루진 않는다. 중년과 노년의 남자의 삶. 특히 아들 서민수는 자신의 퇴직조차 가족에게 알리지 못하고 공원을 서성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장'의 무게와 외로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소설은 아버지의 일방적인 사랑으로 혹은 불치병이라는 막막함에 집중하며 감정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다. 보편적인 남성의 삶과 함께 아버지의 사랑을 다루었기에 더 공감하고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아버지가 자식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자식을 사랑해왔는지 알지 못한다. 어쩌면 아버지가 어려워서 혹은 무서워서 그 속내가 아플거란걸 알면서도 외면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의 명치끝이 꼿꼿하게 아파올수 있는 책, 이 책을 읽고 우리의 아버지를 다시 바라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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